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강이야 뭐야?’, 죽어가는 낙동강과 한강 지류들

김성만(채색) 2011. 07. 19
조회수 62139 추천수 1

돌·콘크리트 장벽으로 숨통 막고 끊고

준설로 유속 빨라져 곳곳 제방 무너져


 

'4대강 살리기', 정부가 대운하 사업을 포기한다고 선언한 뒤 똑같은 사업(또는 더 심한 사업)에 이런 이름을 붙여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보 건설이나 준설은 어느 하나도 운하 사업에 비해 뒤지지 않습니다. 


즉 정부 입장으로는 '운하'와 '살리기'는 동의어인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사업이 살리기가 아님을 알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분들이 모르고 있습니다.


오늘 보여드릴 장소는 '절로 욕 나오는 장소'입니다. 4대강 사업에 관심없는 분들이라도 단박에 '아하' 할 만한 장소죠.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보는 즉시 '이게 강이야 뭐야?' 라고 자동으로 뱉어냅니다. 


진보든 보수든, 4대강 찬성이든 반대든 간에 이것만은 공감할 것이라 장담합니다. 설마 이것이 강 살리기라고 우기긴 않겠죠? 4대강 홍보책자에도 거짓으로라도 생태(?)적으로 꾸며놓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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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해평면 금호리에 있는 송곡천입니다. 사진의 정면 방향에 낙동강이 있습니다. 약 400m 가량 이런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직선으로 낙동강과 합수됩니다. 


제 뒤쪽으로는 농업용 보에서 물이 떨어지고 있지만 그 물들은 거대한 돌 아래로 들어가 흐르게 됩니다. 얼핏 보면 건천처럼 느껴집니다. 좌우는 작은사석(발파석)으로 된 것들이 철망에 고정되어 제방을 이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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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 도개면 궁기리에 있는 신곡천과 낙동강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사진 왼쪽에 흐르는 물이 낙동강 본류입니다. 신곡천은 오른쪽에서 흘러오게 됩니다.


하얗게 되어 있는 부분은 '친환경 생태 호안블럭'이라고 불리는 침식예방용 장치입니다. 일종의 하상유지공 같은 것이죠. 올록볼록 튀어나와 있는 부분 사이에는 땅으로 통하는 구멍이 있습니다. 그 사이로 식물들이 뿌리내리고 자리를 잡는다고 합니다. 이 시설은 식물들이 잘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원래 상태대로라면 이런 시설을 하지 않아도 멀쩡했던 곳입니다. 굳이 4대강 사업을 한다며 준설을 하고 유속이 빨라져 이런 시설을 하지 않으면 붕괴 위험에 처하게 되는 상황에 오게 된 것이죠. 강제로 성형수술을 한 꼴입니다.


완공이 된 후 하류의 구미댐 수문을 닫게 되면 제가 서 있는 부분까지 물에 잠기게 됩니다. 그 때는 이곳이 어떠했는지 잘 드러나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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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경기도 여주읍 하리의 소양천이고, 아래는 여주읍 현암리 오금천입니다. 둘 다 같은 형식으로 하천공사가 이루어졌습니다. 경사가 시작되기 전에 작은 보로 물을 막고 중앙에만 틈을 내 아래쪽 콘크리트 수로를 따라 본류로 합수됩니다. 비가 많이 올 때만 좌우로 물이 흐르고 평시에는 중앙 수로로만 흐릅니다.


얼핏 보면 물고기가 지류를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어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설령 그런 목적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어도 구실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정민걸 공주대 교수(생태학)는 '수로 자체가 너무 길고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다. 어류는 수온에 민감한데 콘크리트는 쉽게 온도가 올라간다. 어도로서의 기능이 불투명해 보인다.'는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이곳은 본류와 지류간의 교류가 끊긴 상태, 즉 죽은 것입니다. 살아있다는 것은 숨을 쉬는 것, 안팎이 교류한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을 살렸다고 말하는 것은 억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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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천남리에 있는 남한강의 지류, 한천입니다. 사진에 있는 부분을 휘감고 난 뒤 여주보 아래에서 남한강과 합류합니다. 보 바로 아래 쪽은 다른 곳보다 준설량이 많은데요. 그래서 역행침식도 더 심한 편입니다.

 

사진 끝 쪽을 보시면 5월에 붕괴된 제방이 보입니다. 빨라진 유속을 견디지 못한 제방이 무너진 것이죠. 그래서 새로운 제방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신곡천에서 사용했던 것과 비슷한 블럭을 깔고 있습니다. 식생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튼튼하게 제방도 보호하는 구실을 합니다. 자연스런 하천에선 이런 것들이 전혀 필요없습니다.


이 하천 좌우에는 원래 논이 있었지만 지금은 준설토 적치장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방이 유실되면 준설토는 대책 없이 강으로 흘러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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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군 풍양면 효갈리에 있는 공덕천입니다. 그나마 구불구불하게 해 놓은 것이 다행이라 말해야 할까요? 효갈교에서 합수부까지 수백미터에 이르는 구간을 이런 사석(발파석)으로 메꾸어 놓았습니다. 사석들은 굵은 철사로 된 망 안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수년이 지난 뒤 이 사석 위로 흙이 쌓이면 풀이 자랄 것입니다. 사진에도 물과 맞닿은 부분에 풀이 자라나 있습니다. 하지만 풀이 조금씩 자라나더라도 버드나무처럼 제방보호 구실을 톡톡히 하는 식물은 자라기가 힘듭니다. 뿌리를 촘촘한 사석 사이로 뻗어내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접근하기가 정말 힘든 하천임에도 자연도 살지 못하게 하고 사람도 살지 않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런 하천이 되어버렸습니다. '강 살리기' 참 잘 해 놓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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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 양호동에 위치한 한천입니다. 사석으로 된 제방을 만들어놓았습니다. 게다가 완전한 직선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하천바닥이 모래로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직선화한 하천은 유속이 빨라지게 됩니다. 평소에는 보시는 것처럼 얌전하게 흐르지만 비가 많이 올 때는 직선 주로를 따라 유속이 굉장히 빨라지게 됩니다. 제방붕괴, 교량붕괴 등 위험이 따르게 됩니다. 하천이라기보다는 '수로'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곳입니다.


또한 좌우 사석으로 채워진 제방은 식물들이 뿌리내리기에는 좀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잡초류는 흙이 쌓이면 쉽게 자라나지만 버드나무 등 제방을 근본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식물들은 들어오기 힘듭니다. '살리기'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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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군 북내면을 흐르는 남한강의 지류인 금당천입니다. 이곳에는 '돌망태'로 된 하상유지공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사진에 보시는 검정색 그물에 싸인 것이죠. 설치 후 넓게 흐르던 물이 중앙의 작은 물길로만 흐르게 되었습니다.


큰 강은 작은 강과 소통하게 되어있습니다. 특히나 어류의 경우에는 수많은 교류를 하게 됩니다. 비가 오면 지류로 대피하기도 하고 산란기가 되면 얕은 물을 찾아 지류로 갑니다. 지류와 본류가 나누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처럼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상유지공이 설치된 곳은 어류들이 쉽게 이동을 할 수 없습니다. 어류 생태계가 완전 단절된 것입니다. 살리기가 아니라 죽이기라는 증거 입니다. 혈관을 막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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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군 강천면 이호리에 있는 간매천입니다. 지난 해 추석에 내린 비로 상당 부분 제방이 붕괴됐습니다. 그 뒤 거대한 바윗돌을 촘촘하게 쌓아 놓았습니다. 엄청난 비용이 들어갔을 겁니다. 달리 할 말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헐'.


사진에서 보이지 않는 상류부분은 더 가관입니다. 콘크리트 제방으로 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런 모습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한 것은 아니고 농경지 확장을 하면서 하천을 좁히고 둑을 높게 쌓은 것입니다. 


만약 '4대강 사업'이 진짜 '살리기' 사업이라면 이런 직강화한 하천들을 원래의 자연스런 모습대로 돌려놔야 할 것입니다. 이런 하천에서는 살 수는 생물들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생명들이 존재할 때그 곳은 '지속가능한' 상태가 되고 진짜 '살아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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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시 부론면에서 남한강과 합류하는 섬강입니다. 이곳도 합수부에는 거대한 돌망태로 되어있는 하상유지공이 설치돼 있습니다.

 

원래의 모습대로라면 물은 자연스럽게 큰 강과 합수합니다. 평소에는 하천의 폭도 사진처럼 넓지 않습니다. 당연히 저러한 낙차도 없습니다(현재 1m 이상의 낙차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금당천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어류들의 교류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하상유지공 때문에 흘러가지 못해 물이 썩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 사진을 찍던 4월에(완공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도 약하게 녹조류가 생기는 것을 보았습니다. 여름철 기온이 높게 올라갈 때는 훨씬 심각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건 장마가 끝나고 난 뒤에 답사해서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며칠 전 제 블로그에 댓글을 남겨주신 분 중 인상적인 분이 있었습니다.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분이었는데 저보고 '강에나 제대로 가보고 얘기 하느냐!'고 호통치듯 적어놨습니다. 그러면서 자기는 영산호에 사는데 물이 더러워 살리기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영산호는 영산강을 여러 개의 둑으로 막아 바닷물과의 소통이 불가능하게 되며 생겨난 호수입니다. 당연하게도 영산호 물은 그 후 농업용수로도 못 쓸 정도의 물이 되었습니다.


'자연을 정복'해야 한다며 밀어붙인 박정희 정권의 작품입니다. 댓글을 단 분의 주장은 이제 이 썩은 영산호를 다시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지금 정부는 그것을 해 주고 있다는 겁니다. 잘 하고 있는데 '반대를 위한 반대'는 하지 말란 얘깁니다.


불행히 오늘 보여드렸던 사진들처럼 '살리기'가 아니라 '죽이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국의 모든 강을 영산호처럼 죽은 강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재작년까지는 영산호 같은 '썩은 강'은 많지 않았습니다. 


도심을 통과하는 하천, 즉 우리 눈에 보이는 하천들은 썩은 것처럼 보였지만 행정구역 '군' 단위로만 내려가도 물은 깨끗했습니다. 생태환경도 매우 우수했습니다.


지금의 정부는 멀쩡히 살아있던 강을 모조리 인공화 시키고, 죽이고 있습니다. 살린다는 강은 어디에 있습니까?


김성만/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녹색연합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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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만(채색) 생태활동가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4대강 현장팀에서 활동했었다. 파괴를 막는 방법은 살리는 일을 하는 것이라 믿고 2012년 3월부터 '생태적인 삶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여행을 떠난다. 중국 상하이에서 포르투갈의 리스본까지 자전거로 여행하고 <달려라 자전거>를 냈고, 녹색연합에서 진행한 <서울성곽 걷기여행>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메일 : sungxxx@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likeb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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