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가 돌아오자 여우가 웃었다? 포식자 애증 관계

조홍섭 2020.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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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만 먹다 사슴고기로 배 불리지만 죽을 위험은 다른 문제

wo1.jpg » 같은 갯과 포식자이지만 늑대는 순록을 사냥하지만(왼쪽) 여우는 그 찌꺼기를 노린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여우는 늑대 주변을 맴돈다. 사냥하고 남긴 찌꺼기를 얻어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칫하면 덩치가 3배나 큰 늑대에 물려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남긴 먹이는 치명적 유혹이다. 

늑대가 사라진 곳에 늑대를 복원하면 그곳 여우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 멀리할 수도 그렇다고 가까이할 수도 없는 중형 포식자와 대형 포식자의 복잡한 애증 관계를 현장에서 살펴본 연구결과가 나왔다.

프란세스코 페레티 등 이탈리아 연구자들은 ‘린네 학회 생물학 저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탈리아 중부의 한 보호구역에 늑대를 복원한 뒤 여우의 먹이 변화를 조사했더니 사슴과 멧돼지 등 대형 포유류가 식단에 오르는 빈도가 전보다 2∼3배 늘었다”고 밝혔다.

wo2.jpg » 중형 포식자인 여우는 기회가 오염 무엇이든 사냥한다. 뉴트리아를 사냥한 여우. 스테파노 베티니,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여우는 기회가 오면 뭐든지 먹지만 주 식단은 과일, 곤충 등 무척추동물, 쥐 등 소형동물로 꾸려진다. 그런데 늑대가 오고 나서 여우의 배설물을 조사해 보니 사슴 등 대형 포유류를 먹은 여우가 34%나 됐다.

물론 여우도 봄과 초여름엔 갓 태어난 사슴 새끼를 사냥한다. 그러나 조사에서 여우는 연중 사슴 등 유제류를 꾸준히 섭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보호구역엔 다마사슴, 노루, 멧돼지 등 유제류가 풍부하다. 연구자들은 “복원한 늑대가 남긴 유제류 먹이가 여우에게 새로운 먹이를 제공해 주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일반적으로 중형 포식자는 대형 포식자를 회피하지만 이곳 여우는 늑대와 활동영역이 겹치고 활동시간도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다른 곳에서도 대형 포식자와 중형 포식자가 이처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까. 연구자들은 “두 포식자 사이의 공존이 먹이가 풍부한 지역 여건 때문일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wo3.jpg » 사냥감을 지키는 퓨마.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먹이를 노리는 중형 포식자는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멜리아 데비보, 워싱턴대 제공.

일반적인 대형과 중형 포식자 사이의 관계를 조사한 또 다른 연구결과는 반대 결론을 내놓는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자들이 250여개의 기존 연구결과를 종합해 실은 과학저널 ‘에콜로지 레터스’ 최근호의 리뷰논문을 보면 지구촌에서 대형 포식자가 남긴 먹이 찌꺼기는 중형 포식자가 모처럼 고기 맛을 볼 기회보다는 죽음의 덫에 가깝다.

주 저자인 로라 프러그 교수는 “처음에 우리는 작은 포식자들이 늑대가 사냥한 고기 찌꺼기를 청소하면서 득을 볼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러나 사냥 장소에서 늑대와 맞닥뜨려 죽을 확률이 커 실제로 먹이 찌꺼기 청소는 득이라기보다 덫으로 작용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조사 결과 중형 포식자 먹이의 3분의 1은 사슴 등 유제류여서 늑대 등 대형 포식자의 사냥감 찌꺼기가 주요 먹이인 것으로 드러났지만 동시에 중형 포식자의 사망 원인 가운데 3분의 1은 그 먹이를 제공한 대형 포식자로 나타났다.

wo4.jpg » 최상위 포식자인 늑대는 같은 갯과 중형 포식자를 많이 죽인다. 카이자 클라우더, 워싱턴대 제공.

참을 수 없는 유혹에 이끌려 사냥감 찌꺼기를 먹으러 갔다가 먹이로 되돌아온 대형 포식자에게 죽임을 당한 중형 포식자가 상당히 많다는 얘기다. 특히 가뭄, 산불, 혹한 등으로 먹이가 부족할 때 이런 일이 잦았다.

연구자들은 “세계적으로 대형 포식자가 감소해 여우 등 중형 포식자가 늘어나는 문제가 생기고 있는데 이런 생태적 덫이 조절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늑대 등 갯과 대형 포식자는 여우, 코요테 등 같은 갯과 포식자를 주로 죽이지만 퓨마 등 고양잇과 대형 포식자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죽이는 특성이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인용 논문: Biological Journal of the Linnean Society, DOI: 10.1093/biolinnean/blaa139/6026522

Ecology Letters, DOI: 10.1111/ele.1348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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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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