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자 배스, 아예 ‘씨를 말린다’

조홍섭 2008. 11.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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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봉쇄’ 퇴치법 시험

 

인공산란장 유도 뒤 부화 전에 수정란 제거
비용 싸고 효과적…깜박하면 되레 번식 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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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서 어류조사를 한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연구원은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배스와 블루길을 빼고 토종어류의 어린 고기는 전혀 없었다. 가장 작은 붕어가 23㎝, 누치는 21㎝였다. 팔뚝보다 작은 토종어류들은 모두 배스의 입속에 들어간 결과다.

 

채집한 10마리에 8마리 꼴로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는 육식 어종이었다. 평균 길이 29㎝인 배스들은 굶주려 배가 훌쭉했다. 배를 채운 것은 매미, 거미, 개미, 벌 등 육상곤충이 고작이었다. 이처럼 포식자만 득실대는 ‘가분수 먹이사슬’은 낙동강 하구언에서도 발견됐다.

 

한 번에 10만개 낳아…수컷, 알 ‘불침번’ 지극한 ‘부성애’

 

Untitled-27 copy 3.jpg외래어종 가운데 배스는 포식성이 가장 강해 토착어종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데다 전국에 넓게 분포하는 생태계 위해종이다. 이런 배스를 퇴치하기 위해 어류학자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이들의 무기는 배스에 관한 생태학적 지식이다.

 

지난 4일 전주시 팔복동 전주천의 금학보 천변에 어류학자, 환경단체 회원, 대학생 등 20여명이 모여 배스를 위한 인공산란장을 만들고 있었다. 플라스틱 소쿠리 안에 자갈을 깔고 한쪽 옆에 엄폐용 그물망을 세운 얼개다.

 

사업을 주관하는 양현 ㈜생물다양성연구소 소장은 “배스가 인공산란장에 알을 낳도록 유도한 뒤 부화 전에 수정란을 제거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 방법은 국립수산과학원 중부내수면연구소가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에 맡겨 지난해 수행한 배스의 번식생태 연구에 토대를 두었다.

 

4월~6월 번식기를 맞은 배스 수컷은 바닥에 자갈이 깔리고 주변에 숨기 좋은 큰 돌이 있는 곳을 골라 꼬리지느러미로 바닥에 직경 1m가량의 둥지를 판다. 여기에 암컷을 불러와 산란과 방정을 한 뒤, 수컷은 부화한 새끼가 1.5㎝ 크기로 자라 흩어질 때까지 먹이도 거의 먹지 않고 이들을 지킨다.

 

게다가 배스는 포식자 치고는 알을 많이 낳아 길이 40㎝의 성어는 약 10만개의 알을 낳는다.

 

옥정호에서 수컷 배스가 산란장을 빙빙 돌며 보호하고 있다. 수컷 배스를 잡아내자 세 시간만에 참몰개, 민물검정망둑 등 토종 물고기들이 배스에 알을 모두 먹어 치웠다.

 

양 박사는 “이런 보호행동 때문에 배스의 초기 생존율은 매우 높다”며 “토종어류인 꺽지나 동사리도 알과 새끼를 돌보지만 산란 수는 100~200개가 보통이고 포식어종인 쏘가리가 수 만개를 낳지만 돌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배스는 원산지인 북미 하천에서도 강력한 포식자이지만 그곳에는 강꼬치고기 등 강자들이 수두룩하다. 배스가 알과 치어를 정성껏 돌보면서도 알을 많이 낳는 것은 그런 생태여건과 무관하지 않을 터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하천에는 경쟁자가 거의 없다. 어린 배스가 먹기 좋은 소형 어류도 많다.

 

이런 산란생태와, 길이가 2㎝만 넘으면 물고기를 잡아먹는 포식성 때문에 배스가 유입되면 곧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양상을 보인다.

 

5m 간격 설치, 웬만한 호수에선 수백개…손 많이 가 시민참여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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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산란장 관리방식은 배스 확산의 핵심인 재생산 구조를 무너뜨리자는 것이다.

 

이날 연구진은 금학보 일대에 인공산란장 53개를 설치했다. 이곳은 만경강 줄기에서 배스의 주 번식지이다. 하천변 물웅덩이에는 어린 배스가 무리지어 떠있는 모습이 쉽게 발견됐다. 연구소는 또 섬진강을 막은 옥정호에도 인공산란장 30여개를 추가 설치해 효과를 알아볼 예정이다.

 

배스 퇴치를 위해 수매, 낚시대회 개최 등을 하고 있는 지자체들의 관심도 높다.

 

정만복 충남도 수산연구소 내수면개발시험장장은 “논산 탑정저수지 등 배스 피해가 큰 저수지가 많다”며 “시험결과를 보아 퇴치법을 지자체에 적극 알리겠다”고 말했다. 탑정저수지에서는 내수면 어업을 위해 쏘가리 치어를 풀어놓고 있지만 ‘배스에 밥 주기’란 비판이 일고 있다.

 

인공산란장 퇴치법은 다른 방법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고 효과적으로 재생산을 막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치명적인 약점도 있다. 설치 뒤 3~4일마다 일일이 점검하지 않으면 오히려 배스의 번식을 도와주게 되는 것이다. 대개 5m 간격으로 인공산란장을 설치하기 때문에 웬만한 크기의 호수에선 수백개를 돌봐야 한다. 손이 많이 가는 것이다. 이 방법이 성공하기 위해 시민참여가 꼭 필요한 대목이다.

 

김진태 전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외래어종 모니터링 사업을 정기적으로 벌이고 학생들에게 생태하천과 외래종 퇴치의 의미를 알리는 교육프로그램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완옥 중부내수면연구소 연구관은 “인공산란장 방식은 일본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며 “효과가 입증된다면 배스 구제에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겨레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소형어류까지 먹어치워 생태계 붕괴
수질 정화 기능하는 조개도 못 살아

 

수질 오염의 주범 배스

Untitled-1.jpg배스의 영향은 단지 토종어류 수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섬진강 댐으로 형성된 옥정호는 오염원이 많지 않은데도 해마다 녹조로 몸살을 앓는다. 배스가 들어온 이후에 나타난 현상이다.

 

옥정호는 1990년대 중반까지도 쏘가리, 붕어, 잉어, 빙어 등이 많이 나고 민물새우도 풍부해 어업이 활발했다. 그러나 1992년 배스가 유입되고 몇 년 뒤부터 민물새우와 빙어를 포함한 토착어류가 급속히 줄어들었다.

 

민물새우인 징거미와 새뱅이는 어민들의 주 소득원이었지만, 배스가 가장 먼저 포식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민물새우와 식물플랑크톤을 먹는 소형 어류들은 물속의 유기물을 제거하는 기능을 한다.

 

양현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이사는 “배스가 유입돼 생물다양성이 무너지면 오염물질 축적에 취약해져 쉽사리 부영양화 현상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전북 진안군 용담호도 옥정호의 뒤를 따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용담호에서 민물새우는 다 자란 배스 먹이의 61%, 어린 배스의 86%를 차지하고 있다. 배스가 새우에 이어 소형어류까지 먹어치워 생태계가 붕괴되면 옥정호처럼 부영양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배스는 민물조개를 감소시켜 수질오염을 부추기기도 한다. 납자루아과의 소형 어류는 대칭이, 말조개 등 민물조개의 패각 속에 알을 낳는다. 이들은 산란기 때 조개 주변에 세력권을 형성하며 모여든다. 동작이 느린 이들은 배스의 만만한 먹잇감이다.

 

민물고기보존협회가 지난해 전북 임실군 신평면의 섬진강 본류에서 조사한 납자루아과 물고기는 전체의 9%로 배스가 들어오기 전인 1996년 조사했을 때의 36.8%에서 격감했다. 그 사이 10.3%를 차지하던 흰줄납줄개는 0.5%로, 5.8%이던 각시붕어는 0.1%로 줄어들었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채집돼 학계에 신종으로 보고했던 임실납자루는 아예 자취를 감추었다. 대신 피라미가 크게 늘었고 배스가 판을 쳤다.

 

납자루아과 물고기가 사라지면서 이들의 피부에 유생을 붙여 번식하는 민물조개의 생활사가 끊기게 된다. 조개는 물속의 유기물을 걸러 먹이로 삼기 때문에 수질을 정화하는 기능을 한다.  


강보다 대형 댐에 널리 서식…영산강 급증

 

배스의 분포

Untitled-27 copy 2.jpg수산청은 1973년 미국 루이지애나 양어장에서 3~4㎝ 크기의 어린 배스 500마리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들은 1975년부터 북한강 조종천과 토교저수지에 방류됐다. 이어 양식업자와 낚시꾼들에 의해 전국의 저수지와 호수로 배스가 확산됐다.

 

이완옥 중부내수면연구소 박사는 지난해 5대 강과 대형 댐에 대한 직접조사와 낚시 전문지의 기록 검토를 통해 ‘외래종 배스의 국내 정밀분포 현황’을 발표했다.

 

이 논문을 보면, 주요 강 가운데 영산강은 최근 전 수역으로 배스가 확산되고 개체수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영산강 중류에는 정체수역이 많고 은신처가 다양해 배스의 서식여건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낙동강도 서식환경이 양호하고 먹이가 풍부해 배스가 전 수역에서 급증하다가 최근 다소 수그러들고 있다.

 

섬진강에서는 대형 댐을 중심으로 일부 물줄기에 배스가 서식하고 있으며 금강 상류의 대청호에도 지속적으로 배스가 유입되고 있다. 한강에는 일부 수역에 배스가 분포하지만 많지는 않다.

 

대형 댐에는 강보다 배스가 널리 분포한다. 옥정호가 가장 큰 서식지이며 안동호, 파로호, 의암호, 팔당호에서도 배스가 서식한다.

 

소형 저수지에는 최근 배스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경북도 저수지의 18%와 수도권과 호남권 저수지의 12%에서 배스 서식이 확인됐다. 경북 상주와 칠곡 등 일부 저수지에서는 토종 물고기가 거의 사라지고 배스만 판을 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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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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