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숲 지키는 대형 물고기
포유류, 조류에 이어 어류도 중요한 매개체 확인
▲아마존강에서 나무열매를 먹고 사는 탐바키
아마존강 유역에서는 홍수기마다 한반도보다 넓은 면적이 반년 이상 물에 잠긴다. 열대 칡 등 아마존 강변의 습지를 이루는 이 독특한 숲은 열매를 먹어 씨앗을 퍼뜨리는 물고기가 없다면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질 앤더슨 미국 듀크대 생물학과 교수 등 연구진은 지난달 23일 영국왕립학회회보-B에 실린 논문을 통해 포유류, 조류에 이어 어류가 식물의 씨앗 확산에 결정적 구실을 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진은 아마존강 지류인 페루 파카야 사미리아 국립 보호구역에서 열매를 먹는 대형 어종인 탐바키(콜로소마 마크로포뭄) 체내에 원격통신 장치를 삽입해 3년에 걸쳐 이동거리와 씨앗 확산 능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이 물고기는 물 위에 떨어진 열매를 소화시킨 뒤 남은 씨앗을 육지의 다른 어떤 동물보다도 멀리 떨어진 곳에 배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거리는 평균 337~552m이고 최고 5.5㎞에 이르렀다.
탐바키 230마리의 뱃속에서 22종의 나무 열매 씨앗 7만 개를 온전한 채로 발견했다. 마리당 평균 300여 개의 씨앗이 들어있는 셈이다.
▲아마존의 판타날 습지. 물고기가 이 숲을 유지하는 주인공임이 드러났다.
이는 이제까지 장거리 씨앗 매개동물로 꼽히던 아프리카 코뿔새와 인도코끼리의 기록을 넘어서는 것이다.
게다가 물고기에 의한 씨앗 확산은 육지에서보다 매우 효율이 높아 씨앗의 90%가 싹이 틀 수 있는 곳에 안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홍수가 나 숲이 물에 잠기면 나무들은 일제히 열매를 맺어 물 위에 떨어뜨린다. 탐바키 등이 열매를 먹고 난 뒤 씨앗을 배설하면 물속에 가라앉는다. 범람기가 끝나 물이 빠지면 씨앗은 싹이 튼다.
씨앗을 퍼뜨리는 탐바키는 피라나 비슷하게 생겼으며 길이 1m, 무게 30㎏까지 자라 상업적으로 중요한 어종이다. 그러나 남획으로 이 물고기는 지역에 따라 90%까지 감소했고, 대형 개체만 포획을 허용함에 따라 평균 크기도 크게 감소했다.
▲탐바키는 길이 1m 무게 30㎏까지 자라는 대형어로 상업어종으로 중요하다.
연구진은 이런 남획이 아마존 습지 숲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고 경고한다. 큰 개체일수록 많은 씨앗을 간직해 더 먼 거리에 확산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탐바키는 아마존에 지난 1500만년 동안 살아왔으며, 아마존 숲의 유지에 기여해 왔다.
열매를 먹는 물고기가 없으면 어떤 나무는 멸종할 수밖에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마우로 갈페티 브라질 사웅파울로 대 교수는 세계 최대의 담수 습지인 브라질 판타날에서 열매를 먹는 물고기인 파쿠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습지의 타쿰 야자는 씨앗 전파를 전적으로 이 물고기에 의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열매를 먹는 아마존의 담수어 파쿠
파쿠 역시 남획으로 감소하고 있고, 특히 씨앗을 많이 멀리 퍼뜨리는 큰 개체가 어획의 표적이 되고 있다. 마우로 교수는 “어업이 열대림 파괴를 부르는 첫 사례”라고 말했다.
어류가 씨앗을 퍼뜨리는 구실을 한다는 사실은 아프리카 열대지역, 북아메리카, 유럽 등지에서 알려졌지만 최근의 연구로 확산 거리와 그 중요성이 구체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열매를 먹어 씨앗을 퍼뜨리는 물고기는 100여 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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