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에도 빙하기 늑대 다이어울프 살았다

조홍섭 2020. 1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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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쑹화 강서 화석 발견, 유라시아선 처음…“경쟁자 하이에나 막혀 번성 못 해”

w1.jpg » 다이어울프의 목과 두개골. 현생 늑대보다 머리와 이는 훨씬 더 컸다. 중국 동북부 쑹화 강에서 아래턱뼈 화석이 유라시아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제임스 세인트 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다이어울프는 늑대와 가깝지만 훨씬 크고 종이 다른 멸종한 빙하기 포식자이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라브레아 타르 구덩이에서 수천 개의 두개골이 발견될 정도로 마지막 빙하기 북미에서 번성했던 갯과 동물이다.

다이어울프의 화석이 중국 하얼빈 근처 쑹화 강에서 발견됐다. 유라시아 대륙에서 처음인 이번 발견은 주로 북미의 북위 42도 이하 비교적 따뜻한 곳에서 살았던 이 포식자가 알래스카와 러시아 사이의 얼어붙은 베링 해를 건너 동북아로 건너왔음을 보여준다.

류 단 중국 과학아카데미 고생물학자 등은 2017년 하얼빈 근처 쑹화 강 모래채취장에서 발견한 갯과 동물의 아래턱뼈 화석을 분석한 결과 이제까지 주로 북미에서 보고된 다이어울프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쿼터너리 인터내셔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번 발견은 일부 다이어울프가 다른 포유류처럼 얼음이 없는 베링기아 육교를 건너 대형 초식동물을 따라 유라시아의 매머드 평원으로 퍼졌음을 가리킨다”라고 적었다.

탄소연대측정 결과 다이어울프는 약 4만년 전 마지막 빙하기의 것으로 밝혀졌다. 빙기와 간빙기가 되풀이된 플라이스토세 동안 빙기에는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육지에 얼음으로 쌓여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러시아와 알래스카가 육지로 연결됐다. 이를 베링기아 육교라 부른다.

다이어울프는 검치호랑이와 함께 북미의 대표적인 빙하기 포식자였다. 천연 아스팔트가 지상으로 스며 나와 고인 라브레아 타르 구덩이는 당시의 자연사를 고스란히 간직하는데 다이어울프는 가장 많이 출토된 동물의 하나다.

w2.jpg » 라브레아 타르 구덩이에 빠진 매머드를 서로 먹으려 다투는 다이어울프(왼쪽)와 검치호랑이 상상도. 로버트 부르스 호스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끈끈한 타르 연못 위에 물과 흙, 나뭇잎이 덮이고 새로 난 풀을 먹으러 온 초식동물이 빠지면 이를 사냥하러 육식동물이 연쇄적으로 빠져 죽는다. 이런 일이 수만 년 동안 계속됐고 20만 점 이상의 동물 뼈가 발굴됐다. 다이어울프는 늑대보다 몸집이 25%쯤 큰 60∼68㎏ 무게에 머리가 크고 이가 잘 발달해 멧돼지와 사슴 등을 뼈째 으스러뜨려 먹었다.

w3.jpg » 타르 구덩이에 빠져 죽은 다이어울프의 두개골. 조지 페이지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렇다면 왜 다이어울프는 아시아로 건너왔고 이제야 첫 화석이 발견될 만큼 드물었을까. 연구자들은 이들이 일부 남미에 진출한 것처럼 먹이를 따라 유라시아로 퍼져나갔을 것으로 보았지만 동북아의 생태적 여건은 다이어울프가 번성하기에 녹록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쑹화 강 모래채취장에는 빙하기 동물의 뼈가 한 해에도 수백 점씩 발견된다. 매머드, 털코뿔소, 불곰, 호랑이, 하이에나, 늑대, 들소, 가젤 등이 그들이다. 처음 발견된 다이어울프 화석은 당시에도 이 포식자가 많지 않았음을 짐작게 한다.

w4.jpg » 마지막 빙하기 동안 동북아(왼쪽)와 북미의 중·대형 포식자 비교. 동북아에는 다이어울프(붉은색)와 비슷한 크기의 점박이하이에나가 살았지만 북미에는 포식자는 훨씬 다양했지만 다이어울프의 경쟁자는 따로 없었다. 류 단 외 (2020) ‘쿼터너리 인터내셔널’ 제공.

다이어울프의 최대 경쟁자는 점박이하이에나였다. 연구자들은 “다른 대형 포식자가 많은 북미에선 다이어울프가 낮은 위치였지만 체중이 비슷한 경쟁자는 없었다”며 “그러나 동북아에는 가장 널리 분포한 지배적 포식자이자 덩치가 비슷한 점박이하이에나가 이미 자리 잡았기 때문에 다이어울프가 번성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이어울프의 유라시아 서식이 확인되려면 추가 화석 발견과 골격의 디엔에이 염기서열 분석 등 후속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용 논문: Quaternary International, DOI: 10.1016/j.quaint.2020.09.05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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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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