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은 들어와도 취재는 안 돼?

남종영 2012. 0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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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이포보 녹조류 취재 기자들, 시공업체서 막무가내 방해

여기자 폭행 이어 휴대전화 뺏는 등 횡포 기승…당국은 뒷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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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이포보를 취재하던 <한국방송> 취재진을 대림산업 직원이 가로막고 있다.

 

4대강은 사진을 찍으면 안 되는 곳일까? 4대강 시설물에 대한 취재 방해가 도를 넘고 있다. 지난달 <연합뉴스> 여기자를 4대강 공사 관계자가 집단 폭행한 데 이어 지난 10일 경기 여주군 남한강 이포보에서는 몸으로 밀치고 사진 촬영을 강제로 막는 등 취재를 방해하는 일이 또 다시 벌어졌다. 

 

<한겨레>와 <한국방송>, <오마이뉴스> 등에 소속된 기자들은 10일 경기 여주군 남한강에 세워진 이포보를 취재하고 있었다. 수중 광장과 강수욕장에 녹조류가 끼었다는 환경단체 녹색연합의 제보를 받고서였다.

 

녹조류가 낀 곳은 이포보 우안 하단의 수중 광장과 강수욕장이었다. 수중 광장에 진입하자 오래 물을 갈아주지 않은 어항의 물 썩는 악취가 진동했다. 수중 광장 계단은 페인트를 칠한 것처럼 아예 녹색으로 덮였다. 물은 어두운 빛깔을 띠었고, 주변에는 물고기 2마리가 죽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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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가 진동하는 이포보 수중 광장의 녹조류 모습. 일손을 동원해 수시로 닦지 않으면 물놀이를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녹조류 현장을 취재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포보 시공업체인 대림산업 직원 7~8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우리 사정 잘 알지 않느냐, 나가 달라”, “허가를 받지 않고서는 취재를 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현장에서 철수할 것을 요구했다.

 

기자들이 “이곳은 공개된 장소”라고 반발했지만, 대림산업 직원들은 욕설을 퍼붓는 등 막무가내였다. 대림산업 직원들은 <KBS>의 카메라 렌즈를 몸으로 막고 사진을 찍지 말라고 소리쳤다. 

 

직원들은 <한겨레> 기자도 따라다니며 카메라를 가로막고 취재를 방해했다. 취재 여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찍자, 대림산업 직원은 욕설을 내뱉으며 휴대전화를 빼앗는 등 행패를 부렸다. 이후 사진을 찍을 때마다 렌즈를 막고 몸으로 밀치는 등 물리력을 행사했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3일 낙동강 합천 창녕보에서 취재를 하던 <연합뉴스> 김아무개 기자도 이런 일을 당했다. 10일 이포보에서는 기자 4명이 함께 있었지만, <연합뉴스>는 여 기자 혼자여서 분위기는 더 험악했다.

 

당시 김 기자가 휴대전화 카메라로 보 아래 둔치의 경사면을 촬영하려고 하자, 시공업체인 에스케이건설의 노아무개 부장이 김 기자의 손목을 비틀며 제지했다. 이어 다른 직원 4~5명이 몰려와 에워쌌고 일부는 몸으로 밀쳐 냈다.

 

이 과정에서 김 기자는 손에 피를 흘리고 팔에 멍이 드는 부상을 당했다. 지난 2월 달성보에서는 김부겸 민주당 최고위원과 박창근 관동대 교수 등이 탄 보트를 공사 관계자들이 예인선으로 들이받으면서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사건 이후 국토해양부는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현장에서 달라진 건 전혀 없었다. 건설사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가운데 뒤늦게 이포보에 나온 서울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주변에서 어도 공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 우려가 있어서 취재를 제한한 것”이라며 “사전에 허가를 맡고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도 공사 현장은 녹조류가 낀 수중 광장에서 약 150m 떨어져 있다. 당시 공사는 중단된 상태였다. 그리고 취재 직전만 해도 시민들은 주변을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녔다.

 

황인철 녹색연합 팀장은 ”하루 전인 9일에도 관광객들이 이곳을 드나들며 사진을 찍었다”며 “방송사 카메라를 보자 득달같이 달려와 4대강에 부정적인 모습인 녹조류가 못 찍게 막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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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포보에 갖힌 물에 녹조가 피어 있는 가운데 물고기가 죽어 있다.  

기자들이 여의도공원에서 취재를 할 때, 미리 서울시의 허가를 맡지는 않는다. 정부는 지난해 가을 보 개방 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였다. 최근에는 정기적으로 4대강 현장에 다녀간 누적 관광객의 수를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런 공개된 장소에서 취재는 안 되는 것일까? 

 
글·사진·동영상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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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영 한겨레신문 기자
2001년부터 한겨레신문사에서 일하고 있다. 《한겨레》와 《한겨레21》에서 환경 기사를 주로 썼고, 북극과 적도, 남극을 오가며 기후변화 문제를 취재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지구 종단 환경 에세이인 『북극곰은 걷고 싶다』를 지었고 『탄소다이어트-30일 만에 탄소를 2톤 줄이는 24가지 방법』을 번역했다. 북극곰과 고래 등 동물에 관심이 많고 여행도 좋아한다. 여행책 『어디에도 없는 그곳 노웨어』와 『Esc 일상 탈출을 위한 이색 제안』을 함께 냈다.
이메일 : fandg@hani.co.kr      
블로그 : http://plug.hani.co.kr/isoundmy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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