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멸종위기종] 호랑이

조홍섭 2010.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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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이 정한 ‘2010 생물 다양성의 해’를 맞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날마다 세계적으로 위기에 놓인 생물을 골라 ‘오늘의 멸종위기종’으로 소개하고 있다. 곰팡이에서 대형 포유류까지, 놀라운 생물다양성의 세계를 매일 찾아간다.  ( 세계자연보전연맹:  http://www.iucn.org/ )
 
호랑이.JPG

 
고양잇과 동물 가운데 가장 큰 포식자인 호랑이는 한때 중앙아시아, 극동아시아, 남아시아에 걸쳐 널리 분포했다. 호랑이를 국가의 상징동물로 삼는 나라만 해도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남·북한에 이르는 것만 봐도 이 동물이 얼마나 넓은 지역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과거 호랑이가 살던 지역의 93%에서 이 동물을 더는 볼 수 없다. 지난 세기 동안 카스피, 자바, 발리 호랑이가 이미 멸종했고, 남아있는 6가지 아종 가운데 남중국 호랑이도 관찰되지 않은 지 오래다.

 
국제 야생동물 거래 감시 네트워크인 트래픽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00년 이후 밀렵된 호랑이는 1069~1220마리에 이른다. 연간 104마리의 호랑이가 희생된 것이다. 예를 들어, 2005~2008년 사이에 네팔 서부에서 호랑이의 80%가 사라졌다. 호랑이가 갈수록 희귀해지면서 호랑이의 모피, 한약재로 쓰이는 뼈 등의 가격은 치솟아 중국, 일본, 한국에서 한 마리에 5만 달러를 호가하는 암시장이 형성돼 있다.

 
현재 야생에 남아있는 호랑이는 약 3200마리에 불과하다. 이런 밀렵 추세라면 한 세대 안에 호랑이는 멸종될 것이다. 잔존한 호랑이 가운데 1400마리가 인도에 있다. 나머지 호랑이가 사는 곳은 방글라데시, 부탄, 네팔,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 타이, 인도네시아, 버마, 중국, 러시아 등이고 북한에서는 최근 발견된 기록은 없지만 살아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호랑이의 최대 위협은 밀렵이다. 하지만 서식지 축소와 먹이동물의 남획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 멋진 동물을 우리 후손들도 볼 수 있으려면 남아있는 서식지를 보호하고 과거의 서식지 복원과 이를 잇는 회랑을 구축하는 일이 필요하다. 또 지역주민과 호랑이 사이의 갈등을 줄이는 것도 시급하다. 지난 11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첫 호랑이 정상회의가 세계은행 후원으로 열려 보전을 위한 국제적 노력이 시작됐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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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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