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철거 전 석면 조사 의무화에 반대

조홍섭 2009. 01. 09
조회수 9489 추천수 0
석면 안전관리 대책, 부처 갈등 탓 겉돌아
환경부-노동부, 정보공유 안돼 대책 구멍
 
 
1급 발암물질인 석면 위협에서 국민 건강을 보호할 핵심 조처들이 정부 관련 부처들의 주도권 다툼과 인식 부족 탓에 제도화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노동부·국토해양부 등은 2007년 6월 ‘석면관리 종합대책’에서 △건축물 철거신고 때 석면 조사결과서 제출을 2009년부터 의무화하고 △2007년 중 건물 해체 담당부서와 폐기물 담당부서 사이에 정보 공유체계를 구축하고, 허위신고에 대한 제재 규정을 마련하는 등 ‘석면 함유 건축물 수선·해체 작업 때 안전 관리’를 핵심 과제의 하나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건축물 철거 관리를 석면 대책의 핵심으로 삼은 것은, 석면의 80% 이상이 건축 자재에 포함돼 건축물에 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축물 함유 석면 관리의 첫 단계인 철거 전 석면 조사결과서 제출 의무화는, 국토해양부가 태도를 바꿔 건축법 개정을 거부해 제도화가 불투명한 상태다. 국토해양부는 2007년에 하기로 한 ‘건축물의 석면 함유 여부 허위신고에 대한 제재 규정’ 마련도 거부해, 지금은 건축물을 철거한 뒤에 철거·멸실 신고를 해도 제재할 근거가 없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모든 건축물에 석면조사를 의무화하는 것은 국민에게 부담”이라며 “새로운 규제 신설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을 고쳐 일정 기준 이상의 건물만이라도 철거 전 석면 조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건축물 철거 때 석면 먼지가 대기 등 환경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환경부와 일선 지방자치단체의 ‘조기 감시’도 노동부의 소극적 태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석면 제거작업 허가 정보를 환경부와 실시간 공유하는 체계 마련에 늑장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석면관리 핵심 대책들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것은 관련 부처들의 주도권 갈등과 석면 문제 심각성에 대한 인식 부족 때문이라고 석면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노동부는 석면 문제에 먼저 손을 댔으나 작업장 안전 관리라는 좁은 틀에서 접근하고 있고, 환경부는 광범위한 환경성 노출 관리를 다루지만 ‘후발 주자’라는 약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가 정부 석면정책 협의의 주관 부처가 됐지만, 부처 견해가 갈리면서 이렇다 할 공조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최예용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석면정책 협의회를 국무총리실이 주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4d4e81d3f9219886bcadb3dc9b503f82@H*@4d4e81d3f9219886bcadb3dc9b503f82@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태그 :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한국인에는 비만과 당뇨 막는 ‘쌀밥 유전자’ 있다한국인에는 비만과 당뇨 막는 ‘쌀밥 유전자’ 있다

    조홍섭 | 2020. 10. 19

    인도보다 3천년 앞서 쌀 재배, 고혈당 막는 유전적 적응 일어나한국인을 비롯한 동아시아인은 오랜 벼농사 덕분에 고탄수화물 식사로 인한 비만과 당뇨병 등의 부작용을 막는 유전적 적응을 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오랜 목축 역사가 있는 유럽 ...

  • 냄새로 코로나 검사, 개 활용 연구 활발냄새로 코로나 검사, 개 활용 연구 활발

    조홍섭 | 2020. 10. 16

    헬싱키 공항 현장 배치…80∼90% 정확도 감염자 실시간 찾아요양원 식구들이 아침마다 돌아가며 개와 아침 인사를 나누는 것만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사람보다 10만배나 뛰어난 개의 후각을 이...

  • 모기, 물리긴 해야는데 물릴 순 없어서…인공 피부 개발모기, 물리긴 해야는데 물릴 순 없어서…인공 피부 개발

    조홍섭 | 2020. 10. 15

    따뜻하고 탄력 있는 피부에 인공혈액도질병 감염 모기에 물리는 실험도 가능가을 모기가 기승을 부리지만 단잠을 방해할 뿐이다. 해마다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말라리아 등 세계적 감염병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의 사정은 훨씬 심각하다. ...

  • 국내 최대 남생이 서식지 발견 2년 만에 망가져국내 최대 남생이 서식지 발견 2년 만에 망가져

    조홍섭 | 2020. 10. 14

    경주 천군동 저수지, 토목공사하며 물 빼…“한 마리도 못 봐”멸종위기 토종 거북으로 천연기념물이기도 한 남생이의 집단 서식지가 알려진 지 1년도 못 돼 완전히 망가져 남생이가 자취를 감췄다.구교성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연구원은 3월과 9월 ...

  • ‘코모도 용' 왕도마뱀이 희귀 앵무 지킨다‘코모도 용' 왕도마뱀이 희귀 앵무 지킨다

    조홍섭 | 2020. 10. 13

    쏠쏠한 관광수입으로 공원관리 철저, 밀렵 차단…코로나19 이후 어떻게?인도네시아 코모도 섬 등에 사는 코모도왕도마뱀은 사람까지 습격하는 세계 최대 도마뱀으로 유명하다. 뜻밖에도 이 무시무시한 도마뱀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앵무의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