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운하 경제성 부풀렸다

조홍섭 2009. 01. 09
조회수 20127 추천수 0
 굴포천 방수로 확장 공사비 빼 비용 줄여
"물동량 키우려 비현실적 가상선박 만들어"
 

경인운하사업 위치도.jpg

  • 경인운하 사업 위치도

 


정부가 최근 경인운하 공사를 오는 3월부터 재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경제적 타당성 분석을 과장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경인운하(18㎞)의 핵심구간인 굴포천 방수로 구간(14.2㎞)의 일부 공사비를 제외하는 등 비용은 줄이고, 운하에 투입할 비현실적인 가상선박을 내세워 편익은 부풀렸다는 것이다.

 


국토해양부 고위 관계자는 8일 지난 5일 발표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성 분석 용역 결과와 관련해, “굴포천 방수로 공사비는 비용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기획재정부의 용역 의뢰로 개발연구원이 분석한 경인운하의 ‘비용 대비 편익’(B/C) 비율이 1.07로 나와 경제성이 있다며 경인운하 공사 재개를 확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굴포천 방수로 구간은 경인운하와 무관하게 홍수 방지 등 치수를 위해 필요한 사업이었기 때문에 경인운하 사업의 비용 항목에 넣지 않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다만 “앞으로 굴포천 방수로와 한강을 연결하는 3.8㎞ 미굴착 구간, 그리고 기존 굴포천 방수로 구간을 배가 다닐 수 있도록 하천 바닥을 1.6m 더 깊이 파는 공사비는 경인운하 사업비로 포함시켰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환경단체들은 “1995년 정부가 경인운하를 민자사업으로 추진할 때는 굴포천 방수로 공사를 경인운하 사업에 포함시켰다”며 “정부가 애초 굴포천 방수로 너비를 40m로 계획했다가 향후 경인운하의 수로를 염두에 두면서 80m로 늘린 만큼, 다른 건 몰라도 추가로 늘어난 너비 확장 비용은 사업비에 넣어야 맞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감사원은 2003년 ‘경인운하 건설사업 추진실태’ 감사 보고서에서 굴포천 방수로 너비를 80m로 확장함에 따라 공사비가 34% 더 든다고 분석한 바 있다.

 

정부가 지난 5일 밝힌 굴포천 방수로 공사비는 4671억원으로, 감사원 분석을 인용하면 1590억원이 경인운하 때문에 추가로 더 들어가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국비로 추진되는 경인운하 건설비용은 정부가 발표한 2조2500억원에서 2조4090억원으로 늘어나, 경제적 편익 2조3963억원을 웃돌게 된다. 곧, 비용편익 비율이 1을 밑돌아 경제성이 없게 된다.

 

편익도 장밋빛으로 과장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애초 경인운하 계획 때는 화물 2500톤을 실을 수 있는 피더선(소형 컨테이너선) 위주로 설계했으나 이번에는 선적용량을 4천톤으로 올리면서 바다와 강을 함께 다닐 ‘하해겸용선’(RS)으로 배 종류를 바꿨다. 이를 통해 예상 물동량을 1.6배가량 늘렸다.

 

 

이에 대해 조선·해운 쪽에 밝은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아르에스선은 엔진이나 선체구조가 완전히 달라 안전이 보장되지 않고, 운영 효율성이 낮아 국내 조선소에서는 한 번도 건조한 적이 없다”며 “예상 물동량을 키우려고 정부가 비현실적인 가상 선박을 만들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4천톤급 아르에스선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제시한 경부 대운하 사업계획에서 처음 등장한 배다.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RS선.jpg

  • RS선 상상도. 경인운하와 서해를 운항할 예정이다.



 

 

강-바다 운행 RS선, 건조 힘들고 연료효율 떨어져

"바다는 고속-운하는 저속' 동시운행 비효율적, 선박제조자들 "정반대 기술혼합" 동의 못해

조선업체 설계팀, "비경제적인 RS선 주문할 선주 있을지 화물 맡길 화주 있을지 의문"

 

 

“바다-하천 겸용 선박(RS선)은 사실 대운하 때문에 생긴 개념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해양 분야의 한 국책연구소 연구원은 정부가 경인운하에 투입한다는 아르에스선에 대해 묻자 대운하를 언급하며 말을 풀어갔다.

 

실제로 지난 1995년 정부가 발주한 경인운하 사업 때는 2500톤급 피더선(소형 컨테이너선)이 대상 선박이었다. 하지만 지난 5일 정부가 경인운하 재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나온 계획에는 대상 선박이 4천톤급 아르에스선으로 바뀌었다.

 

이 연구원은 “솔직히 아르에스라는 선종은 없다. 콘테이너선이나 피더선(수천톤급의 소형 콘테이너선)도 바다는 물론 운하와 강을 드나들고 있는데 이런 것들을 아르에스선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면서 “물동량은 늘리면서도 선체가 교량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등 정부의 대운하 사업에 지장을 주지 않을 특별한 스펙(선체의 길이·너비·흘수·톤수)을 찾다보니 나온 ‘특별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애초 경인운하에 도입하려던 피더선도 운하나 강으로 들어올 수 있다. 하지만 피더선은 바다 항해에 유리하도록 고안돼 있다. 원거리이니만큼 속도가 빨라야 하고 파도에도 강하도록 흘수(배가 물에 잠겨 있는 부분의 깊이)가 깊고 선체가 높다. 따라서 강바닥을 깊게 파야하고 교량의 상판도 높여야 한다. 그만큼 운하를 만들 때 사업비와 공사기간이 많이 들게 된다. 배 밑바닥이 평평한 바지선은 준설을 많이 하거나 교량을 높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바지선은 내륙에만 유리하지 바다에서는 속도도 낼 수 없고 파도에도 위험하다.

 

정부의 옛 대운하 추진단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아르에스선을 고안해냈다. 교량에 걸리지 않도록, 물에 떠있는 배의 두께를 바지선처럼 최대한 납작하게 만들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바지선보다는 흘수를 깊게 만들어 바다에서도 어느 정도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했다. 흘수는 그럼에도 운하 수심을 고려해 4.5m를 넘지 않도록 했다.

 

이 연구원은 그러나 “말이 쉽지 간단하지가 않다. 정부의 이런 주문 때문에 연구원 내부가 골치아파한다. 스펙이 정반대인 유형의 배를 혼합하는 것은 기술자들이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배”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대형 조선업체 기본설계팀의 한 부장은 “배가 납작하기 때문에 파고나 하중에 대한 강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특수한 재질의 후판을 써야 한다”면서 “속도도 바다에서는 고속, 운하에서는 저속으로 달려야 하는데 배는 자동차와 달라서 하나의 엔진으로 고속과 저속을 동시에 내는 것이 비효율적이며, 그렇다도 엔진을 2개를 달수도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는 “선박 제조비 중 설계비가 10% 안팎인데 이는 콘테이너선같은 흔한 선종에 해당하는 것이고 아르에스선 같은 걸 만들려면 훨씬 설계비가 많이 들어간다”면서 “연료 효율 면에서 볼 때도 경제적이지 않아 이런 배를 주문할 선주가 있을지, 이런 배에 화물을 맡길 하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대운하 추진단에 소속됐던 한 관계자는 “대운하 때 아르에스선으로 의견이 모아졌지만 아시아에는 없는 이런 배를 중국이나 동남아의 어느 누가 사고 이용하게 할지 묘안이 없는 상태였다”면서 “그런데도 대책 없이 경제성이 의문시되는 이런 배를 경인운하에 일단 띄우겠다는 발상은 자칫 대운하를 밀어붙이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의혹만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국토부, KDI 검증자료 공개 '미적'

 

 

국토해양부는 지난 5일 경인운하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운하 건설은 경제성이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검증 자료를 즉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들은 경제적 타당성 조사가 정당하게 이루어진 만큼 공개 못할 이유가 없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국회의원과 언론의 잇따른 자료 공개 요구에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미루고 있다.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인 김성순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케이디아이 타당성 조사 관련 자료를 8일까지 제출해 달라고 국토부에 공문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기한 안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김 의원실의 김봉겸 보좌관은 “경인운하 경제성 조사와 관련된 과업지시서, 중간보고서, 최종결과보고서 등을 제출해 줄 것을 전화로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아 공문으로 보냈다”며 “국토부 쪽은 케이디아이가 기획재정부 산하기관이어서 기재부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자료 제출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료는 국민적 관심사항일 뿐, 국가기밀 사항도 아니고 비밀문서도 아니다”며 “국회의원에게도 자료 제출을 미루는 것으로 볼때 감추고 싶은 것이 있지 않는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언론의 자료 공개 요구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전문가들은 정부가 자료 공개를 미루는 것은 타당성 검증 결과에 자신이 없기 때문으로 분석하기도 했다.조복현 환경정의 국장은 “2030년에는 연간 컨테이너 97만TEU(1TEU는 길이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모래 913만㎥, 자동차 7만6천대, 철강재 75만톤의 화물과 105만명의 여객을 수송한다는 결과를 어느 전문가가 혼쾌히 믿겠느냐”고 반문했다.

 

홍종호 교수(한양대)는 “비용 대비 편익을 1.07로 발표했지만 불확실성이 높다. 과거에도 이런 분석을 할때 편익은 과장하고 비용은 줄였다”며 ”이 정도의 결과를  가지고 사업 강행에 대한 정당성이 확보됐다고 애기하는 것이 무리여서 자료 공개를 미룰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허종식 선임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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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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