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2.1m 뿔 간격 3.6m 거대한 사슴, 왜 몰락했나

조홍섭 2009. 11. 19
조회수 83409 추천수 0
뿔 무게 못 이겨 죽었다는 이론이 그동안 주류
화석 분석해보니 빙하기 때 먹이 부족해 ‘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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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 검치호랑이 등 수많은 대형 포유동물이 지난 빙하기 때 멸종했다.
 
이 가운데는 사상 최대의 사슴이 들어 있다. 키 2.1m에 뿔과 뿔 사이의 간격이 3.6m에 이르는 이 거대한 사슴은 지난 40만년 동안 시베리아 바이칼호에서 아일랜드에 이르기까지 번창했지만 지난 빙하기가 끝날 즈음 돌연 사라졌다.
 
이 멋진 사슴의 멸종원인을 두고 그동안 여러 설명이 나왔다.
 
암컷을 차지하려고 수컷이 점점 더 큰 뿔을 가지는 쪽으로 진화한 나머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 죽었다는 설명이 널리 퍼져 있다. 해마다 점토가 끔찍한 진흙탕을 이루는 아일랜드에서 이 주장은 인기가 높다. 빙하기 때 정교한 석기를 갖추고 조직적인 사냥을 한 인류에게 책임을 돌리는 이론도 있다.
 
Untitled-11 copy 2.jpg그러나 크리츠 캔드라 미국 포틀랜드대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고지리학, 고기후학, 고생태학>에 실은 논문은 기존의 주장을 뒤엎는다. 큰뿔사슴은 추위로 인한 먹이 부족 때문에 몰락했다는 것이다. 아일랜드에는 빙하기 때 아직 사람이 살지 않았다.
 
연구진은 아일랜드에서 발굴된 큰뿔사슴 화석의 이빨을 분석했다. 이와 잇몸을 연결하는 시멘트질은 나이테처럼 해마다 조금씩 자라기 때문에 이 속에 든 탄소와 산소동위원소 함량을 조사하면 당시의 환경과 먹이 상태를 알 수 있다.
 
연구 결과, 빙하기 당시 사슴 서식지의 온도는 12도나 낮아졌고 건조해졌다. 이런 기후변화는 사슴에게 치명적이었다. 한랭화는 새싹이 돋는 시기를 늦추고 먹이식물이 자라는 기간을 줄여놓았다.
 
큰뿔사슴은 다른 사슴과 마찬가지로 해마다 뿔을 새 것으로 간다. 큰 덩치와 함께 여기엔 막대한 영양분이 필요하다. 게다가 해마다 새끼를 낳는 봄철에 집중적으로 풍부한 먹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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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조사 대상인 아일랜드의 큰뿔사슴은 이런 달라진 기후조건을 맞아 새로운 먹이원을 찾아 이동할 수 없었기에 약 1만년 전 멸종에 이르렀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시베리아의 큰뿔사슴은 피난처를 찾아 생존을 이어갔지만 약 7천년 전 모두 자취를 감추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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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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