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는 왜 ‘힘이 장사’일까

조홍섭 2020. 11. 06
조회수 5653 추천수 0
체중 5700배까지 들어…비행 포기하면서 날개 근육 공간 ‘리모델링’

an1.jpg » 식용 균류를 재배하기 위해 잎을 잘라 둥지로 옮기는 가위개미. 개미는 자신의 체중보다 훨씬 무거운 물체를 쉽게 옮기는데 날개를 포기한 혁신의 결과라는 주장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남미 가이아나의 열대림에 사는 한 개미(학명 Azteca andreae)는 나뭇잎 가장자리에 떼 지어 매복하다 자기 몸집에 견줘 엄청나게 큰 먹이를 사냥하는 행동으로 유명하다. 실험에서 이 개미는 주둥이로 자기 체중의 5700배까지 견뎠고 무리 지어 사냥한 메뚜기 무게는 19g에 이르러 개미 한 마리 체중의 1만3000배가 넘었다.

사회성 곤충인 개미는 사냥하거나 채집한 먹이, 먹이를 재배할 잎사귀, 둥지 재료 등을 집으로 물고 끌어 나르며 새끼와 동료, 장애물 등도 거뜬히 들어 운반한다. 가이아나 개미처럼 극단적이지 않더라도 개미는 종종 자기 체중보다 10배 이상 무거운 물체를 어렵지 않게 나른다.

an2.jpg » 자기 체중의 5000배가 넘는 동전을 입을 물어 버티는 가이아나 개미. 무게를 버티는 건 한 마리(화살표)뿐이다. 앨런 드전 외 (2010) ‘플로스 원’ 제공.

an3.jpg » 잎 가장자리에 매복했던 가이아나 개미들이 나방에 일제히 달려들어 포획하는 모습. 나뭇잎의 잔털과 개미 다리의 고리가 벨크로처럼 맞물려 나방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붙드는 것으로 밝혀졌다. 앨런 드전 외 (2010) ‘플로스 원’ 제공.

개미는 왜 이렇게 힘이 셀까? 초고해상도 분석기술을 이용해 개미 내부의 근육과 뼈대를 상세히 들여다본 연구결과가 이런 궁금증에 해답을 제시했다.

크리스천 피터르 프랑스 소르본대 곤충학자 등은 과학저널 ‘동물학 최전선’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일개미는 날개를 잃음으로써 땅에서 강력한 힘을 내도록 뼈대와 근육을 리모델링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개미는 날아다니던 말벌의 조상에서 갈라져 진화했지만 벌과 달리 일개미는 모두 날개를 잃고 땅에서만 산다. 연구자들은 개미가 지구에서 가장 성공한 동물로 꼽히는 요인으로 흔히 분업과 협동 등 사회성을 꼽지만 지상에서의 노동에 최적화한 일개미 계급의 형태적 특징은 잘 알려지지 않다고 지적했다.

an4.jpg » 일개미와 여왕개미(가운데 날개 달린 개체)는 가슴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필립 그론스키 제공.

사람은 흔히 비행을 꿈꾸지만 동물 진화에서 비행은 많은 희생을 요구한다. 날아다니는 곤충의 가슴에서 비행 근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는다. 비행하려면 몸의 다른 부위를 담당할 근육은 단단한 외골격 안에서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비행을 포기한 일개미의 가슴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개미 집단에서 여왕개미와 수개미만 짝짓기 비행을 위해 날개가 달려 있다.

연구자들이 엑스선 단층촬영과 3차원 모델링 기술로 일개미 가슴 속 내부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더니 여왕개미와 일개미의 가슴구조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주 저자인 고 피터르 박사(논문이 출간되기 직전인 9월 숨졌다)는 “비행을 위한 근육 자리에 일개미의 목, 사지, 배를 지탱하는 근육이 팽창해 더 큰 힘을 쓸 수 있도록 재배치됐다”라고 공동 연구기관인 일본 오키나와 과학기술 대학원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an5.jpg » 여왕개미(a, c)와 일개미(b, d)의 가슴 내부구조 비교. 여왕개미는 비행을 위한 근육(보라색)이 가슴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일개미는 목(붉은색), 다리, 배를 움직이는 근육이 팽창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피터르 외 (2020) ‘동물학 최전선’ 제공.

구체적으로 비행 근육이 달리지 않은 일개미의 가슴 등판은 단단한 상자 모양으로 바뀌어 머리, 다리, 배를 움직이는 근육을 튼튼하게 지탱하게 됐고 근육이 힘을 잘 쓰도록 키틴질 내부구조도 달라졌다. 또 무거운 물건을 드는 사람의 팔 구실을 하는 목 근육과 무게를 버티는 다리 근육이 현저히 커졌다. 침을 쏘거나 개미산을 분비하기 위해 배 끝을 외적에 재빨리 조준할 수 있도록 배를 움직이는 근육도 강화됐다.

an5-1.jpg » 개미가 지구에서 가장 성공한 동물의 하나가 된 데는 날개를 버리고 땅 위 생활에 적응한 일개미의 혁신이 자리 잡고 있다. 필립 왼레 제공.

결국 일개미가 나는 능력을 잃은 것이 더 강력한 힘을 지니도록 혁신하는 진화를 촉발한 셈이다. 그러나 비행능력 상실이 모두 힘 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말벌의 일종은 비행을 포기했지만 비행 근육이 들어있던 자리를 더 큰 배의 근육으로 채웠다. 이 말벌은 외톨이 생활을 해 먹이를 운반할 필요가 없고 다른 곤충에 침을 쏘아 번식하는 기생벌이다.

인용 논문: Frontiers in Zoology, DOI: 10.1186/s12983-020-00375-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기꺼이 비행을 포기한 새들에게 인류는 재앙이었다기꺼이 비행을 포기한 새들에게 인류는 재앙이었다

    조홍섭 | 2020. 12. 03

    인류가 날지 못하는 새 166종 멸종시켜…천적 없는 대양 섬 뛰어난 적응이 비극 불러멸종의 상징인 도도는 인도양 모리셔스 섬에 살던 대형 비둘기였다. 1000년 전 멸종한 마다가스카르 섬의 코끼리새는 몸무게 500㎏에 알 무게만 10㎏인 인간이 ...

  • 새들도 하는 민주주의…우두머리 독재 다수결로 누른다새들도 하는 민주주의…우두머리 독재 다수결로 누른다

    조홍섭 | 2020. 12. 02

    아프리카 호로새 지배층이 먹이 독차지하면 다수가 이동해 굴복시켜동물은 강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산다고 흔히 알고 있지만 최근 일부 야생동물에서 일종의 다수결에 의한 민주주의 원리가 관철되는 사례가 활발히 연구되고 ...

  • 코끼리의 하루 물 소모량 욕조 2개, 기후변화 취약코끼리의 하루 물 소모량 욕조 2개, 기후변화 취약

    조홍섭 | 2020. 11. 30

    여름엔 하루 400∼500ℓ 체온 냉각 등에 써…주 서식지 건조·온난화 가속건조한 사바나에 사는 아프리카코끼리가 더운 날 하루에 잃는 물의 양은 몸 수분함량의 10%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욕조 2개를 가득 채울 분량으로 육상 동물에서...

  • 야생 호랑이도 백신이 필요해, 개홍역 유일 대책야생 호랑이도 백신이 필요해, 개홍역 유일 대책

    조홍섭 | 2020. 11. 27

    개보다 너구리 등 야생동물이 바이러스 ‘저수지’…정기 포획 조사 때 접종하면 효과아무르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 한국호랑이)의 주요 멸종위협으로 떠오른 개홍역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서는 개가 아닌 야생 호랑이에게 직접 백신을 접종하는 대책이 ...

  • 2천년 채취한 진귀 한약재, ‘칙칙한’ 애들만 살아남아2천년 채취한 진귀 한약재, ‘칙칙한’ 애들만 살아남아

    조홍섭 | 2020. 11. 26

    티베트 고산식물 천패모, 채집 심한 곳일수록 눈에 안 띄는 위장 색 진화사람의 자연 이용은 진화의 방향도 바꾼다. 큰 개체 위주로 남획하자 참조기는 살아남기 위해 점점 잘아지고 상아 채취가 계속되자 상아가 없는 코끼리가 늘어난 것은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