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으로 바뀌는 히말라야 만년설

조홍섭 2020. 0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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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설 녹은 곳에 고산식물 확장…14억 물 공급원 영향 주목

e1.jpg » 히말라야 해발 4900m 지점에 펼쳐진 아빙설대 식생대의 모습. 최근 확장하고 있다. 앞에 쿰부와 촐라체 봉이 보인다. 카렌 앤더슨 박사 제공.

기후변화로 에베레스트 산 자락 등 히말라야 산맥의 만년설이 녹으면서 그 자리에 식물이 자라는 면적이 넓어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빙설대의 식생대 확장이 히말라야의 물 공급 체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제3의 극지’로 불리는 히말라야와 티베트고원 일대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지구에서 가장 큰 곳 가운데 하나로, 아시아 최대 하천 10곳이 여기서 발원해 이 지역 14억 주민에 물을 공급하는 원천이다.

카렌 앤더슨 영국 엑시터대 박사 등 연구자들은 1993∼2018년 동안 미 항공우주국의 랜새트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을 분석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과학저널 ‘지구 변화 생물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자들이 주목한 식생대는 ‘아빙설대’라 불리는 곳으로 나무가 더는 자라지 못하는 수목 한계선과 만년설이 쌓인 설선 사이의 구간이다. 여기서 봄에 눈이 녹으면 넓게 드러난 나지 곳곳에 고산 초본과 키 작은 진달랫과 관목이 짧은 여름 동안 꽃을 피운다.

연구자들은 “분석 결과 아빙설대의 면적은 빙하나 만년설로 덮인 지역보다 5∼15배 넓었다”며 “이곳의 식생이 물과 탄소 순환에 중요한 구실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2.jpg » 히말라야 아빙설대에는 고산 초본과 키 작은 진달랫과 관목 등이 주로 자란다. 카렌 앤더슨 박사 제공.

앤드슨 박사는 “히말라야 지역의 얼음이 사라지는 속도가 2000년과 2016년 사이에 곱절로 빨라졌다는 연구를 포함해 많은 연구가 이 지역에 관해 이뤄졌다”며 “그렇지만 아빙설대가 빙하와 만년설 지역보다 훨씬 넓어 얼음의 감소를 아는 데 중요한데도 우리가 아는 것은 거의 없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히말라야 산맥의 해발 4150∼6000m 지역을 분석했는데, 아빙설대가 가장 현저하게 늘어난 곳은 해발 5000∼5500m 지역으로 드러났다. 낮은 고도에서는 가파른 사면에서, 높은 고도에서는 평지에서 주로 식생대가 확장했다.

만년설이 녹아 나지가 드러나고, 거기서 식물이 자라기 시작하면 눈에 덮였을 때보다 햇빛의 적외선을 더 많이 흡수해 토양의 온도를 상승시킨다. 그러나 “식물이 들어와 자라면서 생기는 증발산과 토양피복이 어떻게 눈을 녹이는 속도에 영향을 끼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인용 논문: Global Change Biology, DOI: 10.1111/gcb.1491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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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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