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녹색뉴딜! '석면 대책' 추천합니다

조홍섭 2009. 01. 12
조회수 9350 추천수 0
석면 공사장 96% 불법...제거 전문업체 10곳뿐
안정규정만 지켜도 일자리 지금의 10배 늘어
 
 
급속한 경기 후퇴로 실업자가 늘고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일자리 창출이 온 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이른바 ‘녹색뉴딜’로 96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의 ‘녹색뉴딜’은 대규모 건설공사 중심이어서 만들어질 일자리의 95% 이상이 건설·단순생산직이며, 특히 계획의 핵심인 ‘4대강 살리기’에 대해서는 환경파괴와 대운하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여론이 높다.

 
이처럼 단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환경문제를 야기하는 사업이 아니라,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을 통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는 없을까? 이 질문에 최예용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석면에 의한 건강피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그런 방법의 하나일 수 있다”고 말한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석면 문제 해결에는 늘 예산과 함께 인력 부족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노동부가 지난해 8월까지 전국 건축물 철거작업 현장 가운데 270곳을 대상으로 벌인 불시점검 결과, 96%인 260곳에서 석면 제거가 안전기준을 위반한 채 불법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건축물 철거 현장에 일반화된 석면 불법 철거는 노동부도 예상한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해 현장 감독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가 무턱대고 현장 단속만 하기 어려운 또다른 이유도 있다. 규정에 따른 철거작업을 뒷받침할 전문조사기관, 능력을 갖춘 전문제거업체 등의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부 조사 자료를 보면 실제 국내 건축물 철거업체 2000여곳 가운데 석면 제거 전문업체는 10여 곳에 불과하다.

 
지난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철거할 경우 작업 전 전문조사기관의 석면조사를 의무화하고, △석면 제거는 노동부에 등록한 전문업체만 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개정 법도 노동부와 일선 시·군 등의 철저한 감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 구실을 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안전한 석면 제거를 위한 또다른 제도적 미비점으로는 작업에 적용할 표준 품셈이 마련돼 있지 않은 점이 지적된다. 그래서 석면 제거비가 전체 건물 철거비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영식 석면문제연구소 소장은 “석면 제거작업의 단가가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철거업체 사이의 경쟁으로 공사비 덤핑이 이뤄지고, 결국 석면 제거가 안전 규정대로 진행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석면제거 안전 기준을 위반한 채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는 건축물 철거는 작업하는 노동자들은 물론 인근 주민들의 건강에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 20년 전 석면의 위험을 경고한 책 <석면공해:조용한 시한폭탄>을 펴낸 안종주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보건학 박사)은 “이미 사용된 석면제품에 시민들이 노출되지 않도록 석면 건물 관리와 철거 때 철저한 예방책을 세우고, 노출된 사람에 대해서는 제때 석면 질환 판정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홍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면 제거를 안전기준에 맞게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박 소장은 “미국에서 석면 자재가 사용된 화장실 하나 철거하는 데 열흘이 걸린다면, 우리는 같은 일을 하루에 끝내는 식으로 하고 있다”며 “안전 규정을 제대로 지키면 석면제거에는 인력이 10배는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석면작업을 감시할 기관은 물론 석면 조사, 교육, 컨설팅 등의 분야에도 많은 고급의 일자리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박 소장은 “석면 제거를 제대로 하면 일자리 창출 효과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천식이나 아토피를 부르는 환경호르몬이나 전자파 등 다른 환경 위해 요소에는 논쟁적 측면이 있는 반면 석면은 명백한 발암물질이고 앞으로 언젠가 터질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이런 문제 해결에 투자하는 것을 ‘녹색뉴딜’ 사업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현행 석면관리 종합대책을 보면 정부가 올해부터 2011년까지 석면 대책에 투자할 금액은 415억5000만원이다. 4대강 살리기에 투입될 자금의 0.23%이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4d4e81d3f9219886bcadb3dc9b503f82@H*@4d4e81d3f9219886bcadb3dc9b503f82@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태그 :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얼어붙은 설원의 다람쥐, ‘도토리 점심’만 먹을까?얼어붙은 설원의 다람쥐, ‘도토리 점심’만 먹을까?

    조홍섭 | 2020. 09. 18

    캐나다 북극토끼 사체 청소동물 24종, 4종의 다람쥐 포함 캐나다 북서부 유콘 준주의 방대한 침엽수림에서 눈덧신토끼는 스라소니 등 포식자들에게 일종의 기본 식량이다. 눈에 빠지지 않도록 덧신을 신은 것처럼 두툼한 발을 지닌 이 토끼는 ...

  • ‘노래하는 고대 개' 뉴기니서 야생종 발견‘노래하는 고대 개' 뉴기니서 야생종 발견

    조홍섭 | 2020. 09. 17

    `늑대+고래’ 독특한 울음 특징…4천m 고원지대 서식, ‘멸종’ 50년 만에 확인오래전부터 호주 북쪽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섬 뉴기니에는 독특한 울음소리의 야생 개가 살았다. 얼핏 늑대의 긴 울음 같지만 훨씬 음색이 풍부하고 듣기 좋아 ‘늑...

  • ‘겁 없는 야생닭’ 골라 10대 육종했더니 가축 닭 탄생‘겁 없는 야생닭’ 골라 10대 육종했더니 가축 닭 탄생

    조홍섭 | 2020. 09. 16

    1만년 전 가축화 재현 실험…온순해지면서 두뇌 감소 현상도동남아 정글에 사는 야생닭은 매우 겁이 많고 조심스러워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8000∼1만년 전 이들을 가축화하려던 사람들이 했던 첫 번째 일은 아마도 겁 없고 대범한 닭을...

  • 코로나 록다운에 ‘자연이 돌아왔다’…좋기만 할까?코로나 록다운에 ‘자연이 돌아왔다’…좋기만 할까?

    조홍섭 | 2020. 09. 15

    외래종과 밀렵 확산 등 ‘착한, 나쁜, 추한’ 영향 다 나타나코로나19로 인한 록다운(도시 봉쇄)은 못 보던 야생동물을 도시로 불러들였다. 재난 가운데서도 ‘인간이 물러나자 자연이 돌아왔다’고 반기는 사람이 많았다.그러나 록다운의 영향을 종합...

  • ‘태풍 1번지’로 이동하는 제비갈매기의 비법‘태풍 1번지’로 이동하는 제비갈매기의 비법

    조홍섭 | 2020. 09. 11

    강한 태풍이 내는 초저주파 수천㎞ 밖서 감지, 이동 시기와 경로 정하는 듯오키나와에서 번식한 검은눈썹제비갈매기는 해마다 태풍이 기승을 부리는 8월 말 필리핀 해를 건너 인도네시아 섬으로 월동 여행에 나선다. 강풍과 폭우를 동반해 힘을 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