소가 풀 뜯을 때 진딧물은? 땅으로 뛰었다 업혀 복귀

조홍섭 2018. 12. 12
조회수 5706 추천수 0
대형 초식동물 접근하면 80%가 ‘점프’로 먹힐 위험 피해
새끼는 걸음 빠른 성체 등에 업혀 숙주식물로 돌아가

a1.jpg » 초식동물에 먹히지 않기 위해 땅에 뛰어내렸다 식물로 돌아가는 어른 완두수염진딧물 등에 새끼가 올라타 있다. 스타브 탈랄 제공.

진딧물이 포식자를 피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상대를 피해 잎이나 줄기 건너편으로 걸어 피하거나 아예 땅바닥으로 몸을 던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생벌 등 포식자가 지나가는 곳마다 진딧물이 한 두 마리씩 떨어져 내린다. 

그러나 소처럼 대형 초식동물이 접근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칫 무리 전체가 삼켜질 수 있다. 초식동물의 뜨뜻하고 축축한 숨결이 느껴지고 식물이 흔들리면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진딧물 무리의 80%가 일제히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여기까지는 곤충학자들이 알던 일이다. 그런데 땅바닥에 떨어진 진딧물이 다시 식물로 기어오를 때 종종 새끼 진딧물이 어미 등에 올라탄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어미 진딧물이 자기 새끼를 돌보는 걸까.

a2.jpg » 완두수염진딧물의 어미와 새끼. 세계적인 콩과 식물의 해충으로 중요한 생물학 연구 대상이기도 하다. 쉬퍼 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모세 기쉬 이스라엘 하이파대 박사 등은 완두수염진딧물의 이런 행동을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과학저널 ‘동물학 최전선’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완두수염진딧물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분포하는 콩과 식물의 주요 해충이자 생물학 연구의 모델 생물이기도 하다. 연구자들은 재배하는 잠두의 잎자루를 쥐고 숨을 불어넣으면서 가볍게 두드리는 방식으로 대형 초식동물을 흉내 내 진딧물의 행동을 조사했다.

위험을 피해 땅에 떨어진 어미 진딧물은 한시라도 빨리 떨어진 식물이나 다른 식물로 기어올라야 한다. 땅 위에는 포식자가 득실대고 굶주리거나 말라 죽을 위험이 크다. 특히 작은 장애물이라도 크게 다가오는 새끼 진딧물에게 땅 위의 상황은 위험천만이다. 놀랍게도 떨어진 새끼 진딧물은 한 마리에 최고 7마리까지 어른 진딧물 등위에 올라타, 새로운 숙주식물로 이동할 때까지 편승하는 행동을 보였다. 편승 시간은 평균 4분 동안이었다. 완두수염진딧물은 땅에 떨어지면 최고 7시간 동안 13m 떨어진 새로운 숙주식물을 찾아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3.jpg » 어른벌레의 등에 타 이동해(위) 숙주식물로 기어오르는 완두수염진딧물. 스태브 탈랄 제공.

기쉬 박사는 “땅바닥은 진딧물에게 적대적인 환경이어서 숙주식물로 빨리 돌아갈수록 생존 가능성이 커진다. 어린 진딧물은 바닥의 틈이나 돌멩이, 나뭇가지 등을 건너기 힘들기 때문에 빨리 걷는 어른 진딧물의 등에 올라타는 것이 식물 밖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여 생존율을 높여 준다.”라고 바이오메드 센트럴의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어른 진딧물은 땅에 떨어졌을 때 1분쯤 꼼짝 않고 누워 있다. 이런 행동이 새끼의 편승을 돕는 측면이 있다. 새끼는 떨어지자마자 일어나 등에 올라탈 어른 진딧물을 찾는다.

그렇다고 어른벌레가 새끼의 편승을 달갑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 연구자들은 어른벌레가 등에 올라탄 새끼를 떼어내려 하고, 새끼는 떨어지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을 종종 관찰했다. 여러 마리의 새끼 진딧물을 태운 어른벌레는 이동에 시간이 걸려 위험이 커진다.

이런 위험을 무릅쓰는 것은 새끼를 돌보는 행동일까. 연구자들이 유전자 분석한 결과 등에 태우는 새끼와 어른벌레 사이에는 아무런 인척 관계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a4.jpg » 성체 등을 타고 이동하는 진딧물의 새로운 행동을 규명하는 것은 이들 세계적 해충을 구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기쉬 박사는 “어른벌레가 어린 진딧물을 등에 태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그런데도 등에 태우는 행동이 존재한다는 건 전체적으로 볼 때 (이런 행동이) 진딧물 집단에 득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곧 어른벌레가 새끼에게 제공하는 도움은 어른벌레의 속도를 떨어뜨리는 비용보다 크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새끼를 등에 태우는 이런 행동이 진화했다는 것은 대형 초식동물이 식물에 사는 곤충에게 끼치는 위협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가 농업의 최대 해충 가운데 하나인 완두수염진딧물을 구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Gish and Inbar, Standing on the shoulders of giants: young aphids piggyback on adults when searching for a host plant,  Frontiers in Zoology (2018) 15:49, https://doi.org/10.1186/s12983-018-0292-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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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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