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사냥하는 거미, 나뭇잎 엮어 덫으로 사용

조홍섭 2021. 01. 11
조회수 36467 추천수 0

농발거미 나뭇잎 2장 엮어 은신처 겸 덫으로…세계적으로도 개구리는 거미 단골 먹이


m1.jpg » 농발거미가 나뭇잎 2장으로 엮은 은신처에 사냥한 개구리를 물고 들어간 모습. 풀전스 외 (2020) ‘생태학 및 진화’ 제공.

푹푹 찌는 열대우림에서 나뭇잎이 드리운 그늘은 나무 개구리에게 더위와 포식자를 피해 한숨 돌릴 매력적인 장소이다. 그러나 마다가스카르에서 크고 빠른 사냥꾼인 농발거미가 이런 나뭇잎 쉼터를 개구리 사냥을 위한 함정으로 쓰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무척추동물인 절지동물은 척추동물의 먹이이지만 일부 절지동물 특히 거미는 반대로 척추동물을 많이 잡아먹기로 유명하다(▶곤충의 반격, 소금쟁이가 개구리 알 포식). 다리를 펴면 길이가 15㎝에 이르고 동작이 빠른 농발거미과의 거미는 잠복사냥이 장기이다.


티오 풀전스 마다가스카르 안타나나리보대 생물학자 등은 과학저널 ‘생태학 및 진화’ 최근호에 다마스테스 속 거미가 나무에 사는 소형개구리를 나뭇잎 함정에 유인해 잡아먹는 것 같다는 관찰결과를 보고했다.


처음 목격한 사람은 독일 괴팅겐대 생태학자 도미니크 마르틴으로 2017년 마다가스카르 동북부의 한 묵논에서 조류조사를 마치고 돌아오다 거미가 개구리의 머리를 송곳니로 물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다가가자 거미는 먹이를 물고 바로 옆의 은신처로 들어갔다.


m2.jpg » 사냥한 거미를 물고 있는 거미. 풀전스 외 (2020) ‘생태학 및 진화’ 제공.

이 은신처는 이웃한 두 장의 나뭇잎을 거미줄로 3분의 1쯤 붙인 뒤 생긴 벌어진 틈으로, 나뭇잎은 줄기에 달려 싱싱한 상태였다. 연구자들은 이듬해 이와 비슷한 은신처를 3곳에서 더 발견했는데 거미는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틈의 안쪽에 숨어 있었다. 연구자들은 “이 은신처가 낮 동안 쉼터를 찾는 개구리를 속여 끌어들여 사냥하는 함정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다른 거미 가운데서도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은신처를 만드는 사례와 또 이 은신처를 먹이를 사냥하는 함정으로 ‘재활용’하는 거미도 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낮에 기온이 오르면 개구리는 햇볕에 피부가 마르는 것을 막고 새 등 포식자로부터 피하기 위한 장소를 찾는데 거미가 이런 피난처를 만드는 것을 4차례나 발견했다”며 “이것은 거미가 나무에 사는 개구리를 먹이로 사냥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만든 함정이라는 증거”고 밝혔다.


m3.jpg » 개구리를 사냥한 거미와 같은 농발거미과의 팔리스테스 속 거미. 잠복사냥을 주로 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러나 연구자들이 제시한 증거는 은신처 주변에서 개구리를 사냥한 거미를 목격한 것이어서 함정으로 쓴 은신처에서 개구리를 사냥했다는 직접 증거는 아니다. 연구자들도 “거미가 개구리를 사냥한 것을 한 번 목격한 것이어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거미의 개구리 사냥은 세계적으로 흔하게 보고된다. 호세 발데스 덴마크 오르후스대 생물학자는 지난해 절지동물이 척추동물을 잡아먹는 세계적 양상을 리뷰한 ‘지구 생태학 및 생물지리학’ 논문에서 “절지동물이 척추동물을 포식한 사례가 89개국에서 1300여 건 보고됐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의 포식자가 거미이며 먹이가 된 척추동물의 40%가 개구리”라고 밝혔다.


m4.jpg » 거미에 먹힌 종과 속이 같은 마다가스카르의 나무 개구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 논문에서 거미는 새를 뺀 모든 척추동물 부류에서 주요 포식자로 나타났다. 새를 가장 많이 잡아먹는 절지동물은 사마귀였다(▶새 사냥하는 사마귀, 자연에 고정관념은 없다). 절지동물의 먹이가 되는 척추동물은 파충류에서 도마뱀이 가장 많았고 포유류 가운데는 절반이 박쥐, 3분의 1이 물고기였다.


개구리가 거미의 쉬운 먹이가 되는 이유로 연구자들은 “피부가 부드럽고 관통이 쉬우며 유생에서 성체에 이르기까지 물에서 나무 위까지 서식처가 다양하기 때문”이라며 “그 대신 개구리는 번식력이 커 한 번에 수만개의 알을 낳기도 한다”고 밝혔다.


Randy Anderson-1.jpg » 거미에 이어 척추동물을 가장 많이 사냥하는 절지동물인 사마귀가 벌새를 먹고 있다. 랜디 앤더슨 제공.

인용 논문: Ecology and Evolution, DOI: 10.1002/ece3.7102

Global Ecology and Biogeography, DOI: 10.1111/geb.1315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개 가축화, ‘단백질 중독’ 피하려 남는 살코기 주다 시작?개 가축화, ‘단백질 중독’ 피하려 남는 살코기 주다 시작?

    조홍섭 | 2021. 01. 08

    사냥감 살코기의 45%는 남아돌아…데려온 애완용 새끼 늑대 먹였을 것 .개는 모든 동물 가운데 가장 일찍 가축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 어떻게 늑대가 가축이 됐는지는 오랜 논란거리다.개의 골격이 발견된 가장 오랜 구석기 유적은 1만4...

  • 새를 닮은 포유류, 오리너구리의 비밀새를 닮은 포유류, 오리너구리의 비밀

    조홍섭 | 2021. 01. 08

    젖샘 있으면서 알 노른자도 만들어…지금은 사라진 고대 포유류 흔적 1799년 영국 박물관 학예사 조지 쇼는 식민지였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보내온 이상한 동물 표본을 받았다. 오리 주둥이에 비버 꼬리와 수달의 발을 지닌 이 동물을 쇼는 진기한 ...

  • 말의 몸통 지닌 ‘키작은’ 기린 발견, 유전 다양성 감소 탓?말의 몸통 지닌 ‘키작은’ 기린 발견, 유전 다양성 감소 탓?

    조홍섭 | 2021. 01. 07

    우간다와 나미비아서 각 1마리 확인…동물원, 가축선 흔해도 야생 드물어 .아프리카 우간다와 나미비아에서 돌연변이로 인한 골격발육 이상으로 추정되는 왜소증 기린이 발견됐다. 일반적으로 왜소증은 근친교배가 이뤄지는 가축에서 흔히 발견되지만 야생...

  • 스타 동물 자이언트판다 그늘서 반달곰 운다스타 동물 자이언트판다 그늘서 반달곰 운다

    조홍섭 | 2021. 01. 06

    판다 좋아하는 고산 중심 보호구역…반달곰, 사향노루 보호 못 받아 급감 자이언트판다나 호랑이처럼 카리스마 있고 넓은 영역에서 사는 동물을 우산종 또는 깃대종이라고 한다. 이 동물만 보전하면 그 지역에 함께 사는 다른 많은 동물도 보전되는 ...

  • 본능보다 학습, 갑오징어는 경험으로 배운다본능보다 학습, 갑오징어는 경험으로 배운다

    조홍섭 | 2021. 01. 04

    먹이 양 적더라도 ‘확실한 보상’ 선택…개 뺨치는 학습능력‘더 많은 게 좋다’ 본능 학습으로 이겨…무척추동물 중 두뇌 가장 크고 복잡문어나 낙지와 함께 두족류에 속하는 갑오징어는 위장술과 사냥 솜씨가 빼어나기로 유명하다. 갑오징어가 신...

인기글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