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날개’의 비밀…비행 효율 높여 준다

조홍섭 2019. 08. 14
조회수 6651 추천수 1
햇볕에 데워져 온도 9도 높아…흰 날개 끝 검은 무늬도 양력 높여

f1.jpg » 비행 전문가인 불러스 앨버트로스의 날개 아랫면(왼쪽)은 희고 햇볕을 받는 윗면은 검다. 이런 배색이 날개 위에 더운 공기층을 형성해 비행을 돕는다. 제이 해리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멀리 나는 큰 새의 날개는 일반적으로 날개 윗면이 검거나, 적어도 가장자리는 검다. 날개의 검은색과 비행은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날개를 편 폭이 3.5m로 세계에서 가장 큰 새에 속하는 앨버트로스는 한 번 날아오르면 1만6000㎞를 나는 비행 전문가이다. 더운 상승기류를 타고 상승한 뒤 글라이더처럼 활공하면서 거의 날개를 펄럭이지 않는 이 새의 날개 빛깔은 전형적으로 윗면이 검은색, 아랫면은 흰색이다.

무스타파 하사낼리언 미국 뉴멕시코주립대 기계공학자 등은 앨버트로스의 뛰어난 비행능력의 비밀을 날개 색깔에서 찾았다. 검은 날개 윗면은 햇볕을 받으면 쉽게 더워진다는 데 착안했다. 

연구자들은 2017년 ‘열 생물학 저널’에 실린 논문에서 햇볕을 받은 날개 위 검은 깃털과 아래 흰 깃털 사이의 온도 차가 10도에 이른다고 밝혔다. 데워진 검은 깃털이 공기와 만나는 경계층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공기 밀도가 감소해 표면의 저항이 7.8% 줄었다. 

비행기나 새 모두 큰 날개로 뜨는 힘(양력)을 얻고 유선형 몸매로 공기저항을 줄인다. 색깔만으로 이 정도의 저항을 줄인다면 획기적이다. 연구자들은 이 결과를 드론의 비행 효율을 높이는 데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512 (5).jpg » 장거리 비행의 명수인 물수리도 날개 윗면은 어둡고 아래는 밝은 깃털로 덮여있다. 물수리 날개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짙은 깃털의 가열 효과가 드러났다. 연합뉴스

이 연구는 날개의 형태를 평평한 판으로 가정하는 등 모델링을 이용해 계산한 결과였다. 실제 날개를 써서 실험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까.

스바나 호갤라 벨기에 헨트대 연구자 등은 박제로 만든 새 날개를 풍동에 넣고 실제 비행 속도인 초속 6∼18m 속도로 바람을 넣으면서 태양 대신 적외선 전구로 열을 가하는 실험을 했다. 실험에 쓴 새는 갈매기, 부비새, 물수리 등 상승기류를 타며 비행하는 종류였다.

그 결과 앞서 이론연구가 제시한 것처럼 날개 위의 검거나 짙은 깃털은 날개 아랫면의 희거나 밝은 깃털보다 햇볕을 잘 받아 쉽게 더워졌다. 날개 앞뒤의 온도 차는 9도에 이르렀다. 연구자들은 “날개 색깔이 새 날개의 가열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실제 비행 조건에서 처음으로 입증했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512 (6).jpg » 몸은 전체적으로 희지만 날개 끝이 검은 유형도 양력을 발생해 비행을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새의 비행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이번 연구에서는 또 같은 흰 날개라도 끄트머리 깃털이 검다면 온도 차가 발생하고, 이것이 비행 효율을 높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처럼 온몸이 희고 날개 끝만 검은 무늬 유형은 황새, 두루미, 펠리컨, 갈매기 등에서 널리 볼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이런 새의 날개에서는 날개 끝이 먼저 데워져 공기가 상승하면 그 자리로 날개 나머지 부분에서 공기가 이동하기 때문에 날개 위 공기 흐름이 빨라지고, 결국 양력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제까지 날개 끝이 검은 이유는 마찰로 마모되기 쉬운 이 부분에, 조직을 강화하는 기능이 있는 검은 멜라닌 색소가 분비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로 검은 날개 끝은 깃털 보호와 함께 비행능력도 높여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인터페이스’ 최근호에 실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Rogalla S, D’Alba L, Verdoodt A, Shawkey MD. 2019 Hot wings: thermal impacts of wing coloration on surface temperature during bird flight. J. R. Soc. Interface 16: 20190032. http://dx.doi.org/10.1098/rsif.2019.003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도시 까마귀 콜레스테롤 수치 높다도시 까마귀 콜레스테롤 수치 높다

    조홍섭 | 2019. 09. 16

    패스트푸드 영향…단기 건강상태는 오히려 좋아도시는 야생동물에게 질 낮은 먹을거리가 넘치는 ‘덫’이다. 도시 까마귀가 농촌에 사는 까마귀보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안드레아 타운센드 미국 뉴욕 해밀턴대 생물학자 등...

  • 자연의 실패한 실험? 나비 입 지닌 풀잠자리 화석자연의 실패한 실험? 나비 입 지닌 풀잠자리 화석

    조홍섭 | 2019. 09. 11

    미얀마 호박 화석서 발견…꽃꿀 빨기 위한 적응, 설계 ‘부실’로 멸종1억년 전 침엽수를 누르고 꽃을 피우는 속씨식물이 번성하자 곤충들도 바빠졌다. 꽃이 제공하는 꽃꿀을 빨아먹기 편하게 입 구조를 바꾸는 적응을 서둘렀다.풀잠자리의 조상도 씹...

  • 주머니고양이의 극단적 번식…짝짓기 뒤 수컷 모두 죽어주머니고양이의 극단적 번식…짝짓기 뒤 수컷 모두 죽어

    조홍섭 | 2019. 09. 10

    쥐처럼 생긴 소형 유대류…처음이자 마지막 짝짓기에 모든 걸 쏟아부어길바닥 여기저기 죽은 매미가 나뒹군다. 여러 해에 걸친 땅속 생활을 마친 매미가 불과 몇 주 동안 벌인 짧고 강렬한 짝짓기 철을 마친 것이다. 매미처럼 평생 한 번 짝짓기...

  • '자연사 수수께끼' 이끼도롱뇽, “기후변화로 위험”'자연사 수수께끼' 이끼도롱뇽, “기후변화로 위험”

    조홍섭 | 2019. 09. 06

    유라시아와 북미 연결됐던 증거…온난화로 서식지 40% 사라질 가능성허파가 없어 피부로만 호흡하는 특별한 양서류인 미주도롱뇽은 아메리카 대륙이 본고장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에 미주도롱뇽의 일종인 이끼도롱뇽이 널리 서식한다는 사실이 밝혀...

  • 지친 작은 철새는 ‘목숨 걸고’ 잔다지친 작은 철새는 ‘목숨 걸고’ 잔다

    조홍섭 | 2019. 09. 05

    머리 날개 밑에 파묻고 숙면, 포식자 반응 늦어휘파람새, 개개비, 방울새 같은 작은 철새는 봄·가을 힘겨운 장거리 이동을 한다. 수백 ㎞ 바다를 건너 섬에 내린 새들은 물과 먹이로 배를 채우고 잠에 빠진다.중간 기착지에 내린 철새는 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