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생태계 먹이사슬 ‘뿌리’가 녹는다

조홍섭 2008. 11. 24
조회수 31794 추천수 0

바다달팽이의 비명

지구온난화 따른 산성화로 40년 안에 대변혁

수백만 종의 바다생물 피난처인 산호도 위험

 

 

Untitled-4 copy.jpg


‘바다달팽이’라는 극지방 근처의 찬 바다에 사는 동물이 있다. 바다표면 근처를 헤엄쳐 다녀 ‘바다나비’라고도 불리는 부유성 연체동물이다. 길이가 1㎝도 안 되는 이 동물이 지구온난화와 관련해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류가 뿜어낸 이산화탄소로 바다가 산성화하면서 이 동물이 첫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수조에 바다달팽이를 넣고 실험을 했다. 바닷물은 이대로 가면 금세기 말께 남극해 근처에서 나타날 산성도를 띠도록 했다. 바다달팽이의 탄산칼슘 껍질은 이틀이 지나기 전에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이 연체동물이 아직 살아있는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생물은 대구, 청어, 연어를 비롯해 고래에 이르기까지 바다 생태계 먹이사슬의 기초를 이룬다. 바다달팽이가 사라진다면 바다의 생태계도 속절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온난화 방치하면 2030년엔 90%가 서식 부적합

 

Untitled-3 copy.jpg현재의 기후변화를 내버려둔다면 앞으로 40년 안에 지구는 지난 2천만년 동안 지구가 겪어보지 못한 정도로 바다의 산성도가 진행될 것이며, 금세기 말이면 전세계의 산호는 모두 사라질 것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제적인 해양보전단체인 오세아나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 ‘뼈아픈 시험: 우리는 이산화탄소로부터 바다를 지킬 수 있을까’에서 이렇게 밝혔다.

 

해양과학자들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바다의 산성화가 바다 생태계의 뿌리를 흔드는 치명상을 입힐 것이라며 강력한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했다.

 

산호는 세계적으로 수백만 종의 바다생물이 깃드는 피난처 구실을 한다. 바다달팽이도 연어의 일종인 곱등송어 먹이의 45%를 차지하는 등 바다생물의 기초식량이다. 바다달팽이가 10% 줄어들면 곱등송어 체중은 20%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두 생물 모두 탄산칼슘으로 된 껍질을 지닌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런데 바다에 많은 이산화탄소가 녹아들어가 탄산이 만들어지면, 바다의 화학평형이 깨지면서 바다생물이 껍질이나 뼈대를 만드는 데 써야 할 재료인 탄산이온이 부족해진다.

 

바다생물에게 이것은 심각한 문제다. 건강한 산호충에게도 풍랑이나 다른 생물이 훼손시킨 석회질 껍질을 매일 복구하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여기에 껍질을 만들 재료 구하기가 차츰 힘들어진다면 생존의 문제가 걸린다.

 

이 보고서를 보면, 산업혁명기인 1750년 산호주변 바다의 98%가 산호 생장에 적합한 탄산칼슘 포화도를 보이던 상태를 보이던 바다<그림1>가 2005년엔 적합한 비율이 60%로 줄어들었다.<그림2> 지구온난화를 방치했을 때 2030년이 되면 산호 주변 바다의 90%가 산호 서식에 부적합하게 바뀌며<그림3>, 2050년엔 산호가 살기에 적합한 바다는 사실상 없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그림4>

 

이산화탄소 방출량 2050년까지 2000년 대비 85% 줄여야

 

바다의 거대한 용량에 비춰 볼 때 바다가 기후변화의 가시적인 영향을 받으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제까지 바다는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절반 가량을 묵묵히 흡수했다. 현재도 해양은 인류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약 30%에 해당하는 3천만t을 매일 빨아들인다. 이 양은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 미국이 매일 내놓는 양의 약 2배에 해당한다.

 

그 바람에 바다의 산성도는 산업화 이전에 견줘 약 30% 늘어났다. 이대로 온실가스 방출을 내버려둔다면 2050년엔 산성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60% 늘어나고 2250년엔 210% 커질 것으로 이 보고서는 전망했다.

 

Untitled-6 copy.jpg

 

2050년의 산성도는 지구가 지난 2천만년 이래 겪어보지 못한 것이고, 2250년의 산성도는 공룡이 탄생하기도 전인 3억년 전 이래 가장 높은 농도이다. 게다가 과거 지질시대의 산성도 변화는 수천~수만년에 걸친 느린 변화였던 데 비해 인류는 200~300년이란 짧은 기간 동안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보고서는 현재 380ppm(ppm은 백만분의 1을 나타내는 단위)인 대기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350ppm으로 낮춰야만 바다생태계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선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2000년 대비 85% 줄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유엔환경계획(UNEP)도 최근 ‘죽은 바다’라는 긴급보고서를 내어 “2050년이면 남극해에서 탄산칼슘 부족사태가 나타나기 시작해 2100년이면 북 태평양에도 생태계 교란이 예상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보고서 원본 다운로드

오세아나: http://www.oceana.org/climate/solutions/oceana/acidtest/

유엔환경계획: http://www.unep.org/pdf/InDeadWater_LR.pdf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태그 :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유일한 한국표범 가죽서 복원 가능성 확인유일한 한국표범 가죽서 복원 가능성 확인

    조홍섭 | 2020. 06. 01

    아무르표범과 유전자 동일 판명…포식자 복원하면 감염병 막아 1935년 전북 남원군 산내마을 주민들은 인월장을 보고 돌아오던 길에 지리산 바래봉과 백운산 사이 계곡에서 호랑이를 만났다. 인월읍에서 양조장을 운영하던 최 씨는 이 소식을 듣고 몰...

  • 야생 방사한 황새는 왜 제 새끼를 먹었나야생 방사한 황새는 왜 제 새끼를 먹었나

    조홍섭 | 2020. 05. 28

    장기 생존 위한 ‘선택’, 가장 약하고 늦된 새끼 도태 야생동물을 즐겨 관찰하는 자연 애호가도 자연의 논리가 냉혹하게 관철되는 모습 앞에서는 흠칫 놀라게 된다. 지난달 11일 충남 예산군 광시면 대리에서 자연 번식하던 황새 둥지에서 벌어진 ...

  • 청개구리가 큰소리로 짝 찾으며 천적 피하는 비밀청개구리가 큰소리로 짝 찾으며 천적 피하는 비밀

    조홍섭 | 2020. 05. 27

    먼저 우는 소리에 나중 소리 숨겨…포식자엔 앞의 소리만 들려 청개구리가 앞다퉈 큰 소리로 우는 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사랑의 세레나데는 암컷뿐 아니라 포식자도 끌어들인다. 이 모순을 음향학적으로 극복한 청개구리가 발견됐다. ...

  • 야생의 삶이 만만할까, 아마존 강 어민도 배곯는다야생의 삶이 만만할까, 아마존 강 어민도 배곯는다

    조홍섭 | 2020. 05. 25

    홍수기 물고기 흩어져, 어민 3분의 1이 끼니 건너뛰어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야생동물을 잡아먹으며 사는 것이 방송 프로그램 아닌 현실에서 가능할까. 세계에서 최고의 생물 다양성을 자랑하는 아마존 강 어민의 삶에서 그 답을 찾을 수...

  • 호랑이 삼키는 도로, 핵심 서식지 60% 위협호랑이 삼키는 도로, 핵심 서식지 60% 위협

    조홍섭 | 2020. 05. 21

    서식지 주변에 13만㎞…로드킬, 밀렵꾼 유입, 먹이 감소 유발 2월 15일 러시아 연해주 고골레프카 마을 고속도로에서 아무르호랑이(백두산호랑이) 한 마리가 도로를 뛰어 건너다 버스에 치여 죽었다. 4∼5달 나이로 반드시 어미가 데리고 다닐 나이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