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처럼 턱 부풀려 사냥하는 심해 ‘풍선장어’

조홍섭 2018. 10. 11
조회수 12946 추천수 0
아래턱에 펠리컨 닮은 자루 풍선처럼 부풀려 사냥
태평양과 대서양서 잇따라 살아있는 모습 촬영 성공

pelican3-1-2-2.jpg » 심해어인 풍선장어가 물과 함께 먹이를 삼킨 뒤 아가미로 물을 빼 주머니를 찌그러뜨리고 있다. 레비코프-니글러 재단 영상 갈무리.

온대와 열대바다에서 가끔 어선에 잡히는 풍선장어는 수수께끼의 심해어이다. 75㎝ 길이의 몸은 길쭉한 뱀장어이지만 몸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한 머리는 괴상하다. 커다란 아래턱에는 펠리컨처럼 커다란 자루가 달려 학명은 ‘펠리컨 장어’라는 뜻이다. 이 신비로운 심해어의 살아있는 모습을 해양학자들이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해양탐사선 노틸러스의 무인잠수정은 최근 하와이 북서쪽의 해양보호구역을 탐사하던 중 수심 1425m의 해산에서 풍선장어와 우연히 맞닥뜨렸다. 노틸러스가 발표한 유튜브 영상에는 이 물고기를 발견하던 당시 연구자들이 주고받은 대화가 생생하게 담겨있다. “저게 뭐야?” “꼭 인형 같아.”

비영리단체인 ‘해양탐사 트러스트’가 운영하는 노틸러스 무인잠수정이 최근 태평양에서 촬영한 풍선장어 유튜브 영상.

풍선장어의 주머니는 완벽한 형태의 풍선처럼 부풀었다가 바람을 빼듯 차츰 쭈그러들었다. 우스꽝스러운 인형처럼 보이는 풍선장어는 주머니를 갈무리한 뒤 날씬한 뱀장어가 되어 잽싸게 헤엄쳐 사라졌다.

이 영상만으론 이 물고기의 커다란 풍선을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지가 불분명하다. 최근 이뤄진 또 다른 관찰로 풍선장어가 마치 수염고래가 다량의 물과 함께 크릴 떼를 삼키듯 먹이를 사냥하는 모습이 밝혀졌다. 

비영리 해양탐사기관을 지원하는 레비코프-니글러 재단은 최근 대서양 아조레스 제도 근해의 수심 1000m 해저에서 풍선장어가 적극적으로 사냥하는 모습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재단은 “풍선장어가 커다란 입을 벌리고 먹이를 기다리다 흡입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추적해 삼킨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레비코프-니글러 재단의 무인잠수정이 최근 대서양에서 촬영한 풍선장어의 사냥 모습. ‘사이언스 매거진’ 유튜브 영상

풍선장어는 배지느러미와 부레, 비늘이 없고 심해어 답지 않게 눈이 작으며 채찍 같은 긴 꼬리가 있는 특이한 물고기다. 혼획된 개체의 해부에서는 뱃속에서 작은 갑각류가 주로 나와 먹이로 추정된다. 이번 직접 영상을 통해 이 물고기는 심해저의 소형 먹이를 물과 함께 흡입한 뒤 먹이만 걸러내고 물은 아가미로 흘려보내는 ‘작은 고래’와 같은 사냥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졌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서·남해 갯벌서 푸른곰팡이 96종 발견서·남해 갯벌서 푸른곰팡이 96종 발견

    조홍섭 | 2019. 10. 15

    신종 후보 17종 포함…차세대 항생제 개발, 치즈 생산 등에 활용꼭 90년 전 알렉산더 플레밍은 깜빡 잊고 뚜껑을 덮지 않은 배지에 날아든 푸른곰팡이가 세균 성장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곰팡이에서 생산한 페니실린 덕분에 제2차 세...

  • 청소 새우가 먹히지 않는 비결 있다청소 새우가 먹히지 않는 비결 있다

    조홍섭 | 2019. 10. 10

    포식자 고객에 청소 직전과 중간에 ‘앞다리 춤’으로 신호열대 태평양 산호초에는 큰 물고기의 아가미와 입속을 청소하는 작은 새우가 산다. 송곳니가 삐죽한 곰치 입속을 예쁜줄무늬꼬마새우가 드나들며 기생충을 잡아먹고 죽은 피부조직을 떼어먹는...

  • 배추흰나비는 실크로드 따라 동아시아 왔다배추흰나비는 실크로드 따라 동아시아 왔다

    조홍섭 | 2019. 10. 08

    전 세계 유전자 분석 결과…지중해 기원, 통일신라 때 작물과 함께 와배추흰나비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분포하고 수도 많은 나비의 하나다. 생물 종으로 성공한 나비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농작물 피해를 일으키는 해충이기도 하다.시민 과학...

  • 유령게의 ‘으르렁’ 경고음, 위장 분쇄기관 소리였다유령게의 ‘으르렁’ 경고음, 위장 분쇄기관 소리였다

    조홍섭 | 2019. 10. 07

    먹이 부수는 부위를 발성 기관으로 ‘재활용’, 상대에 경고 신호 전달집이나 먹이를 빼앗으려는 상대에게 유령게는 집게발을 휘두르며 낮고 거친 소리를 낸다. 마치 개가 으르렁거리는 듯한 경고음을 내는 곳은 놀랍게도 먹이를 잘게 부수는 위 앞...

  • 다리 대신 터널…제2순환로 환경파괴 위험 여전다리 대신 터널…제2순환로 환경파괴 위험 여전

    윤순영 | 2019. 10. 02

    육상 구간 논 습지 훼손 불보듯, 저감방안 대책 선행되야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가 한강을 건너는 구간은 애초 계획된 교량 설치 대신 지하터널 형태로 건설될 예정이다. 교량 건설로 인한 환경파괴를 우려한 문화재청이 한강 하류 재두루미 도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