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진 때까지 추격하는 진정한 사냥꾼, 아프리카들개의 비밀

조홍섭 2020. 09. 29
조회수 6564 추천수 0
장거리 달리기 최적 발 해부구조…흔적 발가락 1개, ‘스프링 인대’ 등 밝혀져

r1.jpg » 물구덩이를 건너 뛰어 먹이를 추격하는 아프리카들개 무리. 상대가 탈진해 쓰러질 때까지 달리는 것이 이들의 강력한 무기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사자의 힘이나 치타의 속도 표범의 은밀함 어느 것도 갖추지 못한 아프리카들개가 사냥 성공률은 이들보다 월등하다. 영양 등을 지쳐 쓰러질 때까지 추격하는 이들의 무리 사냥법 덕분이다. 

아프리카들개의 끈질긴 추격을 가능하게 하는 앞발의 해부학적 비밀이 밝혀졌다. 헤더 스미스 미국 미드웨스턴대 해부학 교수 등은 10일 과학저널 ‘피어제이’에 실린 논문에서 “아프리카들개의 앞발을 해부학적으로 연구한 결과 고도의 장거리 달리기에 적합하도록 진화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r2.jpg » 사냥을 마치고 장난치며 노는 아프리카들개 무리. 찰스 샤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아프리카들개는 20∼30마리가 무리를 지어 정교한 협동사냥을 펼친다. 임팔라, 가젤, 쿠두 등이 탈진할 때까지 시속 64㎞의 속도로 최고 1시간 동안 추격하는 ‘탈진 포식’으로 유명하다.

이런 끈질긴 사냥법은 매우 효과적이어서 사냥 성공률이 60%에 이르는데 이는 힘이 월등한 사자의 30%, 하이에나의 25∼30%보다 곱절이나 높다. 물론 아프리카들개는 사냥한 먹이를 이들에게 종종 빼앗기긴 한다.

사냥 말고도 아프리카들개는 유랑 습성을 지녀 560∼3000㎢의 방대한 지역을 하루에 50㎞까지 떠돈다. 오래 걷고 뛰는 강인한 다리가 없으면 불가능한 습성이다.

r3.jpg » 다른 포식자는 힘, 속도, 은밀함 등을 갖췄지만 아프리카들개는 끈질김과 강인함이 무기이다. 찰스 샤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동물원에서 자연사한 아프리카들개의 다리를 컴퓨터단층촬영과 해부를 통해 정밀하게 조사한 결과 알려진 것과 다른 사실을 알아냈다. 그동안 앞발의 발가락이 4개로 알려졌지만 첫째 발가락이 피부 속에 흔적기관으로 숨겨져 있었다. 다른 개과 동물들은 앞발에 다섯개의 발가락이 있고 며느리발톱으로 알려진 하나는 퇴화해 땅에 발자국이 찍히지 않는다. 

발가락이 하나 줄어든 것은 속도와 보폭을 넓혀 장거리 추격에 도움이 된다. 두 개가 더 퇴화해 발가락 하나만 남은 말이 최고의 달리기 선수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r4.jpg » 아프리카들개 앞발의 근육과 골격도. 붉은 네모 부분이 이번에 새로 발견된 첫째 발가락 흔적이다. 앞발의 근육은 장거리 달리기 때 팔목과 팔꿈치에 안정감을 주도록 적응돼 있다. 브렌트 에이드리언, 미드웨스턴대 제공.

그런데 발가락 하나가 퇴화했지만 근육은 그대로 달려있었고 몸의 위치와 운동을 감지해 오래달리기의 안정성을 더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주 연구자인 헤더 교수는 “우리는 흔적기관으로 남은 첫째 발가락을 발견했고 나아가 그 근육을 전혀 다르게 재구조화해 새로운 기능을 하고 있음을 밝혔다”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또 장거리 달리기에 최적화한 아프리카들개 다리의 다른 해부구조도 밝혀졌다. 강인한 발목 인대는 앞발을 구부렸다 펴는 것을 돕는 버팀목 구실을 하는데, 쉽게 피로해지는 근육이 아니어서 장거리 달리기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이런 힘줄구조는 달리면서 힘을 흡수해 전달하는 말발굽의 스프링 구조와 흡사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장거리 달리기에 적합하도록 다른 근육보다 수축이 느려 적은 힘을 내지만 피로에 대한 저항력이 큰 지근섬유가 다리 근육에 다량 포함돼 있고 팔목과 팔꿈치를 회전하는 근육을 줄여 안정성을 늘린 것 등을 확인했다.

512.jpg » 아프리카들개는 최강의 포식자다운 몸을 타고났지만 사람에 의한 환경변화와 남획으로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데렉 키츠,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처럼 아프리카들개는 최강의 포식자에 걸맞은 해부학적 구조를 갖췄지만 사람에 의한 서식지 파편화, 밀렵, 농민과의 충돌, 감염병 등으로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아프리카 남부와 남동부 사바나와 건조지대에 약 1500마리가 살아남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 등급으로 지정한 상태이다.

인용 저널: PeerJ, DOI: 10.7717/peerj.986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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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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