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거미는 물 속 ‘숨 쉬는 집’에서 산다
물속 산소 흡수하는 공기주머니가 아가미 구실
길게는 하루 1번 꼴 물 밖 공기 보충하면 ‘쾌적’

물속에서 생활하는 물거미.
전 세계 수만 종의 거미 가운데 가장 유별난 거미는 아마도 물속에 사는 거미일 것이다. 물속 수초 사이에 그물을 펴고 걸려드는 물속벌레나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짝짓기, 알 낳기 등 모든 생활을 물속에서 해결한다.
하지만 물거미는 아가미가 아니라 다른 거미처럼 공기호흡을 한다. 물거미의 물속 생활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바로 공기 주머니이다.
물속 수초 틈에 공기 주머니를 만들어 놓고 그 속에서 먹이를 기다리거나 잡은 먹이를 먹는다. 또 물거미는 수시로 물 표면에서 공기를 배에 달고 들어와 공기 주머니를 보충한다.

이제까지 물거미가 물 표면을 들락거리는 것은 산소가 고갈된 공기 주머니에 신선한 공기를 넣기 위한 행동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국제학술지 <실험 생물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은 물속의 공기 주머니가 마치 물고기의 아가미처럼 산소를 빨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구실을 한다는 사실을 정량적인 측정을 통해 밝혔다.
로저 세이무어 오스트레일리아 아델레이드 대학 교수는 독일 연구자와 함께 독일 아이더 강에 서식하는 물거미의 공기 주머니 안팎 산소농도를 분광 산소 감지기를 이용해 정밀하게 측정했다.
그 결과 공기 주머니 안팎의 공기 교환율이 아가미를 이용하는 동물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거미가 주머니 속에서 산소를 소비하면 물속에서부터 주머니 속으로 산소가 녹아 들어오고, 반대로 높아진 이산화탄소는 주머니 밖으로 스며 나갔다.

물거미가 공기주머니에 공기를 보충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
결국 주머니 속에는 물에 녹지 않는 질소 농도만 점점 높아지는데, 질소가 확산되면서 공기 주머니가 터지기까지 하루 정도의 기간 안에 바깥에서 새 공기를 보충해 주면 주머니를 안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까지는 신선한 공기를 보충하기 위해 20~40분마다 표면을 오르내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연구진은 한여름 더운 날에도 물속의 산소만 충분하다면 물거미는 하루에 한 번쯤만 공기를 보충해도 된다고 밝혔다.

물거미와 공기주머니.
주머니 밖으로 덜 들락거려도 된다면 물 표면에서 천적에게 포착될 위험도 줄이고 먹이가 거미줄에 걸리는 것을 방해하지도 않는 이득이 있다.
물거미는 한국, 중국, 일본, 몽골 등 동아시아와 러시아, 유럽 등지에 분포하지만 세계적으로 희귀종이며, 우리나라에서는 경기도 연천군 은대리의 습지에 서식하고 있다. 은대리 서식지는 천연기념물 412호로 보호받고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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