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낚시꾼’ 심해아귀, 580m 바다밑 동영상 첫 촬영

조홍섭 2014.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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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등지러미 끝에 발광 살점 미끼로 유인
몸의 작고 흰 반점 통해 먹이 접근 알아채

 

ak1_anglerfish-teeth_MBARI.jpg » 살아있는 상태로 처음 촬영된 심해악어의 모습. 발광 '낚시대'가 눈길을 끈다. 사진=MBARI

 

몸의 절반이 넘는 거대한 입과 한 번 물면 결코 놓아주지 않는 길고 날카로운 이….
 

심해어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런 모습의 물고기가 있다. 바로 심해아귀이다. 우리가 겨울철 찜이나 탕으로 즐겨 먹는 아귀나 황아귀와는 먼 친척이지만 과가 다르다.
 

ak4_P. Clarke _Lophiomus_setigerus.jpg »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잡히는 아귀의 모습. 낚시를 하는 안테나는 동일하다. 사진=P. Clarke, 위키미디어 코먼스

 

그러나 심해아귀와 아귀의 공통점은 모두 낚시질을 하는 물고기란 점이다. 등지느러미의 첫 번째 가시가 안테나 모양으로 길게 뻗어 있고 그 끄트머리에 살점이 붙어있다. 이를 흔들거리면 먹이인 줄 알고 달려든 물고기나 오징어를 큰 입으로 잡아먹는다. 영어 이름은 '낚시꾼 물고기'이고 별명은 '검은 바다 악마'이다.
 

칠흙 같은 깊은 바다에 사는 심해아귀의 낚시대는 특이하다. 미끼처럼 보이는 살점에 공생 박테리아가 살아 빛을 발산한다. 이 빛에 이끌린 먹이를 잡아먹는다.

 

ak5_Todd Walsh_MBARI_rov-doc-ricketts.jpg » 미국 캘리포니아의 몬터레이 만 수족관 연구소(MBARI) 과학자들이 수중무인탐사기(ROV)를 바다에 내리고 있다. 사진=MBARI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열대바다의 3000m 심해에서 발견된 적이 있는 이 물고기는 매우 드물고 살아있는 모습이 관찰된 적도 없다. 그러나 최근 미국 연구자가 처음으로 이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몬터레이 만 수족관 연구소(MBARI)의 선임 과학자인 브루스 로빈슨은 지난 17일 수중무인탐사기(ROV)를 이용해 몬터레이 해양 협곡을 조사하던 중 수심 580m에서 심해아귀를 발견했다.
 

검은 빛깔의 이 심해어는 가슴과 등지느러미를 부드럽게 파동치듯 움직이며 제자리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커다란 입에는 바늘처럼 가늘고 긴 이가 드러나 있었는데, 입 왼쪽의 이 하나는 부러진 상태였다. 로빈슨은 “부러진 이가 재생될지는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ak2_anglerfish-deep-sea.jpg » 심해아귀. 이빨 하나가 부러져 늘어져 있다. 사진=MBARI

 

이 심해어의 뭉툭한 몸매로 보아 빠르게 헤엄치지 않고 잠복했다 먹이를 유인해 잡아먹는 것 같다고 로빈슨은 말했다. 볼 수 없는 눈은 매우 작았고, 대신 몸에 난 작고 흰 반점을 통해 먹이의 접근을 알아채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목격된 심해아귀는 길이 9㎝인 암컷이다. 심해아귀의 암컷은 18㎝까지 자라며 수컷은 3㎝에 그친다.
 

수컷은 거의 기생충처럼 암컷에 부착해 살아간다. 암컷에 들러붙은 수컷은 스스로 먹이를 찾지도 못하며 몸을 결합시켜 부속물처럼 바뀐다. 수컷이 하는 유일한 일은 암컷이 산란을 할 때 정자를 제공하는 것뿐이다.
 

아귀_noaa.jpg » 가슴지느러미를 이용해 바다 밑바닥을 느리게 이동하는 아귀의 모습. 사진=NOAA

 

우리나라에서 주요한 수산물인 아귀와 황아귀는 서해와 남해, 동중국해 등의 심해아귀보다 얕은 수심에서 서식하며 주로 바다 밑바닥에서 가슴지느러미를 발처럼 이용해 이동한다. (■ 관련기사: 바다의 악마’ 아귀는 음흉한 낚시꾼)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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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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