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집단도 “4대강 보·준설, 비과학적”

조홍섭 2009. 08. 07
조회수 12003 추천수 0
한국수자원학회 회의·원로 좌담회서 잇단 지적
“용수 확보·홍수 조절 근거 없고, 넉달만에 뚝닥”
 
 
정부의 ‘4대 강 살리기’ 사업의 핵심인 준설과 보 설치가 과학적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으며, 지나치게 조급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수자원전문가들로부터 나왔다.
 
한국수자원학회가 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연 제1회 4대 강 살리기 컨퍼런스에서 상당수 전문가가 4대 강 사업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수자원학회는 이·치수에 관한 대표적인 전문가 집단이며, 심명필 국토해양부 4대 강 살리기 추진본부장이 전임 학회장이다.
 
이날 ‘비전과 전략’ 분과에서 전문가들은 전체 예산의 39%를 들여 16개 보를 설치하고 강바닥을 5.7억㎥ 준설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인데, 용수확보와 홍수조절을 위해 필요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준설 따른 저수공간이 바로 물 공급 증가시키는 것 아니다”
 
qqq1.jpg김승 수자원의 지속적 확보기술개발사업단장은 “준설을 통해 수자원을 확보하는 것은 강바닥 모래에 이미 물이 차 있어 물그릇이 많이 늘지 않으며 물이 부족한 곳은 본류가 아닌 상류여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준설의 홍수조절효과에 대해서도 “이미 4대 강의 하상이 낮아져 있고 보를 미리 비워둬야 하기 때문에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김 단장은 “한국 하천관리의 모델이 된 일본이 요즘 열심히 배우는 독일의 하천관리는 직강화된 하천을 굽이치게 만들고 모래톱을 복원하고 있다”며 “서울에서 시민들이 수영하던 한강 백사장을 포기하고 여의도를 얻었는데, 이제 낙동강 모래사장 주고 무엇을 얻으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이날 함께 열린 수문학계 원로 좌담회에서도 준설과 보의 문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윤용남 고려대 명예교수는 “준설과 보로 13억㎥의 수자원을 확보한다는 것은 준설을 하다보니 나온 수치이지 정밀한 수지계산 결과는 아니다”며 “준설로 확보하는 저수공간이 바로 물 공급을 증가시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바람직한 하천의 모습을 위해서 과도한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보와 준설이 최선의 대안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원환 연세대 명예교수도 “보의 제 기능을 강바닥의 침식을 막아 하상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높이가 10m가 넘는 보는 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수자원확보를 하려면 차라리 각 하천 지류에 소규모 댐을 만들어 물 저장하라”고 제안했다.
 
국토 전반에 걸친 계획이면서도 기후변화 등 미래의 불확실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아직 연구자에게 마스터플랜 보고서도 공개되지 않아”
 
김영오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기후변화가 21세기 수자원 연구의 핵심 주제가 됐는데 이 사업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확률홍수량 조정 등이 설계에 고려되지 않았다”며 기후변화 등 자연과 기술의 불확실성이 상승효과를 일으킬 것을 우려했다.
 
22조 원 사업을 4개월 만에 마스터플랜을 짜고, 아직 연구자에게 마스터플랜 보고서도 공개되지 않은 정부의 졸속·밀실 추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전문가들은 대안으로 단계적 추진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소 연구위원은 “외국이라면 계획에만도 몇 년이 걸린다”며 “묶음으로 모든 사업을 한꺼번에 추진하지 말고 단계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모아 추진하면서 불확실성과 오류가능성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오 교수는 “수질이 가장 나쁜 영산강과 그 지류를 먼저 해보자”고 제안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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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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