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파헤치면 강변이 칭칭 감긴다

조홍섭 2009. 11. 24
조회수 57830 추천수 0
가시박 등 덩굴식물, 숲 잡아먹는 ‘식물계 공룡’
개발로 생길 맨땅이 ‘천국’…씨, 60년 뒤도 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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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변을 걷다 보면 나무 위에 거적을 덮어놓은 듯한 커다란 흉물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자세히 보면, 외래종인 가시박의 줄기가 큰 나무들을 감아 올라 완전히 뒤덮은 채 말라죽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최근 전국의 강변에서 급속히 퍼지고 있는 가시박 등 덩굴식물이, 4대강 사업으로 강변이 파헤쳐진다면 더욱 기승을 부려 생태계의 재앙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5분만 쥐고 있어도 손 감아…한여름엔 하루 30㎝ 쑥쑥
 
강병화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지난 18일 고려대에서 연 ‘하천정비사업의 식생관리-덩굴식물의 재앙’토론회에서 가시박 등 생태계 교란식물의 실태와 대처방안을 발표했다.
 
강 교수는 “특히 북미산 외래종인 가시박이 4대강을 중심으로 맹렬하게 번져 ‘식물계 공룡’이 되고 있다”며 “방치하면 국가적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시박은 1년생 초본이지만 생육이 왕성하고 한 번 생기면 좀처럼 없애기 힘들기로 악명이 높다. 강 교수는 “한창 생육기엔 손에 쥐고 5분 만 있어도 덩굴이 손을 감는다”고 말했다.
 
가시박의 덩굴은 한여름에 하루 30㎝ 이상 자라 주변의 풀은 물론 12m 높이의 나무까지 기어오른다. 햇빛이 차단된 주변 식물은 고사한다. 농촌진흥청의 연구로는 가시박이 다른 식물을 죽이는 제초성분을 분비하기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시박은 1년생이지만 씨앗이 무려 2만5천개나 열린다. 열매에는 청바지도 뚫고 들어갈 정도로 억센 가시가 달려 있어 사람과 짐승 털에 붙어 쉽게 옮겨진다. 또 가벼워 강물이 범람할 때 하류로 빠르게 이동하며, 씨앗은 휴면성이 있어 60년 동안 발아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가시박은 제주도를 뺀 전국의 주요 강변과 철로변, 도로변, 인가 주변, 야산 등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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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삼덩굴과 칡도 문제…일단 자리 잡으면 주변 초토화

 
가시박뿐 아니라 같은 덩굴식물인 환삼덩굴과 칡도 문제다.
 
환삼덩굴은 동의보감에 ‘율초’로 소개하고 있을 만큼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오랜 귀화식물이고 칡은 동아시아 원산인 식물이지만, 억센 생장력과 일단 자리를 잡으면 다른 식물을 초토화시키는 위력을 지니고 있다.
 
강 교수는 생태하천인 양재천에는 450종의 식물이 출현하는데, 식생을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는 과천시 구간에서는 환삼덩굴 한 종이 모두 덮어버려 식물조사를 포기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칡도 1990년대에 사방공사용으로 도로변에 많이 심어 현재 전 국토의 1.5%를 덮고 있지만, 칡뿌리를 캐 먹는 등의 채집활동이 멈춰 생태계의 문제아로 방치돼 있다.
 
안정된 숲이 조성된 곳에선 가시박, 환삼덩굴, 칡 등의 덩굴식물도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하천변, 도로변 등에 대한 개발로 나지가 생기면서 이들이 기승을 부리게 된 것이다.
 
4대강 개발은 전국 주요 하천의 바닥과 강변의 식생을 인위적으로 개발해 생태하천, 자전거도로, 산책로 등을 조성하는 것이어서 이들 덩굴식물이 만연할 절호의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란 우려를 낳는다.
 
강 교수는 “가시박과 환삼덩굴의 발생을 조절하지 못하면 강변 정비사업을 해도 노출된 사면이 덩굴식물 한두 가지로 뒤덮혀 생물다양성이 감소하고 생태계가 교란되며 경관도 나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재천 서초~과천 구간 가보면 미래의 대재앙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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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수는 조성된 지 15년이 지난 양재천은 개발이 끝난 4대강 주변의 미래상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식생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은 양재천의 서울 서초구와 경기 과천시 구간은 환삼덩굴과 가시박으로 뒤덮여 있다. 강남구 구간은 비교적 잘 관리되어 있지만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 전국 4대강 주변을 모두 서울 강남구처럼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강 교수는 가시박이나 환삼덩굴을 제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5~7월 어린 식물체에서 덩굴이 나오기 전 뿌리째 뽑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우거지면 덩굴을 제거해도 남은 줄기에서 가지가 나와 다시 자란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김종민 국립환경과학원 박사는 “외래종이 한창 무성할 때 벌이는 보여주기 식의 외래종 제거행사는 씨앗 확산을 막지 못하는데다 행사과정에서 표토가 훼손돼 외래종이 더 많이 번창하도록 유도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차용 안동시 농업기술센터장은 “가시박을 안동시가 박과 작물의 대목으로 도입했다고 알려진 것은 잘못”이라며 “이미 대목으로 쓰기 전에 대구와 포천 등에 자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가시박은 1970년대쯤 군부대 등을 통해 도입된 것으로 추정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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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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