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를 닮은 포유류, 오리너구리의 비밀

조홍섭 2021. 01.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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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샘 있으면서 알 노른자도 만들어…지금은 사라진 고대 포유류 흔적


pl1.jpg » 마치 오리와 비버, 수달을 합쳐놓은 듯한 모습의 오리너구리. 실제로 유전형질이 뒤섞여 있음이 밝혀졌다. 게티이미지뱅크

1799년 영국 박물관 학예사 조지 쇼는 식민지였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보내온 이상한 동물 표본을 받았다. 오리 주둥이에 비버 꼬리와 수달의 발을 지닌 이 동물을 쇼는 진기한 동물에 지불하는 두둑한 보상을 노리고 여러 동물을 짜깁기해 만든 속임수라고 판단했다.


표본을 여러 개 더 받고 나서야 오리너구리는 비로소 학계에 등록될 수 있었다. 가시두더지와 함께 지구 위에 둘밖에 없는 단공류 동물인 오리너구리가 어떻게 새와 포유류 중간 형질을 띠게 됐는지를 밝힐 중요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장 궈지 덴마크 코펜하겐대 생물학과 교수 등 국제연구진은 7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오리너구리의 유전체(게놈) 지도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오리너구리는 현생 포유류가 등장하기 수백만 년 전에 살았던 고대 포유류 집단에 속해 포유류와 조류, 파충류를 섞어놓은 듯한 유전자를 지녔음이 드러났다.


pl2.jpg » 야생의 오리너구리. 주로 물속에서 곤충과 연체동물을 잡아먹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조지 쇼가 의심했던 이상한 외모 말고도 오리너구리는 매우 독특한 생태를 지녔다. 수컷의 뒷발에는 개를 죽일 수 있는 강력한 독을 뿜는 박차가 달려 영역 싸움에 쓴다.

갈색 털도 자외선 아래에선 청록색 형광을 낸다. 또 사람을 포함해 포유류가 2개 지닌 성염색체가 10개나 된다. 무엇보다 포유류이면서 알을 낳는데 깨어난 새끼는 젖을 먹여 기른다.


유전체 염기서열에 그 비밀이 들어있었다. 알의 노른자를 만드는 데는 비탈로제닌 유전자 3개가 필요하다. 닭은 이 3개를 모두 간직하고 있고 사람은 하나도 없는 대신 젖의 주요 성분인 카세인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있다

.

이번 연구에서 오리너구리는 비탈로제닌 유전자 1개와 함께 카세인 유전자도 보유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이 동물이 낳은 알은 비교적 짧은 10일 만에 부화하는데(닭은 21일) 알에서 깬 새끼에 젖을 먹여 기른다. 게다가 젖빨이동물(포유류)의 가장 큰 특징인 젖꼭지가 없어 젖을 피부에 난 구멍에서 땀처럼 분비해 배의 홈을 통해 새끼에게 먹인다.


pl3.jpg » 오리너구리의 둥지와 알을 묘사한 박물관 모델. 알은 조류보다 일찍 깨 젖을 먹고 자란다. 마테오 데 스테파노,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장 교수는 “오리너구리의 유전체를 해독함으로써 사람을 포함한 다른 포유류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며 “왜 일부 포유류가 알을 낳는 대신 새끼를 낳게 됐는지 알려준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는 “오리너구리가 포유류인 것은 맞지만 유전적으로는 포유류, 조류, 파충류가 뒤섞여 있다. 이 동물은 포유류 옛 조상이 당시의 환경에 적응해 성공적으로 살아남은 독특한 형질을 간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오리너구리의 조상은 이를 가지고 있었지만 1억2000만년 전 이를 포기하고 대신 각질판 2개로 이뤄진 오리 주둥이 형태의 주둥이를 갖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오리 주둥이는 미세한 전기를 감지하는 센서로 덮여있어 이를 이용해 어두운 펄 속에서 곤충과 연체동물 등을 잡아먹는다.


pl4.jpg » 왜 사람은 알을 낳지 않고 아이를 낳을까. 오리너구리는 그 비밀을 유전체 안에 간직하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또 모든 포유류가 암컷은 XX 수컷은 XY 2개의 성염색체를 지니지만 오리너구리는 X염색체와 Y염색체 각 5개씩 모두 10개의 성염색체를 보유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이것이 “사람보다는 닭과 가까운 특징”이라고 밝혔다.


오리너구리는 새처럼 오줌과 똥의 배설, 생식을 하나의 구멍을 통해 해 단공류란 이름을 얻었다. 그러나 젖샘과 털이 있고 귓속에 3개의 뼈를 갖춘 것은 포유류의 전형적 특징이다.


인용 논문: Nature, 10.1038/s41586-020-03039-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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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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