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도 혁신해야 멸종 피한다

조홍섭 2020. 0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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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00종 분석, 새 먹이 새롭게 잡는 새가 멸종 피하고 번성


ga1.jpg » 물고기를 잡아먹는 민물가마우지. 정기 여객선이 일으키는 물살을 이용해 손쉽게 사냥하는 ‘혁신형’ 가마우지도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새가 세계의 모든 대륙에서 1만여 종이나 살 만큼 번성한 이유는 무엇보다 비행 능력 덕분이다. 그러나 성공한 새들 가운데도 승자와 패자가 있는데, 혁신적인 행동을 하는 종일수록 역경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이먼 두카테 캐나다 맥길대 생물학자 등 국제연구진은 과학저널 ‘네이처 생태학 및 진화’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혁신적인 행동이 먹이 부족이나 극한 기상 같은 새로운 도전을 극복하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한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1960∼2018년 사이 전 세계 야생에서 8600여 종의 새들에서 발견된 새로운 행동을 모은 데이터베이스에서, 색다른 먹이를 먹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먹이를 찾는 행동을 보고한 3800건을 분석했다.


뉴질랜드에서 2012년 보고된 민물가마우지의 색다른 사냥법은 대표적 사례이다. 데본포트의 페리 선착장 가마우지들은 바다 위 부이에서 날개를 펴 말리며 쉬다가 매시간 배가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선착장에 몰려든다. 정박한 배가 스크루를 세워 물속에 와류가 일고 숨어있던 작은 물고기들이 물살에 휩쓸려 우왕좌왕할 때 사냥하기 위해서다.


캐나다 서스캐처원에서는 2016년 10월 갑자기 영하로 떨어지는 한파가 닥치자 노랑꼬리솔새 몇 마리가 목장의 난방이 되는 착유장에 들어와 추위가 가실 때까지 며칠 머물며 파리를 사냥하다 떠난 일이 보고됐다.


ga2.jpg » 북미에 서식하는 노랑꼬리솔새. 이상 한파에 살아남기 위해 목장 건물을 이용하는 혁신적 행동을 보였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종마다 혁신적인 행동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를 그 종의 멸종위기 상태와 견줘 분석했다. 그 결과 달라진 상황에 혁신적 행동으로 대처한 새들일수록 멸종을 더 잘 피하고 개체수가 늘어났음을 확인했다.


혁신에도 큰 것과 작은 것이 있다. 까마귀가 동물 사체 대신 쓰레기 매립장에 모여든 찌르레기를 잡아먹는 행동은 작은 혁신이지만, 도구를 이용해 단단한 조개껍데기를 깨는 건 큰 혁신이다.


연구자들은 “멸종위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전혀 새로운 행동을 고안하는 쪽이 나을 것 같지만 큰 혁신에는 두뇌활동과 새로운 포식자 등장 등 큰 비용도 치러야 한다”며 “분석 결과 두 종류 혁신의 효과는 비슷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혁신이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사람에 의한 남획이나 외래종 유입 같은 직접적인 위협에는 별 소용이 없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특히 장수하는 새들은 고도로 혁신적인 동물이라도 남획에 취약하다. 연구자들은 “머리 좋기로 유명한 앵무새를 비롯해 영장류와 고래 등이 모두 멸종위기에 몰린 것은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용 저널: Nature Ecology & Evolution, DOI: 10.1038/s41559-020-1168-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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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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