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수해 지류 놔둔채 멀쩡한 본류에 '헛돈'

조홍섭 2010. 0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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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점'돈 이명박 정부
<1>4대강 사업

 
준설로 홍수 대비?
국가하천 97%제방 등 정비끝
골재채취로 추가 준설 불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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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지류인 조만강이 흐르는 경남 김해시 주촌면 주촌소방서 옆 하천변에는 공업단지의 침수를 막기 위한 마대자루가 기다란 장벽을 이루고 있다. 해마다 하천이 넘칠 때마다 임시로 쌓아놓은 것이다. 몇 년이 지났는지 모를 오래된 마대자루는 모두 헤어져 안에 들었던 흙이 둑을 이루기도 한다.
 
또 다른 낙동강 지류인 금성천을 가로지르는 경북 고령군 운수면 운산1리의 교량이 지난 7월 집중호우로 무너져내렸다. 수해 상습지구인 이 일대의 개선사업은 제방 9㎞를 개수하고 다리 2곳을 교체하는 사업비 118억원의 소규모 사업이지만 예산 확보의 어려움으로 지난해 시작한 사업이 마무리되려면 2013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홍수예방과 가뭄 대비를 가장 큰 목적으로 내세운 4대강 사업이 정작 문제가 되는 곳에는 눈을 감고 멀쩡한 강 본류에만 예산을 쏟아붇고 있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지난 7월 낙동강 일대의 수해지역을 조사한 김정수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은 “치수대책이 필요한 곳은 4대강이 아니라 예산부족으로 해마다 수해피해를 입고 있는 지류와 지방하천”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7월 집중호우 피해는 모두 지천에서 발생했다. 이미경 민주당 의원이 소방방재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7월 16~18일에는 지천 34곳과 소하천 67곳, 23~24일 동안에는 지천 29곳과 소하천 112곳이 수해피해를 봤지만 4대강 본류에서는 전혀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만의 현상도 아니다. 국토해양부가 집계한 1996~2005년 동안의 국토 단위 면적당 침수피해액을 보면, 동해안·남해안 도시와 경기 북부, 영남 내륙지역의 홍수피해가 컸다(아래지도 참조). 이들은 태풍경로나 태백산맥 등 지형적 영향을 받는 곳으로 4대강 본류와는 무관한 곳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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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에 대비하기 위한 사업이라는 정부 해명도 설득력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남한강에선 2006년 500년 이상 빈도의 폭우로 충주댐을 규정 이하로 미리 비워놓지 않았더라면 여주 제방이 무너졌을 뻔한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런 사태를 겪은 정부는 2008년 한강유역종합치수계획을 수립해 홍수방어를 제방에만 내맡기지 말고 홍수조절지, 저류지 등을 활용해 유역에서 분담하도록 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홍수의 유역분담량을 없애고 대신 강바닥을 파 홍수위를 낮추는 새로운 전략을 택했다.
 
이에 대해 ‘준설을 통한 홍수 방어’라는 수문학계에 전례가 없는 대책의 효과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4대강 본류를 포함한 국가하천의 97%가 이미 제방을 쌓는 등 하천을 정비한데다 골재채취 등으로 하상이 낮아진 상태여서 준설을 하지 않더라도 홍수 위험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남한강은 그런 사례이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학과 교수는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작성한 한강살리기사업 환경영향평가서를 바탕으로 100년 빈도의 홍수가 났을 때 남한강 제방높이에 어느 정도의 여유가 있는지 계산했다. 그 결과 전체 사업구간 가운데 98.2%가 홍수위와 제방 높이의 차이를 가리키는 여유고가 법정 기준인 2m를 넘어섰다. 여유가 부족한 곳은 강 양쪽에서 각각 1.5㎞와 2.7㎞ 구간에 지나지 않았다. 게다가 남한강사업을 마치더라도 이포보 하류와 충주댐 하류의 여유고는 여전히 법정기준에 모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남한강 사업은 지나친 토목공사이자 예산낭비임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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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그릇 키워 수자원 확보?

'감소 추세'물수요 과다 예측
산간·섬지역 가뭄피해는 뒷전

 
대규모 준설과 보 건설이 물그릇을 키워 부족한 수자원을 확보한다는 4대강 사업의 핵심 목표도 흔들리고 있다. 물 수요를 과다 예측한데다 정작 물이 부족한 곳에 확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은 2006년에 작성한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을 근거로 2011년 8억㎥, 2016년에는 10억㎥의 물부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2008년의 생활용수는 78억7700만㎥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환경부의 상수도통계를 보면, 2008년 급수량은 57억5500만㎥로 수요예측치의 73.1%에 지나지 않는다. 물 수요량은 약 21억㎥가 과다 예측됐고 그 만큼 물이 남아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11년부터 물사용량이 줄어들 것으로 본 수자원장기종합계획과 달리 실제 1인당 하루 급수량은 2004년 365ℓ에서 차츰 줄어 2007년 340ℓ, 2008년 337ℓ를 기록했다. 물 절약 정책, 물 다소비 산업의 감소, 누수 억제 등에 따른 현상이다. 이런 추세라면 2011년 실제 급수량은 330ℓ으로 예측되는데(민주당 4대강 사업 대안보고서), 수자원장기계획이 예상한 363ℓ와는 국민 1인당 하루 33ℓ의 차이가 난다. 전국적으로 생활용수로만 연간 약 6억㎥이 과다계산된 셈이다.
 
물 과다 확보와 함께 공급지와 수요지의 괴리도 문제다. 4대강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에서 물이 부족해 제한급수를 한 사례는 지난 30년 동안 없었고 낙동강에서 수질오염으로 공급이 차질을 빚은 일이 있었을 뿐이다. 박창근 교수는 “문제는 수량확보가 아니라 수질개선이며, 상습적으로 가뭄피해를 겪는 산간 농촌과 도서해안지역에 대한 배려”라고 말했다.
 
가뭄 때 강 바닥을 드러내는 곳이 강 본류가 아닌 지류인데도 본류에 ‘물그릇’을 키운다는 것도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4대강 마스터플랜은 그냥 흘려보내는 하천유지용수로만 2016년 7억㎥를 잡고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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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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