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기로 우는 2mm 물벌레, ‘기차화통’ 소리
몸집 대비 고래·코끼리 누르고 가장 큰 소리
짝짓기 할 때 다른 수컷 압도 위해 더 크게

몸집에 견줘 가장 시끄러운 동물로 밝혀진 물벌레 과의 물속곤충.
연못에 사는 작은 물벌레가 몸집에 견줘 모든 동물 가운데 가장 큰 소리를 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제롬 수에르 프랑스 자연사박물관 박사 등 프랑스와 영국 과학자들은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유럽산 물벌레 과의 물속 벌레 수컷이 평균 78.9데시벨, 최고 99.2데시벨의 소음을 내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길이 2㎜인 이 물벌레가 내는 소리를 1m 밖에서 수중마이크를 이용해 측정했는데, 이는 화물열차가 지나가는 옆이나 관현악 연주를 맨 앞줄에서 듣는 수준이었다.
이들이 내는 소리의 99%는 물속에 흡수되지만, 워낙 커 연못가를 지나가는 사람의 귀에도 들린다.
연구에 참여한 제임스 윈드밀 글라스고 스트라스클라이드 대학 박사는 <비비시> 인터넷 판과의 인터뷰에서 “몸집에 견준 소리의 크기는 이 물벌레가 지구상에서 가장 시끄럽다”고 말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소리를 내는 동물은 대왕고래로 188데시벨에 이르며, 코끼리는 117데시벨의 소리를 낸다.
실험에 사용한 곤충은 유럽 전역에 분포하는 물벌레 과 꼬마물벌레의 일종으로, 몸이 납작하고 기다란 뒷다리를 노처럼 저어 헤엄쳐 보트를 연상시킨다. 한국 등 세계적으로 300여 종이 분포하며, 여름 밤 등불에 날라든다.
생식기를 배와 비벼 소음 내

모래알보다 약간 큰 물벌레의 크기.
이 논문은 이처럼 작은 곤충이 엄청난 소리를 내게 된 이유를 "과장된 성 선택’ 때문으로 분석했다.
수컷은 짝짓기 때 더 큰 소리를 내 다른 수컷의 소리를 압도하는 개체일수록 자손을 더 많이 남기게 된다. 그러나 너무 큰 소리는 천적의 관심을 불러 오히려 명을 단축할 수 있다. 따라서 암컷을 부르는 소리를 무한정 늘릴 수는 없다.
이 논문은 천적이 없는 특별한 상황이 이 물벌레가 ‘정상을 벗어난 선택’을 하게 됐을 것으로 보았다.
이 물벌레는 생식기를 배에 비벼 소리는 내는데, 놀랍게도 소리를 내는 기관은 폭이 머리카락 굵기 정도로 매우 좁은 것으로 나타났다.

윈드밀 박사는 “이렇게 작은 부위에서 어떻게 그토록 큰 소리를 내는지는 미스터리”라며 “앞으로 초음파 시스템 연구에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곤충의 발성기관은 날개, 다리, 배, 머리, 가슴 등 다양하며 생식기를 이용하는 나방도 보고돼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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