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는 위험하다, 특히 소리를 내면

2012. 07. 25
조회수 37968 추천수 0

유럽 박쥐, 짝짓기하는 집파리 `곱배기' 식사 즐겨

교미 때 수컷이 내는 `붕붕' 날개소리 `도청'

 

fly1.jpg » 짝짓기하는 외양간 천장의 집파리. 포식자인 박쥐에게 공격당할 확률이 급증한다는 사실이 실험적으로 밝혀졌다. 사진=비외른 짐머스 외, 커런트 바이올로지

 

짝짓기는 동물이 번식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포식자에게 노출될 위험이 큰 행동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짝짓기를 하는 동안 조심성이 줄어들고 적이 나타났을 때 재빨리 도망치기도 힘들다. 또 포식자의 눈에 띌 확률도 곱절로 늘어난다.
 

생물학자라면 누구나 짝짓기 행동의 위험성을 알고 있지만 정작 얼마나 위험이 늘어나는지 실험으로 밝힌 예는 없다. 독일 연구자들은 지난 4년 동안 외양간에 동영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천장에 붙은 파리와 그것을 노리는 박쥐의 행동을 무려 4년 동안 관찰해 그 결과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발표했다.
 

640px-Chiroptera1.jpg » 유럽에 널리 분포하는 흰배윗수염박쥐. 집파리가 주식이다. 사진=아미 퀴벨베크,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들은 유럽에 널리 분포하는 흰배윗수염박쥐가 주로 집파리를 잡아먹고 사는데, 집파리는 낮에 주로 활동하고 박쥐는 밤에 활동하는 불일치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궁금했다.
 

4년 동안 8986마리의 파리를 촬영했는데, 파리는 밤 동안 천장에 붙어 거의 움직이지 않았고 걸어서 돌아다니는 파리 가운데 박쥐의 공격을 받은 개체는 하나도 없었다. 연구자들은 움직이는 파리가 내는 미미한 소리가 배경소음에 묻혀 박쥐에게는 들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파리가 짝짓기를 하는 순간 박쥐들은 귀신같이 알고 공격했다. 교미를 하던 파리의 26%가 박쥐의 습격을 받았고 59%의 공격 성공률을 보였다. 교미중인 파리가 박쥐에게는 ‘곱배기’ 식사인 셈이다.
 

연구자들은 짝짓기를 하면 형태가 두 배로 커져 공격을 유발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죽은 파리로 짝을 지어 실험했지만 박쥐를 끌어들이지 못했다. 반대로 스피커로 짝짓기 소리를 내자 박쥐는 공격에 나섰다.
 

640px-Fly_Mating.jpg » 짝짓기할 때 수컷은 날개를 진동해 소리를 낸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짝짓기를 할 때 소리를 내는 것은 수컷으로, 날개를 퍼덕이면서 낮게 붕붕거리는 소리를 낸다.
 

논문은 외양간에서의 실험에 비춰 볼 때 숲 속에서도 이 박쥐는 짝짓기를 하는 파리를 사냥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짝짓기 중인 파리를 잡아먹는 박쥐 동영상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ats eavesdrop on the sound of copulating flies
Bjorn M. Siemers, Eva Kriner, Ingrid Kaipf, Matthias Simon and Stefan Greif
Current Biology, Volume 22, Issue 14, R563-R564, 24 July 2012
doi:10.1016/j.cub.2012.06.030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최근기사 목록

  • 얼굴에 손이 가는 이유 있다…자기 냄새 맡으려얼굴에 손이 가는 이유 있다…자기 냄새 맡으려

    조홍섭 | 2020. 04. 29

    시간당 20회, 영장류 공통…사회적 소통과 ‘자아 확인’ 수단 코로나19와 마스크 쓰기로 얼굴 만지기에 어느 때보다 신경이 쓰인다. 그런데 이 행동이 사람과 침팬지 등 영장류의 뿌리깊은 소통 방식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침팬지 등 영장류와 ...

  • 쥐라기 바다악어는 돌고래처럼 생겼다쥐라기 바다악어는 돌고래처럼 생겼다

    조홍섭 | 2020. 04. 28

    고래보다 1억년 일찍 바다 진출, ’수렴 진화’ 사례 공룡 시대부터 지구에 살아온 가장 오랜 파충류인 악어는 대개 육지의 습지에 산다. 6m까지 자라는 지상 최대의 바다악어가 호주와 인도 등 동남아 기수역에 서식하지만, 담수 악어인 나일악어...

  • ‘과일 향 추파’ 던져 암컷 유혹하는 여우원숭이‘과일 향 추파’ 던져 암컷 유혹하는 여우원숭이

    조홍섭 | 2020. 04. 27

    손목서 성호르몬 분비, 긴 꼬리에 묻혀 공중에 퍼뜨려 손목에 향수를 뿌리고 데이트에 나서는 남성처럼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수컷도 짝짓기철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과일 향을 내뿜는다. 사람이 손목의 체온으로 향기를 풍긴다면, 여우원숭이는 손목 분...

  • 뱀을 향한 뿌리 깊은 공포, 새들도 그러하다뱀을 향한 뿌리 깊은 공포, 새들도 그러하다

    조홍섭 | 2020. 04. 23

    어미 박새, 뱀 침입에 탈출 경보에 새끼들 둥지 밖으로 탈출서울대 연구진 관악산서 9년째 조사 “영장류처럼 뱀에 특별 반응” 6달 된 아기 48명을 부모 무릎 위에 앉히고 화면으로 여러 가지 물체를 보여주었다. 꽃이나 물고기에서 평온하던 아기...

  • 금강산 기암 절경은 산악빙하가 깎아낸 ‘작품'금강산 기암 절경은 산악빙하가 깎아낸 ‘작품'

    조홍섭 | 2020. 04. 22

    북한 과학자, 국제학술지 발표…권곡·U자형 계곡·마찰 흔적 등 25곳 제시 금강산의 비경이 형성된 것은 2만8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 때 쌓인 두꺼운 얼음이 계곡을 깎아낸 결과라는 북한 과학자들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북한의 이번 연구는 금강산을...

인기글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