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진드기는 피 아닌 ‘간’ 빤다, 50년 만에 잡힌 오류

조홍섭 2019. 01. 16
조회수 4454 추천수 0
꿀벌응애 표적은 체액 아닌 지방체…방제 방식 바뀔 듯

v1.jpg » 꿀벌에 기생하는 꿀벌응애의 모습. 세계 양봉산업의 최대 적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꿀벌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요인은 크기 1㎜ 남짓한 진드기다. 꿀벌응애라 불리는 이 절지동물은 세계적으로 양봉산업에 가장 심각한 피해를 준다. 우리나라에도 꿀벌에 만성적으로 기생하며, 특히 처음 양봉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실패로 이끄는 가장 큰 원인이다.

농촌진흥청은 포털서비스 ‘농사로’에서 꿀벌응애를 이렇게 설명한다. “꿀벌의 유충, 번데기, 성충 등에 기생하면서 체액을 빨아먹는데, 기생당한 꿀벌은 체중이 감소하고 심하면 불구가 돼 꿀벌이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또한 급성마비, 기형날개를 유발하는 각종 바이러스를 옮긴다.”

50년 간 의심 없이 ‘피 빤다’

이 진드기가 처음 보고된 1960년대부터 다른 진드기처럼 꿀벌의 ‘피’(체액)를 빤다고 알려져 왔지만 그런 통념이 바뀌게 됐다. 꿀벌응애는 체액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간에 해당하는 지방체를 녹여 빨아먹는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번 발견으로 꿀벌응애의 방제 방식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v2.jpg » 성체의 배 마디 사이에 숨어있는 꿀벌응애(화살표). 포유류의 간에 해당하는 지방체가 있는 곳이다. 메릴랜드 대, 미국 농업부 제공.

Varroa_Mite.jpg » 꿀벌응애의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새뮤얼 램지 미국 메릴랜드 대 곤충학자 등 연구진은 15일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이런 사실을 밝혔다. 램지 박사는 “꿀벌 연구자들은 기생충, 농약, 영양실조를 꿀벌의 3대 문제로 꼽고, 그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꿀벌응애라는데 동의한다. 그런데 꿀벌응애에 기생 되면 다른 두 가지도 따라온다”며 “꿀벌응애의 표적이 지방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모든 관련성이 분명해진다. 지방체 조직을 잃으면 꿀벌은 농약을 해독할 능력을 상실하며, 중요한 저장식량을 뺏기게 된다. 지방체는 꿀벌 생존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설명했다.

이제까지 꿀벌응애가 다른 진드기처럼 숙주의 체액을 빨아먹을 것이라는 생각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몇 가지 의심스러운 사실을 발견했다. 

진드기가 ‘꿀벌 수프’로 만들어

먼저, 꿀벌의 체액에는 영양분이 거의 없어 진드기가 꿀벌 한 마리의 체액을 통째로 빨아먹어도 성장하고 번식하기에 모자란다는 점이다. 둘째, 진드기의 배설물이 액체를 먹이로 삼았다기에 너무 건조했다. 응애의 입 구조도 조직을 뚫어 피를 빠는 구조가 아니라 부드러운 조직에 소화효소를 분비해 먹는 데 적합했다.

연구자들은 실험을 통해 응애가 꿀벌의 어느 부위에 기생하는지 살펴봤다. 체액은 몸 어느 곳에서나 빨 수 있기 때문에 특정한 부위에 기생하지 않을 것이다. 조사해 보니, 응애는 꿀벌이 애벌레나 번데기 단계에는 아무 곳에나 기생했지만, 성체에는 반드시 배 아래에 자리 잡았다. 기생체가 성숙 전에는 온몸에 분포하다 성체가 되면 배 아래로 이동하는 것과 일치했다.

v3.jpg » 응애가 기생한 꿀벌을 급속 냉동한 뒤 주사전자현미경으로 본 모습. 응애가 지방체를 녹여 먹고 있는 모습이 고스란히 잡혔다. 메릴랜드 대, 미국 농업부 제공.

응애가 달라붙은 꿀벌을 액체질소로 급속 냉동한 뒤 주사전자현미경으로 살펴보니, 응애가 꿀벌의 지방체를 먹고 있는 모습이 생생하게 드러났다. 램지는 “소화된 지방체 세포 조각을 볼 수 있었다. 응애는 꿀벌을 ’꿀벌 수프의 크림’으로 만들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공동연구자인 데니스 반 엥겔스도르프 메릴랜드 대 곤충학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응애가 꿀벌에 끼치는 피해를 이해하는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응애를 효과적으로 방제하는 많은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amuel Ramsey et al, Varroa destructor feeds primarily on honey bee fat body tissue and not hemolymph,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http://dx.doi.org/10.1073/pnas.181837111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사랑은 싸워서 쟁취?…동물계 루저의 ‘반란’사랑은 싸워서 쟁취?…동물계 루저의 ‘반란’

    조홍섭 | 2019. 02. 20

    싸움보다 돌봄 능력·구애 과정 등 중시…더 많은 자손 남기기도암컷은 크고 강한 수컷을 좋아한다. 동물 세계에서 널리 나타나는 현상이다. 암컷이 지배적인 수컷을 선호하는 이유는 그쪽이 양질의 자원을 확보하고 유전적으로 우월한 후손을 남기는...

  • 바다뱀은 표류 선원처럼 빗물로 갈증 채운다바다뱀은 표류 선원처럼 빗물로 갈증 채운다

    조홍섭 | 2019. 02. 19

    1년 절반 탈수 상태, 우기 첫 폭우가 만든 ‘담수 렌즈’서 ‘폭음’ “어디를 봐도 물이지만, 마실 물은 한 방울도 없구나!”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던 선원은 이렇게 탄식했다지만, 삶의 절반을 이런 갈증 속에 살아가는 동물이 있다.세계에서...

  • 박쥐와 사슴이 ‘동업자’가 된 이유는?박쥐와 사슴이 ‘동업자’가 된 이유는?

    조홍섭 | 2019. 02. 14

    사슴 주변 맴돌며 하룻밤 흡혈 곤충 수백∼수천 마리 사냥손이 없는 동물에게 피부에 들러붙어 피를 빠는 말파리나 진드기를 잡아먹어 주는 다른 동물은 고맙기 짝이 없다. 기생충을 잡아먹는 동물도 손쉽게 먹이를 확보하니 득이다. 이처럼 청소를...

  • 빨리 배우는 물고기가 낚시에 잘 걸린다빨리 배우는 물고기가 낚시에 잘 걸린다

    조홍섭 | 2019. 02. 13

    큰입우럭 실험 결과…학습능력 좋고 대담한 개체가 실수도 잦아낚시는 물고기가 오랜 진화를 거치며 터득한 포식자 회피법을 무력화한다. 인류가 수만 년 동안 낚시를 해 왔지만, 물고기가 계속 걸리는 이유이다.(▶관련 기사: 물고기는 왜 낚시를 ...

  • ‘거울 볼 줄 아는’ 청소 물고기, 침팬지만큼 똑똑한가‘거울 볼 줄 아는’ 청소 물고기, 침팬지만큼 똑똑한가

    조홍섭 | 2019. 02. 11

    청소부 놀래기 ‘거울 테스트’ 통과, 자기 인식 능력 여부 최종 판단은 보류아시아코끼리의 이마 한쪽에 몰래 흰 페인트로 X자 표시를 한 뒤 거울을 보게 하면, 코끼리는 자신의 이마에 생긴 표시를 코로 떼어내려 하고 나아가 입을 벌려 입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