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향 추파’ 던져 암컷 유혹하는 여우원숭이

조홍섭 2020. 0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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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서 성호르몬 분비, 긴 꼬리에 묻혀 공중에 퍼뜨려


le1.jpg » 손목 분비샘이 분명히 드러나 보이는 수컷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양쪽 어깨 위에도 분비샘이 있다. 다나카 시구사, 일본 영장류 센터 제공.

손목에 향수를 뿌리고 데이트에 나서는 남성처럼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수컷도 짝짓기철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과일 향을 내뿜는다. 사람이 손목의 체온으로 향기를 풍긴다면, 여우원숭이는 손목 분비샘의 ‘향수’를 꼬리에 묻힌 뒤 암컷을 향해 흔들어 ‘냄새 추파’를 던진다.


시라스 미카 일본 도쿄대 화학자 등 이 대학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16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영장류에서는 처음으로 성호르몬에 들어있는 3종의 알데하이드 화합물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알락꼬리여우원숭이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섬의 고유종으로 전체 개체수가 2000마리에 지나지 않는 세계적 멸종위기종이다. 육상에서 30마리까지 무리 지어 생활하는 사회성 동물로, 수컷끼리 페로몬을 묻힌 긴 꼬리를 치켜세워 ‘냄새 싸움’을 벌이는 행동으로 유명하다. 이번 연구로 이 원숭이가 수컷 사이의 영역 다툼뿐 아니라 수컷의 암컷 유혹에도 냄새 신호를 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le2.jpg » 손목 분비샘의 페로몬을 꼬리에 바른 뒤 이를 공중에 퍼뜨려 암컷을 유인하는 수컷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시라스 외 (2020)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교신저자인 도우하라 가즈시게 도쿄대 교수는 “해마다 짝짓기철이 되면 수컷 여우원숭이는 손목의 분비샘을 복슬복슬한 꼬리에 비벼 묻힌 뒤 암컷을 향해 흔드는 ‘냄새 추파 던지기’ 행동을 한다”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손목 샘에서는 강한 휘발성의 깨끗한 액체를 소량 분비하는데, 여기서 과일과 꽃향기가 난다.


연구자들이 관찰한 결과, 번식 철을 맞아 배란기인 암컷일수록 수컷의 분비물 냄새를 더 자주, 오래 맡았다. 암컷이 번식기 수컷이 내는 과일 향 분비물의 냄새를 맡는 기간은 번식기가 아닐 때 분비하는 쌉쌀한 냄새가 나는 분비물보다 2배나 길었다.


도우하라 교수는 “암컷은 과일이나 꽃향기가 나는 분비물을 다른 때보다 몇 초 더 오래 냄새 맡거나 가끔 핥기도 한다. 아주 짧은 시간인 것 같지만 수컷들이 눈치채고 관심을 갖기에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le3.jpg » 수컷 알락꼬리여우원숭이의 손목 샘 모습. 이토 사토미, 교토대 제공.

연구자들이 수컷의 손목 분비물을 기체 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법으로 분석한 결과 테트라디카날 등 3가지 알데하이드 화합물을 확인했다. 이 세 가지 물질이 함께 있을 때만 암컷의 관심을 끌었다.


도우하라 교수는 “3가지 물질은 모두 암양이 갓 태어난 새끼를 알아보는 데 관여하며 테트라데카날은 사마귀 등 곤충의 성페로몬으로 알려져, 이 3가지 물질이 동물계 전체에 걸쳐 소통 도구로 널리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용 저널: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0.03.03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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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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