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녹인 수분으로 알 낳는 건조지대 비단뱀

조홍섭 2018. 0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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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가 우기 태어나려면 건기 임신 불가피, 알 70%는 수분
지방보다 근육에 수분 5배 포함…번식에 근육 분해 첫 사례

GettyImages-140262133.jpg » 오스트레일리아 북부에 사는 칠드런 비단뱀은 새끼가 더 나은 여건에서 태어나도록 건기에 자신의 근육을 분해해 얻은 수분으로 알을 낳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자식 위해 모든 걸 다 하는 건 사람이나 다른 동물이나 마찬가지다. 동물들은 자식이 최적 조건일 때 태어나도록 최악의 역경을 감수한다. 오스트레일리아 북부에 사는 비단뱀도 그렇다.

칠드런비단뱀은 먹이가 풍부한 우기에 맞춰 알이 깨어나도록 건기가 한창이어서 먹이와 물이 바닥났을 때 번식을 시작한다. 알의 70%는 수분이다. 어미가 알을 만드는 데 필요한 수분을 구할 곳은 자기 몸 밖에 없다.

조지 브러쉬 미국 애리조나대 생물학자 등 연구팀은 칠드런비단뱀을 네 집단으로 나눠 실험했다. 임신한 비단뱀 두 집단에는 각각 알이 깨어나기까지 3주 동안 물을 전혀 주지 않거나 무제한 공급했다. 다른 두 집단은 번식하지 않는 집단으로 각각 물을 주거나 주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이들의 혈액을 주기적으로 채취해 삼투질 농도를 측정해 탈수 상태를 보는 한편 몸의 굵기와 체중의 변화를 살펴봤다.

몸속 수분이 줄어들면 삼투질 농도가 높아진다. 측정 결과, 물을 주지 않은 뱀과 임신한 뱀에서 각각 삼투질 농도가 높아져 탈수 상태임을 보여줬다. 물을 주지 않은 임신 비단뱀의 탈수 상태가 가장 심각했다. 물 부족은 이들 뱀에게 정말 심각한 문제임이 드러났다.

그렇다면 뱀은 어떻게 이런 역경을 이길까. 보통 동물은 추운 날씨 등 힘든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지방을 비축한다. 지방은 단백질보다 열량이 2배 높아 효율적인 에너지원이다. 그러나 건조지대에서 더 중요한 건 물이다. 지방에는 수분이 10%밖에 들어있지 않지만, 근육에는 그보다 5배 많은 수분이 있다. 따라서 자식을 위한 소중한 수분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속에 있는 근육을 분해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연구자들은 비단뱀의 굵기 변화를 통해 근육이 차츰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thrush_flying_wide.jpg » 장거리 비행 때 몸의 근육을 태워 수분을 보충하는 것으로 밝혀진 북아메리카산 지빠귀가 풍동 실험 장치 속에서 날고 있다. 웨스턴 온타리오대 제공.

이들은 “번식 과정에서 근육이 줄어드는 현상은 곤충, 물고기, 파충류, 새, 포유류에서 보고된 적이 있다”며 그러나 “이런 예는 오랫동안 굶었을 때 부족한 에너지와 아미노산을 보충하기 위해 단백질을 활용하는 것이지 새끼의 발달에 필요한 수분을 공급하기 위해 근육을 분해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논문에서 밝혔다(▶관련 기사: 수천㎞ 논스톱 비행 철새, 근육 태워 목 축인다).

어미의 몸을 ‘짜낸’ 수분으로 태어난 알은 수분이 넉넉한 여건에서 태어난 알과 개수가 같았다. 알의 수는 실험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결정됐기 때문이다. 알의 크기는 수분 부족 상태에서 태어난 쪽이 약간 가벼웠다. 연구자들은 “태아가 발달하는 데 필요한 물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했다는 것인데, 이는 자신의 몸을 분해해 수분을 공급하는 어미와 일종의 갈등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약간 작게 낳은 알은 “어미와 새끼 사이의 미묘한 타협의 결과”라고 이들은 밝혔다. 연구자들은 작게 낳은 알에서 태어난 비단뱀이 어떤 형질을 지니고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생물학’ 최근호에 실렸다.

1280px-Children's_Python-1.jpg » 어린 칠드런비단뱀. 어미는 자신의 몸을 분해해 자식에게 수분을 제공하지만 둘 사이엔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태어난 알은 수분이 충분한 때보다 약간 작다. 그 영향이 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rusch IV GA, Lourdais O, Kaminsky B, DeNardo DF. 2018 Muscles provide an internal water reserve for reproduction. Proc. R. Soc. B 285: 20180752. http://dx.doi.org/10.1098/rspb.2018.075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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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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