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재앙 25년, 체르노빌을 가다
방사능 측정기 '삑삑'…관광객 카메라 '찰칵'
▲방사능을 피해 갑자기 대피한 한 유치원에버려진 학용품과 신발.
역설적이지만 현재 체르노빌은 관광 코스입니다. 키예프에 들른 사람들이 다들 한번쯤 가고 싶어하는. 체르노빌을 패키지로 파는 여행사도 두어 곳 있습니다. 심지어 유럽 출발 2박3일 일정의 에어텔 패키지도 내놓고 있더군요.
1986년 4월26일,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4호기에서 화염이 치솟은 뒤, 반경 30㎞ 구역이 소개됐습니다. 발전소 바로 옆에는 직원들이 상주하던 신도시 프리퍄티가 있었는데, 이 도시 주민들도 모두 버스에 나눠타고 체르노빌을 떴지요.
프리퍄티는 ‘체르노빌 관광객’에게 일종의 랜드마크 도시입니다. 산산조각난 유리창, 콘크리트 바닥에서 솟아난 나무, 텅 빈 교실 그리고 녹슨 원형 관람차…. 폐허가 된 도시는 그 자체로 시각적 충격이니까요.
프리퍄티는 한때 사회주의 신도시의 전형이었을 듯, 현대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카메라를 들고 프리퍄티를 찍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한가한 차림의 관광객들이 떠돌아다녀서 참으로 기분이 묘했습니다.
이런 어두운 역사를 관광대상으로 삼는 걸 ‘다크 투어리즘’이라고 합니다. 물론 방사능 수치는 곳에 따라 높습니다. 토양이나 숲에서 불어온 바람에 방사능 측정기를 대면 수치가 높다고 ‘삑삑’ 울려댑니다. 요즈음 우리가 많이 듣던 대로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지만요.
▲원전 직원들이 살았던 프리퍄티 시의 버려진 놀이공원. 주민이 대피한 흔적을 찾아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1986년 4월26일 폭발사고를 일으킨 체르노빌 4호기. 두터운 콘크리트로 뒤덮여 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가 체르노빌 대피구역을 운행하는 트럭의 방사능 수치를 재고 있다.
▲원전에서 17㎞ 떨어진 파리시브 마을에 재정착한 이바노비치 부부.
프리퍄티(우크라이나)/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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