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소각장 돼 버린 희귀새 탐조 명소 어청도

윤순영 2018. 06. 22
조회수 25982 추천수 0

정부가 추천한 ‘3대 탐조 생태여행지’, 온종일 쓰레기 태우는 연기로 가득

쓰레기 방치·소각 일상화, 군부대도 불법소각에 가담…섬 쓰레기 대책 필요


e4-1-1.jpg » 하루에 희귀종을 포함해 철새 100종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진 서해 청정섬 어청도가 쓰레기 소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북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리 어청도는 군산시에서 72㎞ 떨어진 고군산군도의 가장 외딴 섬이다. 중국 산둥반도와 거리가 300㎞밖에 안 되는 이 섬은 우리나라 영해기선의 기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군산에서 2시간 30분 걸리며, 면적은 1.80㎢, 해안선 길이는 10.8㎞이다. 물 맑기가 거울과 같아 어조사 어(於)와 푸를 청(靑) 자를 써 어청도라 불리게 되었고, 조선시대에는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봉수대를 설치하기도 했다.


크기변환_DSC_5952.jpg » 안산목에서 바라본 어청도 마을.


크기변환_DSC_6139.jpg » 마을 앞에 정박해 있는 어선들.


1970년대까지 수많은 포경선들이 정박했고, 기상이 악화되면 어선들이 피항하는 곳이기도 했다. 어청도 등대는 2008년 7월 14일 등록문화재 제378호로 지정되었다. 우체국, 초등학교, 보건소, 해경파출소, 파출소 등 일반 공공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섬이기도 하다.


크기변환_DSC_6156.jpg » 섬의 형태는 서쪽으로 트인 ㄷ자형을 이루고 있다.


북서계절풍이 불어 섬의 북서쪽에는 파도의 침식과 풍화 작용에 의해 해안에 높은 낭떠러지가 발달하였다. 어청마을은 동남쪽에 자리 잡았으며, 주민 150여명은 대부분 어업에 종사한다. 연근해에서는 멸치·우럭·놀래기·해삼·전복 등이 잡힌다.


크기변환_YSY_7940.jpg » 희귀조류 붉은배오색딱다구리.


크기변환_YSY_7496.jpg »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 검은머리촉새.


크기변환_YSY_7704.jpg » 희귀 나그네새 흰꼬리딱새.


어청도는 희귀종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쉬어가는 매우 중요한 중간 기착지였다. 그러나 10여년 전 소나무 재선충으로 소나무가 모두 죽었고, 상수원 아래의 논은 매립되어 유일한 습지가 사라지면서 새들의 다양성과 개체수가 예전 같지 않다. 그러나 국립생물자원관이 2015년 대표적인 봄철 탐조 생태여행지로 마라도, 소청도와 함께 “하루 100종 이상의 철새를 만날 수 있는” 어청도를 꼽았을 정도로 이 섬의 생태가치는 아직 높다. 국립생물자원관의 2014년 봄철 조사에서 괭이갈매기, 되새, 촉새 등 147종 5153개체의 조류가 발견되기도 했다.


크기변환_YSY_7479.jpg » 재선충으로 고사한 소나무위에 백로가 외롭게 앉아 있다.


어청도를 질식시키는 것은 만연한 불법 소각이다. 벽돌로 가린 한 소각장에는 군부대의 쓰레기를 비롯한 생활쓰레기가 분리수거도 되지 않은 채 매일같이 소각되고 있어 온종일 쓰레기를 태우는 연기로 가득하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의 매캐한 냄새가 청정지역이라는 어청도를 무색케 한다. 휴대용 가스연료통이 터질 때마다 굉음과 불길이 치솟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쓰레기를 함부로 소각하는 일이 이미 일상이 된 것 같다.


크기변환_DSC_6117.jpg » 각종쓰레기가 뒤섞여 방치돼 있는 모습.


크기변환_DSC_6114.jpg » 갈 곳 없는 쓰레기는 결국 어청도의 오염원이 된다.


어청도는 내국인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탐조인도 많이 찾는 세계적인 탐조지이다. 이들에게 한국의 대표적인 탐조 명소는 어떻게 비칠까. 명성은 고사하고 당장 살아가는 데도 불편이 크다. 주민들은 빨래도 널지 못하고 냄새로 인한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인근의 충남 보령시 외연도에 소각장 시설이 자연친화적으로 갖춰져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크기변환_YSY_6103.jpg » 일상처럼 타오르는 쓰레기 연기.


크기변환_YSY_6069.jpg » 휴대용가스통 등의 이름 모를 폭발이 일어나자 불길이 치솟는다.


크기변환_DSC_6125.jpg » 소각된 쓰레기 잔해.


그런데도 군산시는 어청도를 ‘가고 싶은 섬’으로 소개하고 있다. 어청도에 주둔한 군부대와 군산시는 하루 빨리 대책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나라 청정지역 섬 전반으로도 쓰레기 처분 실태를 조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얼굴에 손이 가는 이유 있다…자기 냄새 맡으려얼굴에 손이 가는 이유 있다…자기 냄새 맡으려

    조홍섭 | 2020. 04. 29

    시간당 20회, 영장류 공통…사회적 소통과 ‘자아 확인’ 수단 코로나19와 마스크 쓰기로 얼굴 만지기에 어느 때보다 신경이 쓰인다. 그런데 이 행동이 사람과 침팬지 등 영장류의 뿌리깊은 소통 방식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침팬지 등 영장류와 ...

  • 쥐라기 바다악어는 돌고래처럼 생겼다쥐라기 바다악어는 돌고래처럼 생겼다

    조홍섭 | 2020. 04. 28

    고래보다 1억년 일찍 바다 진출, ’수렴 진화’ 사례 공룡 시대부터 지구에 살아온 가장 오랜 파충류인 악어는 대개 육지의 습지에 산다. 6m까지 자라는 지상 최대의 바다악어가 호주와 인도 등 동남아 기수역에 서식하지만, 담수 악어인 나일악어...

  • ‘과일 향 추파’ 던져 암컷 유혹하는 여우원숭이‘과일 향 추파’ 던져 암컷 유혹하는 여우원숭이

    조홍섭 | 2020. 04. 27

    손목서 성호르몬 분비, 긴 꼬리에 묻혀 공중에 퍼뜨려 손목에 향수를 뿌리고 데이트에 나서는 남성처럼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수컷도 짝짓기철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과일 향을 내뿜는다. 사람이 손목의 체온으로 향기를 풍긴다면, 여우원숭이는 손목 분...

  • 뱀을 향한 뿌리 깊은 공포, 새들도 그러하다뱀을 향한 뿌리 깊은 공포, 새들도 그러하다

    조홍섭 | 2020. 04. 23

    어미 박새, 뱀 침입에 탈출 경보에 새끼들 둥지 밖으로 탈출서울대 연구진 관악산서 9년째 조사 “영장류처럼 뱀에 특별 반응” 6달 된 아기 48명을 부모 무릎 위에 앉히고 화면으로 여러 가지 물체를 보여주었다. 꽃이나 물고기에서 평온하던 아기...

  • 금강산 기암 절경은 산악빙하가 깎아낸 ‘작품'금강산 기암 절경은 산악빙하가 깎아낸 ‘작품'

    조홍섭 | 2020. 04. 22

    북한 과학자, 국제학술지 발표…권곡·U자형 계곡·마찰 흔적 등 25곳 제시 금강산의 비경이 형성된 것은 2만8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 때 쌓인 두꺼운 얼음이 계곡을 깎아낸 결과라는 북한 과학자들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북한의 이번 연구는 금강산을...

인기글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