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루 박' 박석순 원장의 항변, 나는 '스크루 원조' 아니다

남종영 2012. 02. 01
조회수 33325 추천수 0

"장석효가 독일서 듣고 홍보물에 넣어" 발뺌, 수질개선 효과 "일부 있다" 소신

전문가 현실성 없는 주장…대운하·4대강 추진 주역들 환경 기관장에 즐비

 

2009112611355234607_1.jpg

▲한반도 대운하 조감도. 고인 물은 썩는다는 주장에 대해 정부는 선박이 수질을 좋게 한다고 주장했다.  

 

며칠 전 <경향신문>에 이상한 정정보도가 떴다. 이번 정부의 대표적인 ‘4대강 전도사’인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환경공학)가 국립환경과학원장에 임명됐다는 기사에 대한 정정보도였다. 정정 대상이 된 기사의 제목은 “‘스크루 박'을 환경과학원장에”였다. '스크루 박'은 환경단체가 박 원장에게 붙인 별명이다. 

 

박석순 교수는 경향신문의 해당 기사에 대해 정정보도를 청구했고, 경향신문과 박 교수는 여러 차례 협의 끝에 1월21일 2면에 ‘바로잡습니다’를 냈다. 그런데 내용을 꼼꼼히 따져보면 이상하다. 전문을 옮기면 이렇다. 

 

경향신문은 지난해 9월29일자에 박석순 국립환경과학원장이 2008년 1월10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여기(대운하)에 선박을 운행하면 산소가 공급됩니다. 배의 스크루가 돌면서 물을 깨끗하게 만듭니다"라고 언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박 원장은 해당 프로그램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박 원장은 2008년 대운하토론회에서 “일부 정체된 구간에서는 선박이 운항됨으로 인해서 산소 공급이 이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라고 말했지만 ‘스크루’란 단어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정정보도의 내용을 요약해보자. 쉽게 말해 박 원장은 선박이 운항하면 산소 공급이 이뤄지는 건 사실이지만, 다만 ‘100분 토론’에서 ‘스크루’라는 말은 한 적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재밌는 의문점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돛단배나 요트를 빼고 세상에 스크루로 안 가는 배가 있나? 어차피 같은 얘기 아닌가?

 

01520122_P_0.jpg

▲박석순 국립환경과학원장(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박 원장이 과거에 이런 취지의 말을 했는지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다. 박 원장은 ‘스크루’라는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배가 다니면 수질이 좋아진다는 취지의 말을 여러 번 했다. 

 

2007년 10월 대운하와 관련한 토론회에서도 이런 말을 했다. 그는 '물이 고이면 썩는다'는 대운하 반대 진영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선박의 산소공급론'을 폈다.  

 

준설을 하면 오염된 퇴적물을 건져내서 수질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천정비로 오염원을 차단하고, 다는 아니지만 일부 정체된 구간에서 선박을 운항해서 산소공급이 이뤄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관련 동영상: 오마이TV-"운하에 물을 채우면 수질이 좋아진다")


이밖에도 그는 운하를 만들면 수질이 좋아진다는 논리를 폈다. 물을 많이 넣어서 희석시키면 수질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도 낙동강과 팔당호에 부영양화가 심각하다”며 운하를 만들면 수질이 개선된다고 주장했다. 지금 4대강에 보를 만들면 수질이 좋아진다는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박 원장은 정말로 배가 다니면 수질이 좋아지는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박 원장은 수질을 전공한 환경공학과 교수다. 박 원장의 말을 들어보았다. 

 

 -정말로 배가 다니면 수질이 좋아집니까?

 

 다는 아니지만 일부 정체구간에서 좋아질 수 있습니다. 정체된 구간에 배가 다니면 수질개선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 논문이라도 나온 게 있나요? 국립환경과학원장으로서, 과학적으로 그런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겁니까?

 

 (논문이 있는지에 대해선) 나는 모릅니다. (선박으로) 수질 개선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나한테 묻지 마십시요. 장석효씨(현 도로공사 사장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때 고위 간부였고 대운하 추진론자였음)에게 물어보십시요. 2006년에 유럽에 대운하 견학을 갔습니다. 그때 독일의 운하 전문가가 그렇게 얘기를 해줘서 홍보 동영상에 (장석효씨가) 집어넣은 겁니다. 나는 동영상을 설명하면서 말했을 뿐입니다. ‘그게 사실이다, 하지만 막 좋아지는 건 아니다’라며 해명해 주는 거였습니다.”

 

04162405_P_0.jpg

▲지난달 3일 경기 여주군 여주읍 강천보에서 생명의 강 연구단 활동가들이 수질조사를 하고 있다. 여주/김태형 기자

 

이 문제와 관련해 4대강 사업에 대해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서동일 충남대 교수(환경공학)에게 물었다. 정말 배가 다니면 수질이 좋아질 수 있을까?

 

현실성이 없는 얘기죠. 물론 스크루가 돌면 물이 섞이는 효과는 있어요. 하지만 배의 스크루가 24시간 강에서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산소가 물에 잘 안 녹아요. 더러운 물과 깨끗한 물이 섞였다가 다시 물과 기름처럼 나뉘어져버리죠. 유럽의 운하를 가보세요. 배가 지나가면 검은 꼬리가 생겨요. 오히려 아래 퇴적물과 오염물질이 위로 올라오는 거죠. (정화보다는) 오염된 퇴적물을 들춰내는 효과가 크죠."


환경단체들은 박 원장이 선박이 운항하면 수질이 좋아진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녔으면서 이제 와서 발을 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박 원장은 박승환 환경공단 이사장, 이병욱 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과 함께 대표적인 대운하 전도사로 꼽혔다.

 

당시 환경학계에서 대운하나 4대강 사업을 지지하는 입장은 소수였다. 공교롭게도 이명박 대통령 옆에서 대운하와 4대강 사업을 엄호했던 이들이 지금 환경부의 주요 산하기관장들을 맡고 있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이 완공되면 수질이 좋아진다고 정부는 확언했다. 하지만 지금 수질이 좋아졌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클로로필 에이 농도와 총인 농도는 예년 수준과 비슷하다. 배가 아직 다니지 않아서일까? 정부는 이 사업에 22조원을 투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남종영 한겨레신문 기자
2001년부터 한겨레신문사에서 일하고 있다. 《한겨레》와 《한겨레21》에서 환경 기사를 주로 썼고, 북극과 적도, 남극을 오가며 기후변화 문제를 취재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지구 종단 환경 에세이인 『북극곰은 걷고 싶다』를 지었고 『탄소다이어트-30일 만에 탄소를 2톤 줄이는 24가지 방법』을 번역했다. 북극곰과 고래 등 동물에 관심이 많고 여행도 좋아한다. 여행책 『어디에도 없는 그곳 노웨어』와 『Esc 일상 탈출을 위한 이색 제안』을 함께 냈다.
이메일 : fandg@hani.co.kr      
블로그 : http://plug.hani.co.kr/isoundmysight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공룡의 생존전략 '청소년기 생존전략, 조류와 닮아'공룡의 생존전략 "청소년기 생존전략, 조류와 닮아"

    이근영 | 2016. 01. 22

    원병묵 교수, 수학모델로 계산'인간과 유사' 기존 이론 뒤집어청소년기에 폭풍성장하는 공룡의 생존 전략은 사람이 아닌 큰 조류와 닮았다는 사실을 국내 공학자가 밝혀냈다.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및 나노과학기술학과 교수는 22일 “공룡은 ...

  • ‘지구온난화’가 주술이라는 어느 신문 사설‘지구온난화’가 주술이라는 어느 신문 사설

    김정수 | 2014. 03. 05

    한물간 그린피스 창립자 발언을 금과옥조 삼아 '기후변화는 없다' 주장 속내는 배출권 거래제 연기 요구, 산업계 이해관계 막무가내 대변        우리나라 산업계를 대변해온 대표적 경제신문에 3일 “극소수 국가만이 지구온난화의...

  • 철새 먹이주기 금지, AI 방제에 역효과 철새 먹이주기 금지, AI 방제에 역효과 

    주용기 | 2014. 01. 28

    먹이 찾아 이동 부추겨, 이미 볏집 감싸는 곤포사일로로 먹이 부족 상황근본적으로 공장식 가금 농장 환경개선해야…가창오리 `주범' 근거 없어    확산일로에 있는 조류인플루엔자(AI)가 야생조류에서 비롯된 것처럼 발표가 나오고 있다. ...

  • '북극해 식어 빙하기? 엉터리 기사의 전말'북극해 식어 빙하기? 엉터리 기사의 전말

    조홍섭 | 2013. 09. 12

    영국 일요판 타블로이드 신문 엉터리 보도, NASA 발표인 것처럼 인용 북극해 얼음 작년 기록적 축소 대비 증가일뿐 평균보다 작아, 장기추세는 그대로     “북극해에 얼음이 60%나 늘었다네요. 언제는 전부 녹는다더니….”  11일 오후 동...

  • 박근혜 표 창조경제, 빌 게이츠 원전 속으로?박근혜 표 창조경제, 빌 게이츠 원전 속으로?

    곽현 | 2013. 04. 23

    '제4세대 원전'은 소듐냉각고속로, 핵폐기물 신규 발생과 천문학적 비용 미지수 핵주권론과 산업·과학·해외기업 이해관계 작용 가능성…창조경제도 원전경제로 가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이 22일 국회에서 강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