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석유 개발 포기할테니 지원금 달라“

조홍섭 2009. 11. 10
조회수 22091 추천수 0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용감한’ 제안
지구 허파’ 보존 대가 지속가능한 경제 지원 요구
개도-선진국 ‘CO₂감축 지구 살리기’ 윈-윈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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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24일 뉴욕에서 열린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에콰도르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진정한 지속가능한 경제로 만들 이 제안을 진지하게 고려해 달라”고 호소했다. (에콰도르 정부의 야스니-ITT 사업 제안서 보러가기)

 
‘야스니-ITT 이니셔티브’로 불리는 그의 제안은 한 마디로, 땅속에 묻힌 막대한 양의 석유를 캐지 않을 테니 선진국이 그 대가를 지불하라는 것이다.
 
언듯 급진적인 좌파 대통령의 포퓰리즘 발언처럼 들리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 않다. 그의 제안은 코펜하겐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를 앞두고 남-북 갈등을 해소할 윈윈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네스코 지정 야스니 공원, 에콰도르 석유 매장량 20%
 

 
남미 적도 근처에 위치한 에콰도르에는 야스니 국립공원이 있다. 유네스코의 생물권보전지역이기도 한 이곳은 아마존 열대우림의 서북쪽 끄트머리로서 안데스 산맥과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야스니 국립공원은 세계에서 생물다양성이 가장 높은 곳의 하나로 꼽힌다. 식물만 해도 1㏊에서 644종의 나무가 발견됐는데, 이는 북아메리카 대륙 전체의 수종에 해당한다.
 
게다가 이곳에는 원주민인 와오리니 족이 사는데, 이들은 외부의 접근을 완강히 거부하고 자발적인 고립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지구상 마지막 자유인이다.
 
그러나 야스니 지역이 열대 동·식물과 토착원주민의 천국은 아니다. 불법 벌목꾼과 원주민 사이의 유혈충돌이 계속되고, 무엇보다 이 열대림 땅 밑에 막대한 석유가 묻혀있음이 드러나면서 개발과 보전의 갈등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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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니 공원 밑에 매장된 기름은 무려 8억5천만 배럴로, 석유 수출이 주수입원인 이 나라 석유 매장량의 20%를 차지한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하루 2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가난한 이 나라에서 열대우림을 베어내고 석유를 개발한다고 비난을 퍼부을 나라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코레아 대통령은 2007년 독창적인 제안을 했다. 석유를 캐내 화석연료로 쓴다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켜 기후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확인된 석유를 캐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는 이산화탄소를 없애느라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응분의 보상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지지하는 나라 늘었지만 기금 형성 더뎌
 
Untitled-7 copy.jpg물론 석유를 채굴하지 않으면, 생물다양성과 토착 원주민 문화를 보전하고, 또 에콰도르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발전시키는, 당장 돈으로 따지기 힘든 혜택을 입는다.
 
포기하는 석유 수입액 약 70억달러의 절반을 국제사회에서 지원해 기금을 만들고, 이 돈으로 산림 보전, 에너지 효율 향상, 재생에너지 개발 등에 지원한다면 에콰도르는 석유에 의존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만일 이런 제안이 성공을 거둔다면 생물자원은 많고 가난한 필리핀 등 다른 개도국들에게도 응용될 만한 전략이다.
 
독일 의회는 지난해 에콰도르의 제안을 지지하고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스페인, 프랑스, 헝가리 등도 지지 의사를 표시했다. 에콰도르 정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등으로부터도 공식 지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공감은 넓어지고 있지만 정작 필요한 기금 형성 등 돈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코레아 대통령은 최근 외국 석유회사 4곳과 유전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더는 기다릴 시간이 없다는 일종의 시위인 셈이다.
 
하지만 야스니 지역은 의회와 대통령의 승인이 없이는 개발을 하지 못하는 ‘영구보전’ 지역으로 묶여 있다. 세계는 가난하지만 용기 있는 이 나라의 시험이 어떻게 될지 지켜보고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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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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