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파괴 염소 잡던 국립공원 직원 순직

조홍섭 2009. 01. 13
조회수 15689 추천수 0
통영 만지도에서 낭떠러지 떨어져
52개 섬 1600여 마리 식생 뿌리째 파괴
 
 

염소.jpg
 

  • 무인도에 방목된 염소떼가 포획반을 피해 절벽으로 달아나고 있다. 방목한 염소를 잡는 일에는 항상 사고의 위험이 뒤따른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 소속 직원 김성태(32)씨가 지난 8일 경남 통영시 산양읍 만지도에서 방목한 염소를 잡다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2일 결국 숨졌다.

 
1970년대부터 남·서해안 섬에 방목된 염소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닥치는 대로 식물을 먹어치워 섬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절벽 등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모여 살아 잡아들이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해 가을부터 공단이 관리하는 모든 섬에서 2017년까지 방목한 염소 포획작업을 벌이고 있다. 잡은 염소는 다시 방목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받고 주인에게 돌려주고 있다.
 
 
공단이 자체 조사한 결과, 517개 관리 섬 가운데 52개 섬에 1600여 마리의 염소가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천적이 없는 상태에서 야생화한 염소떼는 풀과 열매를 먹다가 겨울에는 나무 껍질과 뿌리까지 먹어치우는 등 섬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잡아들인 염소는 2007년 시범실시 기간을 포함해 274마리에 그치고 있으며, 염소를 모두 잡아들인 것으로 확인된 섬은 7곳 정도다. 포획반이 다가가면, 염소들이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절벽쪽으로 달아나 틈새 등에 숨기 때문이다.
 
 
80년대에는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들의 소득 향상을 위해 염소 방목사업을 지원하기도 했으나, 최근엔 주인들조차 염소를 잡을 수 없어 포기한 상황이다. 그물이나 공기총을 이용하는 것 말고는 달리 잡을 방법이 없어, 포획작업에는 항상 사고 위험이 따른다.

 
이사현 국립공원관리공단 생태복원팀 담당은 “염소는 생후 8개월부터 출산을 시작해 1년에 두번씩 새끼를 낳을 만큼 번식력이 강해 염소가 방목된 섬은 대부분 생태계가 황폐화된 상황”이라며 “염소가 완전히 제거된 섬에는 상록수림을 복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성태씨의 빈소는 경남 진주시 경상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장례식은 14일 아침 6시30분 국립공원관리공단장으로 치러진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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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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