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선 4대강, 정부쪽 전문가 ‘삽질 발표’

조홍섭 2010. 02. 25
조회수 11566 추천수 0
행정소송 참관기
중금속·흙탕물 오염 우려 등에 ‘비전문적’ 견해
자기과시 발언하다 제지도…<사이언스>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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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에 흙탕물과 중금속이 아무리 많아도 응집제를 주입해 정수하면 아무 문제 없다.”

“보 건설로 지하수위가 상승해 농지가 습지화되는 건 좋은 일이다.”
“4대강 사업이 끝나고 2년만 지나면 전세계에서 구경 올 것이다.”
 
시골 촌로들에게 4대강 사업을 홍보하면서 나온 얘기가 아니다. 4대강 사업 중지를 요구하는 국민소송단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정부 대표로 나온 전문가가 판사 앞에서 한 발언이다.
 
환경 논란 때마다 정부 두둔하더니 이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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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행정법원에서는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행정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국민소송단과 정부 쪽 전문가, 변호사 등이 재판관 앞에서 차례로 발표를 했다. 지난달 28일 2차 심리 때 정부 쪽 변호사가 심리를 빨리 종결하자고 주장한 데 맞서 국민소송단 쪽에서 발표기회를 달라고 요청해 얻은 자리이다.
 
양쪽에서 3명씩 나서 김홍도 부장판사와 2명의 배석 판사를 설득하기 위해 미리 준비한 슬라이드와 동영상 자료를 발표했다. 방청석에는 세계적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의 일본지국장인 데니스 노마일이 취재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4대강 사업은 이제 세계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소송단 쪽 발표가 끝나자 정부 쪽 첫 발표자로 박재광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가 나섰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당위성과 외국의 사례’라는 제목의 발표를 한 박 교수는 4대강 사업은 물론이고 한반도 대운하, 팔당 상수원의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증설, 수돗물 바이러스 오염 등 굵직한 환경논란 때마다 환경단체를 비판하고 정부 쪽을 두둔하는 데 앞장서온 인물이다.
 
그는 발표 들머리에서 오염된 한강을 복원하기 위해 영국에 유학을 갔고, 자신은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에 등재된 국제학술지에 55편이나 논문을 썼는데 4대강 반대 교수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둥 자기과시 발언을 이어가다 판사로부터 “본론부터 하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어진 그의 발표에서 정부 쪽이 대표적 전문가로 내세운 인사의 발언이라고 믿기 힘든 내용이 잇따라 나왔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강바닥 퇴적토의 중금속과 공사현장의 흙탕물 오염에 대해 그는“문제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홍수 때는 공사 때보다 수십배 높은 탁도의 흙탕물이 흘러도 충분히 정수하고 있으며, 비소 등 중금속은 물에 잘 녹지 않아 정수과정에서 응집제를 주입하면 문제가 없다며 “환경단체들이 무조건 반대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자칭 환경공학 전문가이면서 그는 이런 흙탕물이 며칠 동안이 아닌 1년 내내 전국 4대강 본류에서 동시에 흘러내릴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는 생각이 미치지 않은 것 같았다. 전문 관리능력이 떨어지는 소규모 정수장이 그런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흙탕물을 피해 도망치거나 햇빛이 차단돼 먹이를 구할 수 없게 되는 물속 생물들은 어떻게 될지 등 예상되는 최악의 사태는 누가 걱정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달 중순께 4대강 사업 집행정지 여부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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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충격적인 발언이 이어졌다. 낙동강 하류 함안보에서처럼, 보를 쌓으면 강의 수위와 함께 주변 농경지의 지하수위도 함께 높아져 농사를 짓지 못한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농지가) 습지화하는 건 좋은 일”이라고 했다. 그는 다뉴브 강의 예라면서, 댐 건설로 지천의 수위가 증가하자 메말랐던 땅이 습지로 바뀌면서 물새와 물고기가 늘어나고 지하수의 수질이 개선되자 처음 극렬하게 반대하던 환경단체들도 슬그머니 꽁무니를 뺐다고 소개했다.
 
우리처럼 좁은 땅덩어리에서는 “환경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 최선의 환경보전”이라며 4대강 사업을 적극 옹호하더니, 이번엔 강변의 환경을 최대한 이용해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온 농민의 뿌리를 뽑아내고 습지로 만들자고 한다. 그는 “(보 설치로 인한) 지하수 상승이 득이 더 많은데 한국에선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그는 “보를 막으면 수질이 좋아진다”, “미국도 경기부양책으로 삽질사업 토목사업에 20%를 투자한다”, “낙동강 하류에는 쓰레기만 있지만, 세느 강과 템스 강이 아름다운 건 보가 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을 2012년까지만 하지 말고 그 후에도 해마다 10조원씩 들여 계속하자고 환경단체가 주장하지 않아 놀랍다”는 등 상식에 어긋나거나 납득하기 힘든 주장을 늘어놓았다.
 
그는 “(4대강 반대가) 하도 안타까워서 좀 직설적으로 말했다”고 덧붙였지만, 방청석에 있던 한 대학교수는 “정부가 피디수첩 패소 이후 소송에 신경을 쓰는 줄 알았는데 뜻밖의 인물이 정부 쪽 대표 전문가로 나서 놀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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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국민소송은 두 가지로, 하나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국가재정법, 하천법, 환경영향평가법 등을 위반했기 때문에 사업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이고 다른 하나는 행정소송 판결 때까지 공사를 중단해 달라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다.
 
국민소송단은 현재 4대강의 관할 법원인 서울행정법원과 부산·대전·전주지방법원에 두 가지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소송단의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는 “4대강 공사의 단순한 위법성뿐 아니라 원고들이 공사를 중지하지 않으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보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어렵다“며 “4대강 사업이 전국적 관심사인 만큼 원고를 좁은 사업구간의 피해자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양쪽의 주장과 자료를 검토해 다음달 중순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일지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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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언론인/ 자연작가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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