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운하 수요예측 조사도 왜곡

조홍섭 2009. 01. 09
조회수 9239 추천수 0
 강-바다 겸용선 대신 고효율 선박 수요 산출
"국토부 알고도 편익 과다 계상 눈감아" 의혹
 
 
 정부가 경인운하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을 내세우느라 일부 공사구간의 사업비를 뺀 데 이어, 수요예측 조사도 왜곡해 경인운하 개통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부풀렸다는 또다른 의혹이 불거졌다.
 

전찬영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항만개발연구팀장은 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인운하 경제적 편익을 산출할 때 일반 운하용 컨테이너선을 기준으로 수요예측 조사를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5일 경인운하 공사 재개를 확정하면서 경인운하에 4천톤급 ‘강-바다 겸용선’(RS)이 투입되는 것을 전제로 예상 물동량을 산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개발연구원이 수요예측을 조사할 때는 겸용선보다 운임이 더 싸고 속도는 더 빠른 선박으로 수요 예측치를 산출했고, 국토부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개발연구원의 편익 과다계상을 눈감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전 팀장은 “개발연구원이 수요예측 조사를 할 때는 아르에스 선박이 없었기 때문에 연안 해운선박의 평균치로 조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사에 응한 화주들은 경인운하를 이용하는 선박이 아르에스선이 아닌 컨테이너선으로 알고 답변을 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경인운하의 편익계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화물 물동량 예측치를 부풀리게 한 것이다. 

 
강-바다 겸용선은 컨테이너선보다 건조비가 훨씬 더 들고 연료효율도 낮아 화주들은 비싼 운임을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바다에서 운항속도를 비교하면 이 배가 컨테이너선보다 훨씬 느리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따라서 겸용선으로 화물주들에게 수요예측을 조사하면 개발연구원 결과치보다 훨씬 낮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한편, 국토부가 경인운하 핵심구간인 굴포천 방수로의 일부 공사비를 제외시켜 비용편익 비율을 부풀렸다는 <한겨레> 보도(9일치 1·3면)에 대해, 이날 해명자료를 내어 “굴포천 방수로는 경인운하와 상관없는 치수사업이어서 비용과 편익을 모두 제외시키는 게 맞고, 방수로 너비 확장공사비도 운하사업 예산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지난 2003년 경인운하 타당성 감사에서 굴포천 방수로 너비 확장공사에 들어가는 비용은 경인운하 사업비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국토부의 전신인 건설교통부는  2005년 4월 환경부, 환경·시민단체들과 함께 굴포천 방수로 너비 80m 가운데 애초 40m에서 확장하는 40m는 경인운하 경제성 분석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한 문서가 이날 드러나기도 했다.  허종식 선임기자 jongs@hani.co.kr
 
 
느린 RS선 대신 빠른 일반선으로 수요 계산
RS선 엔진 대형화 땐 연료비로 경제성 떨어져
국토부 "굴포천 방수로 40m는 운하용 아니다"
 
 
정부가 경인운하의 경제적 타당성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비용 효과 산출은 물론 수요 예측도 운하 착공 결정에 유리하게 짜깁기 한 것으로 드러났다.
 
 
운하에는 강-바다 겸용(RS)선을 투입하기로 했으면서도 수요에측 조사에서는 일반 컨테이너선을 투입하는 것처럼 조사해, 결과적으로 사업의 편익을 부풀렸다. 또 굴포천 방수로 구간의 너비 80m 가운데 40m는 운하용인 줄 알면서도 이를 무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바다 겸용선(RS)은 속도 늦어
 
국토해양부는 9일 아르에스선의 적정 속도는 시속 35㎞로 일반 선박과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국토부의 주장에 따르면, 수원에서 부산 신선대부두까지 가는 데 해상 수송 23시간, 컨테이너 250개를 싣는 데 30분, 보관·이송에 4시간 등 모두 35시간이 걸린다. 한 해운회사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인천에서 부산까지 전용 컨테이너선을 운항하다 몇년 전 중단했는데 부산~인천간 운항 시간이 31시간(시속 27㎞)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럽에서 사용하고 있는 아르에스선의 속도는 시속 10~25㎞에 불과하다. 이곳의 아르에스선은 화물을 많이 싣기 위해 배 밑이 넓기 때문이다. 국토부의 주장대로라면 아르에스선이 전용 컨테이선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한다. 임석민 한신대 교수는 “일반 컨테이너선은 바닥이 유선형으로 되어 있지만 아르에스선은 그러지 않아 같은 연료를 사용할 경우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며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엔진을 대형화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연료비가 많이 들어 경제성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아르에스선으로 수요 예측을 했다면 경제성이 지금보다 더 떨어졌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한 화주는 경제성 논란과 관련해 “서울~부산까지 화물차로 4시간이면 가는데 누가 경인운하를 통해 30~40시간 걸려 부산항까지 가겠느냐”고 반문한다. 

 
굴포천 방수로 너비 확장은 확실한 운하용
 
 
2005년 4월19일 당시 환경부 자연보전국장, 건설교통부 수자원국장, 환경정의 사무처장, 굴포천지역협의회 간사,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 등 정부·여당과 환경·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굴포천유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를 만들고 방수로 공사와 관련한 5개항에 합의했다. 이들은 경인운하를 할 경우 경제성 분석은 굴포천 방수로 구간 80m 가운데 40m를 포함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쪽은 “굴포천협의회는 찬반 대립으로 해체돼 이 부분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애초 굴포천 방수로 너비를 40m로 계획했다가 향후 경인운하의 수로를 염두에 두면서 80m로 늘린 만큼, 이 부분을 운하 비용에 넣어야 맞다’는 전문가들과 환경단체들의 지적에 대해선 “굴포천 방수로 너비 80m는 운하와 전혀 상관없다”고 말했다. 권진봉 국토부 수자원정책실장은 “지난 94년 애초 한강과 서해로 방류하기로 한 홍수 전량을 서해로 방류하는 것으로 결정하면서 굴포천 방수로 너비가 40m에서 80m로 커졌다”고 말했다.

 
반면, 감사원은 2003년 감사에서 “한국수자원공사에서 너비 40m로 계획된 굴포천 방수로를 80m로 변경해 방수로 겸용의 운하를 개설하고 홍수를 모두 서해로 방류하는 내용의 굴포천 홍수 처리 계획을 만들었고 당시 건설교통부가 이를 확정했다”며 “40m는 운하용”이라고 명확히 지적한 바 있다.   허종식 선임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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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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