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잠든 사이에 새는 전력 잡는다

조홍섭 2009. 01. 12
조회수 17985 추천수 0
정수기 전력 80% 절감’ 이기운씨
 
진공으로 단열해 가열기 작동 획기적으로 줄여
하루 850만㎾h 절약…서울화전 발전량 맞먹어
 
 
Untitled-1 ㅓㅓcopy.jpg에너지를 아끼려고 전등과 컴퓨터를 끄고 퇴근한 수많은 사무실에서 밤새 물을 90도 가까운 온도로 데우는 낭비가 벌어지고 있다. 바로 전국 가정과 사무실에 100만 대 이상 보급된 냉온수기 때문이다.
 
기존 냉온정수기의 전력소비량을 80%까지 줄일 수 있는 기술을 한 전기기술자 출신 기업인이 개발했다.
 
이기운(52) 에너워텍㈜ 부사장이 개발한 탱크 용량이 온수 2ℓ, 냉수 2.2ℓ인 냉온정수기의 월간 전력사용량은 8.2㎾h로, 에너지관리공단이 2002년부터 인증해 온 전체 전기냉온수기 가운데 가장 작다.
 
 
보온병과 같은 원리로 특허 받아
 
업소 등에 널리 보급돼 있는 비슷한 용량의 냉온정수기는 대개 한 달에 50㎾h의 전기를 쓴다. 에너지관리공단으로부터 같은 1등급을 받은 제품이지만 ㅇ사의 온수용량 2ℓ 냉온정수기의 월간 전력소비량은 53.1㎾h이다.
 
냉온정수기의 전기는 온수탱크와 냉수탱크를 각각 85~90도와 5도로 유지하는데 주로 들어간다. 실온과 온도차가 큰 온수탱크가 특히 많은 전기를 잡아먹는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도 온도가 떨어지면 수시로 가열기가 작동해 정해진 수준까지 온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냉온정수기에서는 이렇게 하루에 약 40회 가열기가 작동한다.
 
그러나 이씨가 개발한 정수기에서는 작동횟수가 하루 5번에 그친다. 열이 덜 새어나가기 때문이다. 온수탱크의 열손실을 막는 방법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일반적인 정수기는 가열기가 달린 스테인리스 온수탱크를 스펀지 등으로 감싸 단열을 한다. 이씨는 온수를 진공탱크로 단열한다.
 
“한나절쯤은 뜨거운 차를 마실 수 있는 보온병과 같은 원리입니다. 가운데를 진공으로 한 이중 탱크를 거꾸로 매달아 열손실을 최소화한 구조입니다.”
 
이씨가 개발한 단열탱크와 온수기는 지난해 특허를 받았다.
 
그렇다면 기존 정수기 업체에서는 왜 이런 보온병 기술을 정수기에 적용하지 않은 걸까.
 
윤준용 한양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보온병은 단열효과는 뛰어나지만 만들기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며 “경쟁이 치열한 정수기 시장에서 에너지 효율보다는 디자인과 편리성 위주로 제품을 개발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보온병을 그대로 정수기에 단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이씨는 "진공단열을 쓰기로 하고 효율 좋은 정수기를 만들기 위한 설계를 하는데 꼬박 1년반이나 보냈다"며 기술개발 과정의 어려움을 말했다.
 
정수기 보급은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 한국전력거래소의 2006년 조사를 보면, 전기를 쓰는 정수기 보유율은 2004년에 견줘 44%가 늘어 가구당 0.36대이다. 세 가구당 한 대꼴로 전체로는 약 585만 대에 이른다.
 
이씨는 “전체 냉온정수기를 500만대로 보고 이를 모두 고효율 정수기로 교체한다면 하루 850만㎾h의 전력을 절약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3600t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화력발전소가 없어도 된다는 얘기다.
 
복잡한 신기술만 꼭 녹색기술?
 
55177 copy.jpg한 달에 40~50㎾h의 전력소비를 줄이는 건 별것 아닐지 모른다. 특히, 값싼 업소용 전기를 쓰는 사무실에서 전력소비에 둔감하기 쉽다. 그러나 가정에는 적지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전기요금이 월 3천~4천 원 추가된다’는 선전은 사기에 가깝다. 이미 사용하는 전기량이 없다는 가정에서나 옳은 얘기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가정의 전기 사용량은 월 250~300㎾h이다. 여기에 50㎾h가 추가되면 요금이 누진적으로 늘어난다. 기본요금도 다르지만 200㎾h대에서 300㎾h로 소비량이 늘면 ㎾h당 요금은 168.3원에서 248.6원으로, 400㎾h대에선 366.4원으로 뛴다. 전기요금이 월 몇천 원이 아니라 1만~2만 원 오르기 십상이다.
 
이씨가 진공단열 냉온수기를 개발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는 2007년 온수저장기를 개발해 중앙언론사가 주는 상을 받기도 했지만 제품화에 실패하는 쓴맛을 봤다. 더운물을 틀었을 때 한동안 찬물이 나오는 것을 욕실에 설치한 온수저장기로 극복하는 기술이었다.
 
“저장기의 뜨거운 물이 식지 않도록 단열하는 것이 핵심인데 스티로폼과 우레탄을 단열재로 썼지만 실패했지요. 결국, 보온병 회사에서 원하던 단열효과를 얻었지만 이번엔 제조가 난관이었습니다.”
 
사업은 실패했지만 ‘진공단열이 뛰어나다’는 교훈을 얻었고, 이것이 고효율 냉온정수기 개발로 이어졌다.
 
그는 “커피자판기 등 더운물을 보관하는 다른 분야에도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며 “꼭 복잡한 신기술이라야 녹색기술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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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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