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디페인팅이 벌레 물리는 것 막아준다

조홍섭 2019. 0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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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무늬 그리면 흡혈 파리 10분의 1로…얼룩말과 같은 원리

z1.jpg » 에티오피아 카로족(왼쪽)은 흡혈 곤충이 들끓는 다른 여러 지역 원주민과 마찬가지로 얼룩말과 같은 흰 줄무늬로 보디페인팅을 한다. 사진 왼쪽: 게티이미지뱅크, 오른쪽: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얼룩말의 줄무늬가 왜 생겼냐는 수수께끼는 오랜 논란 끝에 최근 ‘흡혈 곤충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가설이 유력하게 받아들여진다(■ 관련 기사: 얼룩말의 줄무늬는 파리 때문에 생겼다). ‘흡혈 파리 회피설’을 내놨던 연구자들이 한 걸음 나아가 사람의 보디페인팅도 그런 효과가 있음을 밝혔다.

z2.jpg » 헝가리 목축지대에서 한 마네킹 실험. 흰 줄무늬를 한 어두운 빛깔 인형에 가장 적은 수의 말파리가 들러붙었다. 가보르 호르배트 외 (2019) ‘왕립학회 공개과학’ 제공.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파푸아뉴기니 등의 원주민은 짙은 갈색 피부에 종종 밝은 빛깔의 줄무늬로 보디페인팅을 한다. 실험해 보았더니 이런 줄무늬 장식은 얼룩말에서처럼 무는 곤충을 막는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가보르 호르배트 헝가리 로란드대 생물학자 등 헝가리와 스웨덴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왕립학회 공개과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원주민과 같은 보디페인팅을 하면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흡혈 곤충에 물릴 확률이 10분의 1로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람 크기의 광고 인형(마네킹) 3개에 각각 짙은 갈색, 베이지색, 짙은 갈색에 흰 줄무늬 등을 칠한 뒤 끈끈이를 발라 55일 동안 야외에 방치해 말파리(쇠등에)가 얼마나 많이 들러붙는지 실험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갈색 인형에 2055마리의 말파리가 붙은 데 비해 흰 줄무늬를 칠한 갈색 인형에는 그 10분의 1인 205마리 만이 붙었다. 베이지색 인형에는 그 2배인 405마리가 붙었다.

st4_58391196_dscf6956_gabor-horvath.jpg » 다양한 무늬의 말 모형에 말파리가 얼마나 꼬이나 알아본 2012년 실험 현장. 가보르 호르배트 제공.

연구자들은 2012년 다양한 무늬로 장식한 말 인형을 이용한 현장 실험을 통해 말파리가 짙은 색 가죽일수록 더욱 이끌리며 줄무늬와 점박이 무늬에는 덜 꼬인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말파리는 빛의 편광을 통해 숙주를 찾는데, 줄무늬가 있는 물체는 피를 빠는 암컷 말파리에게 가장 잘 안 보이는 방식으로 편광을 냈다.

연구자들은 “밝은 줄무늬 보디페인팅을 하는 원주민은 대부분 피를 빠는 말파리, 모기, 체체파리가 득실대는 곳에 산다”며 “보디페인팅이 이런 해충의 괴롭힘이나 기생충과 감염병을 막아주는 구실을 한다”고 주장했다.

b1.jpg »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다양한 줄무늬 보디페인팅. 가보르 호르배트 외 (2019) ‘왕립학회 공개과학’ 제공.

연구에 참여한 수산 오케손 스웨덴 룬드대 교수는 “보디페인팅은 사람이 옷을 입기 훨씬 전부터 해 왔다. 네안데르탈인이 살았던 동굴 벽에서 그런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고고학적 증거로 볼 때 황토 같은 염료로 보디페인팅을 했던 것 같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파푸아뉴기니 등의 원주민이 주로 사용하는 보디페인팅 재료는 점토, 분필, 재, 광물 등인데 대부분 희거나 밝은 갈색, 회색을 띤다. 연구자들은 “줄무늬 보디페인팅이 해충 방어와 관련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보디페인팅이 애초 해충 방제 때문에 시작된 것은 아니고 사회적·문화적 이유가 먼저였을 것”이라고 논문에 적었다.

z3.jpg » 말을 흡혈 곤충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얼룩말 옷’이 판매되고 있다. 얼룩 무늬의 해충 방제 효과가 인정되고 있다. 이퀴포리엄 제공.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Horva´th G, Pereszle´nyi A´, A°kesson S, Kriska G. 2019 Striped bodypainting protects against horseflies. R. Soc. open sci. 6: 181325. http://dx.doi.org/10.1098/rsos.18132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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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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