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어와” 명령, 꿀벌에도 효과 있네

조홍섭 2020.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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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통서 해바라기 꽃 냄새 훈련, 씨앗 생산 57% 증가

s1.jpg » 둥지에서 해바라기 꽃향기 물질로 냄새 훈련을 받은 꿀벌이 해바라기 꽃에 잔뜩 몰려들었다. 월터 파리나 제공.

사냥개에게 표적의 냄새를 맡게 한 뒤 추적하도록 하는 것처럼 꿀벌에게도 ‘냄새 훈련’을 통해 농작물의 가루받이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월터 파리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대 생물학자 등은 18일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논문에서 꿀벌에게 해바라기 꽃 향기를 흉내 낸 먹이를 먹인 결과 해바라기 생산량이 57%까지 늘어났다고 밝혔다.

파리나 박사는 “벌통 안 꿀벌에게 인공 향기 물질을 주었더니 나중에 향기에 이끌리는 꿀벌의 행동이 바뀌었다”며 “놀랍게도 표적 작물에 대한 꿀벌의 선호 효과는 오래 지속했고 강도도 강해 작물 생산의 현저한 증가로 이어졌다”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s2.jpg » 둥지에서 해바라기 꽃향기를 이루는 일부 합성물질과 당분으로 이뤄진 냄새 흉내 물질을 먹은 꿀벌은 해바라기에 대한 편향성을 장기간 보유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월터 파리나 제공.

사회적 동물인 꿀벌은 벌통에서 다른 일벌이 현장에서 묻혀온 냄새를 통해 어떤 꽃을 찾아갈지 배운다. 연구자들은 목표 작물인 해바라기 향기를 넣은 먹이를 주어 이런 사회적 학습을 유도했다.

벌통에서 이런 기억을 각인한 꿀벌은 해바라기 꽃을 편향적으로 찾는 행동을 나타냈다. 벌들은 해바라기밭의 위치를 가리키는 엉덩이춤을 더욱 자주 추었고 해바라기 꽃가루도 더 많이 가져왔다. 그 결과 해바라기 씨앗 생산량은 품종에 따라 29∼57% 증가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연구자들은 꿀벌의 냄새 학습에 쓸 합성 향기 혼합물을 개발했는데 해바라기 향기 물질의 일부와 당분으로 이뤄졌다. 연구자들은 “해바라기의 꽃향기는 200가지 성분으로 이뤄지지만 이 가운데 3가지 화합물로 만든 혼합물로도 꿀벌에게 자연적인 향기와 마찬가지 효과를 거뒀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인공 향기 물질은 처음 해바라기 향기를 맡아보는 어린 꿀벌에게 특히 효과가 컸으며 그 기억이 나흘 동안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3.jpg » 대규모 해바라기 농장 곁에 설치한 벌통에서 합성 향기혼합물 실험이 이뤄졌다. 월터 파리나 제공.

이번 발견은 세계적으로 꿀벌 등 가루받이 곤충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파리나 박사는 “곤충의 가루받이가 중요한 농작물에 꽃향기 흉내 물질을 쓰는 단순한 방법으로 가루받이 서비스를 향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가루받이에 의존하는 작물인 아몬드, 배, 사과 등으로 연구 대상을 넓히고 있다고 밝혔다.

인용 논문: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0.08.01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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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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