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이 삼킨 거대 물고기…대형 담수동물 88% 감소

조홍섭 2019. 08. 26
조회수 16138 추천수 1
대형 댐 3700개 건설 예정…“수명 길어 보전·복원 시기 놓칠 수도”

j1-1.jpg » 북아메리카 최대 담수어의 하나인 앨리게이터가아. 주둥이가 악어 비슷한 고대 물고기로 무게 130㎏까지 자란다. 거대 물고기가 세계적으로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제브 호건 제공.

메콩자이언트메기는 1200종에 이르는 메콩 강 민물고기를 대표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대형 물고기이다. 다 자라면 길이 3m, 무게 300㎏ 이상에 이르러 웬만한 나룻배보다 크다.

플랑크톤을 먹는 고래상어처럼, 이가 없는 이 메기는 바위에 덮인 조류를 긁어먹는다. 한 해에 20∼30㎏씩 자라 양식어로서도 주목받지만, 야생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2011년 이 메기의 보전상태를 평가하면서 “2000년대까지 메콩 강 일대에서 연간 40∼50마리 잡힌 기록이 있었지만 2003년에 8마리로 줄었고, 이후 포획이 금지됐기 때문에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현재 이 메기는 멸종위기종 ‘적색 목록’에 위급종으로 분류돼 있다. 남획과 서식지 파괴가 주원인이다. 알을 낳기 위해 수백㎞ 상류로 거슬러 오르지만, 대형 댐이 회유 길을 가로막은 것이 큰 원인이다.

j2.jpg » 세계에서 가장 큰 담수어의 하나인 메콩자이언트메기. ‘리버 몬스터스’ 유튜브 동영상(youtu.be/14ak28bcVgo) 갈무리.

메콩자이언트메기는 전 세계의 강과 호수에서 급속히 사라지고 있는 거대 동물의 한 예일 뿐이다. 자이언트메기 못지않은 크기로 자라는 메콩 강의 자이언트잉어와 아마존 강의 아라파이마(피라루쿠) 같은 물고기를 비롯해 강돌고래, 거북, 철갑상어, 비버, 악어 등도 마찬가지 운명에 놓였다.

허펑지 독일 라이프치히 담수 생태학 및 내수면 어업 연구소 연구원 등은 과학저널 ‘지구 변화 생물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세계의 강과 호수에 사는 대형 동물 개체수가 1970∼2012년 사이 평균 88%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육지와 바다 척추동물 개체군의 감소보다 2배 큰 수치다.

j3.jpg » 메콩 강의 자이언트잉어. 길이 3m, 무게 300㎏까지 자란다. 메콩 강 위원회 기술보고서 3 (2002) 제공.

교신 저자인 존야 예닉 라이프치히 담수 생태학 및 내수면 어업 연구소 연구원은 “이 결과는 우려할 만 하며, 그동안 담수 생물다양성을 연구하고 보호하는 일에 관여해 온 과학자들의 두려움을 확인해 준다”고 이 연구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강과 호수는 지구 표면의 1%를 차지할 뿐이지만 세계의 모든 척추동물 종 가운데 3분의 1이 사는 곳이다. 또 모든 어종의 절반이 민물에 산다.

연구자들은 몸무게 30㎏ 이상인 전 세계의 담수 대형동물 126종을 대상으로 1970년부터 42년 동안 개체수 변화를 분석하는 한편, 역사 기록이 있는 유럽과 미국의 담수 대형동물 44종의 변화를 알아봤다. 그 결과 동남아와 남아시아의 대형 담수동물이 99% 줄어 가장 큰 감소세를 보였고, 히말라야 산맥 이북의 유라시아대륙에서 97% 감소로 뒤를 이었다. 개체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동물은 대형 물고기로 94% 감소했다.

허펑지는 “거대 민물고기가 감소한 데는 남획과 함께 댐 건설로 자유롭게 흐르는 강이 사라져 산란지와 먹이터에 접근하지 못하게 된 것도 작용했다”며 “이미 세계의 큰 강들이 조각난 상태인데, 현재 추가로 계획되거나 건설 중인 대형 댐이 3700여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j4.jpg » 남아메리카 최대어로 길이 2.5m, 무게 200㎏까지 자라는 아마존 강의 아라파이마(피라루쿠). 댐 건설은 이 대형 물고기의 번식을 위한 회유를 가로막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는 “이 가운데 800여 개는 아마존, 콩고, 메콩, 갠지스 강 등 담수 대형동물의 생물다양성이 가장 높은 곳에 계획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등 동아시아에 살던, 세계 최대 철갑상어도 유일한 산란지인 양쯔 강에 대형 댐이 잇달아 3개가 들어서면서 멸종위기에 몰려 현재 150여 마리만 살아남았다(■ 관련 기사: 5m 거대 철갑상어, 양쯔 강서 댐 건설로 멸종위기).

연구자들은 “이들 대형동물은 수명이 길어 기능적으로는 멸종상태인데도 수십 년 동안 살아남기 때문에 자칫 보전과 복원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논문에서 지적했다. 또 크고 복잡한 생태계가 있어야 하는 대형동물이 살아남으면 소형 동물을 포함한 생태계도 살아날 수 있기 때문에 대형 담수동물의 개체수 변화와 분포를 더욱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자들은 강조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He F, Zarfl C, Bremerich V, et al. The global decline of freshwater megafauna. Glob Change Biol. 2019;00:1–10. https ://doi.org/10.1111/gcb.1475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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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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