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거대 갈색구름, 서울도 심각
유엔환경계획, 국제연구 보고서
검댕·미세먼지 띠…세계 거대도시 13곳 꼽아
지구온난화 억제하지만 가뭄-홍수 부르기도
검댕과 미세먼지 등으로 이뤄진 두께 3㎞ 이상인 거대한 갈색 구름 띠가 심각한 지구환경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또 이 갈색 구름이 가장 심한 세계의 거대도시 13곳 가운데 서울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최근 발표한 ‘대기중 갈색구름(ABC)’ 국제연구 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 보고서는 세계에서 갈색 구름이 가장 심한 핵심지역으로 중국 동부 등 동아시아, 갠지스강 유역, 동남아, 남아프리카, 아마존강 유역 등 5곳을 꼽고, 정도는 덜하지만 미국과 유럽에도 오염지역이 있다고 밝혔다.
갈색 구름의 핵심지역 가운데는 13곳의 거대도시가 포함돼 있는데, 여기엔 서울을 비롯해 방콕, 베이징, 카이로, 다카, 뉴델리, 상하이, 테헤란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지역에선 검댕 수준이 인위적인 미세먼지 총량의 10% 이상을 차지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갈색 구름의 존재는 일찍부터 알려졌지만 그 영향에 대해선 논란이 많았다. 이번 연구엔 한국, 중국, 일본, 미국, 유럽 등이 참가해 갈색 구름의 영향을 과학적으로 밝힌 의미가 크다고 유엔환경계획은 강조했다. 연구결과, 갈색 구름의 미세한 입자는 햇빛을 반사하고 탄소 알갱이인 검댕은 햇빛을 흡수한다. 이는 지상에 도달하는 햇빛을 가리는 효과를 낸다. 그 결과 베이징, 광저우 같은 도시들은 1970년대에 비해 20% 이상 더 어두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입자들은 구름 속 수증기가 응결해 빗방울을 형성하는 과정을 방해하고 구름의 수명을 늘린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갈색 구름의 가장 논란 많은 효과는 지상에 도달하는 햇빛을 가려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갈색 구름은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를 20~80% 줄이는 것으로 추정했다. 다시 말해 온실가스는 그대로 두고 갈색 구름을 모두 없앤다면 지구의 평균기온은 2도나 올라 파국을 불러올 것이다. 보고서는 “중국과 인도 등의 온실가스 감축과 대기오염 줄이기가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갈색 구름이 기후변화를 누그러뜨리는 긍정적 기여만 하는 것은 아니다. 도시화와 지역적 특성에 따라 오히려 기후변화 영향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보고서는 갈색 구름이 중국 북부에는 가뭄을 남부에는 홍수를 촉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와 동남아의 몬순 강우량도 1950년대 이후 5~7% 줄었다. 중국과 인도에서 하루 150㎜ 이상이 오는 집중호우는 배로 늘었다.
무엇보다 심각한 영향은 빙하의 감소이다. 갈색 구름의 검댕은 눈을 검게 만들어 빙하를 쉽게 녹게 한다. 또 갈색구름 입자가 상층 공기를 데우는데, 이것이 히말라야와 티베트 빙하를 녹게 만든다. 히말라야와 티베트 빙하는 갠지스, 메콩, 브라마푸트르, 양쯔강 등 대 하천의 발원지인데, 갠지스 강 유역에만 4억 명이 이 물을 식수와 농업용수로 쓴다.
이밖에 갈색 구름은 농작물의 광합성 감소, 오존 증가로 인한 피해, 미세먼지로 인한 사람의 건강피해 등을 일으킨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 원본은 유엔환경계획 홈페이지(www.unep.org)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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