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에 사는 ‘골룸 가물치’야, 넌 어디서 왔니

조홍섭 2020. 11.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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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남부 대수층서 용 연상 ‘골룸 가물치’ 새로운 ‘과’ 보고
초대륙 곤드와나에서 분리된 아프리카-인도 ‘대륙 이동’ 증거

ga1.jpg » 용의 모습을 떠올리는 인도 남부 대수층에 서식하는 지하 가물치. 새로운 과를 이룬다는 보고가 나왔다. 종 이름은 골룸 가물치(Aenigmachanna gollum)이다. 랄프 브리츠 제공.

인도 남부의 지하 대수층에는 특별한 가물치가 산다. 용을 연상케 하는 긴 몸과 지느러미를 지닌 이 물고기는 다른 동굴 물고기와 달리 눈이 퇴화하지 않았고 촘촘한 비늘은 황금빛으로 빛난다.

처음 발견됐을 때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지하 생물을 따 ‘골룸 가물치’란 이름을 얻은 이 물고기의 가장 가까운 친척은 아프리카에 산다. 아프리카와 인도가 초대륙 곤드와나의 일부로 붙어 있을 때 갈라져 나왔다.

원시 형질 간직 ‘살아있는 화석’

이 물고기는 시일러칸스나 폐어처럼 과거의 진화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살아있는 화석’으로 1억2000만년 전 원시적 형질을 간직하고 있으며 새로운 과를 이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랄프 브리츠 독일 드레스덴 동물학 박물관 어류학자 등 국제연구진은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 물고기의 골격과 유전자의 계통유전학 분석을 통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ga2.jpg » 지하 가물치가 발견된 서고트 지역은 세계적으로 고유종이 많은 생물다양성의 보고이다. 랄프 브리츠 외 (2019) ‘주택사’ 제공.

동물의 과는 종과 속보다 큰 분류단위로 새로운 과가 발견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예를 들어 잉어과에는 붕어, 잉어, 모래무지, 황어, 피라미, 미꾸리, 납자루 같은 다양한 형태와 생태적 특징을 지닌 물고기 1270종이 속해 있다.

지하 가물치가 처음 발견된 것은 2018년이었다. 인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기 집 우물에서 처음 보는 물고기를 잡았다는 소식을 접하고 라지브 라가반 인도 케랄라대 어류학자는 독일의 브리츠 박사에게 확인을 요청했다.

ga.jpg » 골룸 가물치는 몸이 길고 비늘로 덮였으며 일반 뱀장어와 달리 공기 호흡기관이 없다. 랄프 브리츠 제공.

이듬해 처음 본 물고기를 현지 조사한 브리츠 박사 등은 과학저널 ‘주택사’에 ‘골룸 가물치’라고 이름 붙인 이 물고기를 새로운 속으로 보고했다. 같은 해 인도의 어류학자 라울 쿠마르 등은 인근 지역에서 우물을 쳐내다 발견한 물고기가 골룸 가물치와 같은 속의 다른 신종이라고 ‘주택사’에 보고했다. 이번 연구에서 브리츠 등은 이제까지 발견된 표본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속을 넘어 새로운 과의 물고기임을 밝혔다.

수수께끼의 지하수 생태계

인도 남부의 서고트 지역은 세계적인 생물다양성의 핫 스폿으로서 많은 고유종이 발견된다. 특히 다공질 암석으로 이뤄진 이곳 지하 40m 대수층에는 독특한 생태계가 펼쳐져 수수께끼의 지하 메기 등 10종의 담수어가 발견됐다.

지하 물고기가 사는 대수층은 동굴과 달라 직접 조사가 불가능하지만 우물의 바닥을 치거나 큰 홍수가 났을 때 지표로 밀려 나오는 개체로 지하 생태계를 짐작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이번 발견도 우물과 홍수 뒤 논에 나온 개체를 대상으로 했다.

ga4.jpg » 홍수 때 논에 떠밀려온 채로 발견된 지하 가물치의 두 번째 종 ‘아에니그마찬나 마하발리’(Aenigmachanna mahabali). 랄프 브리츠 제공.

새로 발견된 지하 가물치는 길이 8∼12㎝인데 뱀장어처럼 길고 몸통은 배와 꼬리까지 비늘로 빽빽하게 덮였다. 이 물고기는 가물치의 특징인 공기 호흡 기관과 부레가 없었다.

또 뱀장어나 갈치처럼 긴 지느러미가 파동을 일으키며 앞뒤로 몸을 움직였다. 연구자들은 “좁은 지하 공간에 적응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일반적인 동굴 물고기가 눈이 퇴화하고 색소를 잃어 투명한 빛을 띠는 데 견줘 지하 가물치는 눈과 체색을 유지했다. 연구자들은 “이 물고기가 지하 공간에만 살지 않고 주기적으로 지상으로 나오기 때문일지 모른다”고 추정했다.

ga5.jpg » 케랄라 지역에서 갑자기 탁해진 우물을 쳐내다 포획한 골룸 가물치. 대수층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 길이 9㎝이다. 랄프 브리츠 제공.

쇠퇴한 부레와 개수가 적은 등뼈와 갈비뼈 등은 가물치의 원시적 형질이다. 유전자 분석에서 지하 가물치가 기원한 시기는 8300만∼1억3600만년 전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초대륙 곤드와나가 분열하기 시작해 붙었던 아프리카와 인도가 갈라지기 시작한 시점이 1억2000만년 전이어서 이 물고기는 대륙의 이동에 따른 분단분포로 새로운 분류군이 탄생한 사례일 수 있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민물고기인 이 가물치가 바다 건너 다른 대륙으로 이동할 다른 방법은 없다고 연구자들은 설명했다. 뒤집어 말하면 지하 가물치는 한때 인도와 아프리카 대륙이 붙어 있었다는 대륙 이동의 증거가 되는 셈이다.

한편 케랄라 대수층은 약 600만 개의 우물을 통해 이 지역 주민 수백만 명의 식수원으로 쓰이고 있어 용수 과다 사용으로 수위가 떨어지면 독특한 지하 생태계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인용 논문: Scientific Reports, DOI: 10.1038/s41598-020-73129-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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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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