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의 반격, 소금쟁이가 개구리 알 포식

조홍섭 2020. 02. 03
조회수 9741 추천수 0
물 표면 알에 침 주둥이 꽂아 체액 섭취…“개구리 알 생존율에 영향”

wa1-4.jpg » 개구리 알을 꺼내 붙들고 뾰족한 주둥이를 찔러넣어 먹는 소금쟁이. 와타나베 외 (2020) ‘곤충학’ 제공.

새는 벌레를 먹고, 벌레는 식물을 먹고…무척추동물은 척추동물의 먹이라는 이런 통념을 깨는 동물이 적지 않다. 먹고 먹히는 관계는 간단치 않고 한 방향으로만 작동하는 것도 아니다.

곤충인 사마귀가 잡아먹는 척추동물에는 작은 새를 비롯해 도마뱀, 개구리, 생쥐, 뱀, 거북에 이어 물고기까지 포함된다(▶관련 기사: 곤충계 최고 포식자 사마귀, 물고기도 잡아먹는다). 또 다른 곤충 포식자인 물장군의 메뉴에도 뱀과 거북이 들어있다(▶관련 기사: 뱀과 거북까지 사냥하는 ‘포식자 곤충’, 물장군). 

사마귀나 물장군보다 덩치는 작지만, 소금쟁이도 물가의 포식자다. 주요 먹이는 곤충이지만 개구리의 알을 집중적으로 포식하는 모습이 처음으로 관찰됐다.

와타나베 레이야 일본 쓰쿠바대 생물학자 등은 일본 곤충학회가 발행하는 저널 ‘곤충학’ 최근호에 소금쟁이의 개구리 알 포식 사실을 보고했다. 연구자들은 지난해 4월 애소금쟁이 성체가 3개 지역에서 참개구리 등 개구리 3종의 알을 다량 포식하는 모습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wa2.jpg » 소금쟁이의 공격을 받은 참개구리 알 무더기. 흰 알은 내용물이 먹힌 것이고 검은 알은 피해를 보지 않은 알이다. 와타나베 외 (2020) ‘곤충학’ 제공.

후쿠이 현 나카이케미 습지의 논에 참개구리의 알 무더기가 물 표면에 드러났는데, 애소금쟁이 성체 18마리가 들러붙어 알을 먹고 있었다. 연구자들은 “소금쟁이가 침처럼 생긴 주둥이를 알에 꽂고 있었다”며 “내용물을 먹힌 알은 흰색으로 변했고 그렇지 않은 알은 검은색이었는데, 물 표면에 드러난 알은 모두 희게 변색해 있었다”고 논문에 적었다.

참개구리는 한 번에 1800∼3000개의 알을 무더기로 낳는데, “수심이 얕아 물 표면에 드러나는 알이 많을 경우 소금쟁이의 포식은 개구리 알의 생존율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소금쟁이는 보통 물에 떨어져 허우적거리는 곤충 등을 주로 잡아먹는다. 물 표면의 진동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능력이 있지만, 이번 개구리 알 포식처럼 시각 자극을 이용해 움직이지 않는 먹이나 물고기 등 동물 사체를 먹기도 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wa3-1.jpg » 뾰족한 주둥이를 개구리 알에 박아넣고 내용물을 빨아먹는 소금쟁이. 와타나베 외 (2020) ‘곤충학’ 제공.

이번에 관찰된 애소금쟁이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에 분포한다. 와타나베는 지난해 물방개 애벌레가 연가시를 포식한다는 관찰 결과를 보고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연가시 잡아먹는 물방개 애벌레 발견). 또 두꺼비를 잡아먹는 딱정벌레 애벌레가 이스라엘에서 보고되기도 했다(▶관련 기사: 딱정벌레 애벌레, 두꺼비 잡아먹어 ‘먹이의 반란’).

인용 저널: Entomological Science, DOI: 10.1111/ens.1239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쓸모없다고? 코끼리 사회에서 늙은 수컷도 중요하다쓸모없다고? 코끼리 사회에서 늙은 수컷도 중요하다

    조홍섭 | 2020. 09. 22

    젊은 수컷에 역경 이길 지식과 경험 제공…‘불필요하다’며 트로피사냥, 밀렵 대상나이 든 아프리카코끼리 암컷의 생태적 지식과 경험이 무리의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늙은 수컷 또한 암컷 못지않게 코끼리 사회에서 ...

  • 얼어붙은 설원의 다람쥐, ‘도토리 점심’만 먹을까?얼어붙은 설원의 다람쥐, ‘도토리 점심’만 먹을까?

    조홍섭 | 2020. 09. 18

    캐나다 북극토끼 사체 청소동물 24종, 4종의 다람쥐 포함 캐나다 북서부 유콘 준주의 방대한 침엽수림에서 눈덧신토끼는 스라소니 등 포식자들에게 일종의 기본 식량이다. 눈에 빠지지 않도록 덧신을 신은 것처럼 두툼한 발을 지닌 이 토끼는 ...

  • ‘노래하는 고대 개' 뉴기니서 야생종 발견‘노래하는 고대 개' 뉴기니서 야생종 발견

    조홍섭 | 2020. 09. 17

    `늑대+고래’ 독특한 울음 특징…4천m 고원지대 서식, ‘멸종’ 50년 만에 확인오래전부터 호주 북쪽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섬 뉴기니에는 독특한 울음소리의 야생 개가 살았다. 얼핏 늑대의 긴 울음 같지만 훨씬 음색이 풍부하고 듣기 좋아 ‘늑...

  • ‘겁 없는 야생닭’ 골라 10대 육종했더니 가축 닭 탄생‘겁 없는 야생닭’ 골라 10대 육종했더니 가축 닭 탄생

    조홍섭 | 2020. 09. 16

    1만년 전 가축화 재현 실험…온순해지면서 두뇌 감소 현상도동남아 정글에 사는 야생닭은 매우 겁이 많고 조심스러워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8000∼1만년 전 이들을 가축화하려던 사람들이 했던 첫 번째 일은 아마도 겁 없고 대범한 닭을...

  • 코로나 록다운에 ‘자연이 돌아왔다’…좋기만 할까?코로나 록다운에 ‘자연이 돌아왔다’…좋기만 할까?

    조홍섭 | 2020. 09. 15

    외래종과 밀렵 확산 등 ‘착한, 나쁜, 추한’ 영향 다 나타나코로나19로 인한 록다운(도시 봉쇄)은 못 보던 야생동물을 도시로 불러들였다. 재난 가운데서도 ‘인간이 물러나자 자연이 돌아왔다’고 반기는 사람이 많았다.그러나 록다운의 영향을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