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의 비밀’ 독 없는 양식복어도 자연산 만나면…

황선도 2012. 07. 13
조회수 59572 추천수 1

황선도 박사의 물고기 이야기 ⑦ 복어

복어 독은 세균과 플랑크톤이 원인, 함께 넣으면 독 옮아가

볼품 없지만 `목숨 바꿀만한 맛', 강하구 지켜야 종 보전 가능

 

 Bruce Moravchik NOAA_640px-Expl0372_-_Flickr_-_NOAA_Photo_Library.jpg » 놀라 몸을 부풀린 복어의 일종. 사진=브루스 모라브치크, 미국립해양대기국

 

■ 부풀리는 것은 위
  

복어는 배불뚝이처럼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어 누구라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알에서 막 깨어난 새끼 조차도 어미와 너무 닮은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대부분의 어류는 초기 발달단계에서는 종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모두 비슷한데, 1㎝도 되지 않는 어린 복어가 벌써 배를 볼록하게 만드니 말이다.

 

이렇게 배를 부풀리는 것은 복어에게 매우 중요한 습성이다. 복어를 낚아 올리면 “굿굿”하고 소리를 내면서 곧 배를 볼록하게 부풀린다. 자세히 보면 배가 불어나는 것은 우리가 고무풍선을 부는 것과 같이 훅하고 한번에 부푸는 것이 아니고 소리와 함께 단속적으로 부풀리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몸의 어디에서 배를 부풀리는 것일까? 뱃속 부레에 공기를 마셔서 부풀게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나 사실은 소화기관인 위가 불룩하게 되는 것이다. 부레는 소화관의 등 쪽에 있는 별도의 독립된 공기주머니로서 배를 부풀게 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복어는 위의 아랫부분에 있는 유문 괄약근을 죄어 공기를 빨아들이고, 식도의 근육을 축소시켜 공기가 새지 않게 한다. 공기를 밖으로 토할 때는 식도 벽의 긴장을 풀어 입이나 아가미로 뿜어내지만 음식물은 토하지 않는다.

 

또한 적을 만나면 물을 삼켜 자신의 덩치를 키우는데, 이때 마시는 물의 양은 체중의 2배 이상도 가능하며 20㎝ 크기의 복어가 1ℓ의 물을 마시는 것으로 어류학자들은 보고하고 있다. 복어의 배가 부풀게 되는 기작은 아주 치밀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고도로 발달한 기능에 어떤 의미가 없을 리 없다.

 

 hwang3-1.jpg » 황복. 불룩한 배에 공기나 물을 집어넣는 습성이 있다. 사진=한겨레 사진 디비

 

그럼 왜 복어는 자신의 배를 부풀게 하는 것일까? 그것은 간단히 설명할 수가 없으나, 여러 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여러가지 가설로 설명하고 있다. 요약하면 대체로 4가지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위협설이다. 적에게 습격을 받았을 때 급히 배를 부풀려서 위협을 준다는 것이다. 이 설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서 동물학 책에도 쓰여 있다. 적에 대항하여 입을 벌리고, 아가미 딱지를 앞으로 세우고, 지느러미나 몸의 가시를 세워 몸을 크게 보이게 하여 위협하는 동작은 다른 물고기나 육상동물에서도 볼 수 있다.

 

둘째는 표류설이다. 공기를 들이마셔 몸을 가볍게 하여 수면에 띄워 바람이나 해류를 이용하여 표류하거나 이동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복어가 배를 하늘로 향하여 머나먼 길을 여행할 것이라는 생각은 낭만적이기는 하나 이를 뒷받침하는 관찰은 거의 보고되지 않았다.

 

셋째는 보조호흡설로서 간조 때 해변 위에 남겨졌을 때 배에 담아둔 공기를 조금씩 내어서 호흡을 보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 바깥에서 호흡할 때 공기가 필요하다면 직접 입을 벌려 숨을 쉴 수 있으므로 굳이 배속에 공기를 담아둘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배속에 물을 담아둔다면 다소의 설명은 될 수 있겠지만 거기에는 아무래도 사실 관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분수설이다. 복어가 공기 또는 물을 위속으로 빨아들이는 것은 배를 부르게 하는 것이 최초의 목적이 아니고 물을 강하게 입에서 뿜어내는 분수의 힘을 이용하는 어떤 습성에서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복어 또는 복어와 유사한 물고기의 분수 이용 습성이 사실 관찰에 의한 것으로 이와 관련하여 일설로서 나오게 된 것이다. 요컨대 복어가 배를 부풀리는 습성의 의미는 분수설과 적을 위협하여 자기를 방어하기 위한 위협설로서 일단 설명될 수 있는 것 같다.

 

open cage_jajubok_800_13414.jpg » 수족관 바닥의 모래속에 숨은 자주복. 식용할 수 있는 몇 가지 복어 가운데 하나다. 사진=오픈 케이지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복어가 성을 잘 내는 고기라 하여 진어(嗔魚)라고 불렀다. 몸에 무엇인가가 닿기만 하면 성을 내어 배가 부풀어 올라 마치 풍선처럼 물위에 떠오르기 때문에 붙여졌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복어를 통칭하여 후구(フグ, Fugu)라고 부르는데 산란기에 강어귀에 나타나며, 놀라게 되면 배가 볼록해지는 모양과 울음소리가 돼지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에서는 복어는 맛과 육질이 뛰어나 허툰(河豚: 중국어의 복어류 총칭)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하천에 사는 돼지라는 뜻으로 중국 음식 재료중 돼지고기의 위치를 알면 이해할 만하다.

 

서양에서는 복어를 낚으면 소리를 내면서 배를 부풀려 둥근 공과 같이 된다고 해서 퍼퍼 피쉬(Puffer fish) 혹은 글로우브 피쉬(Globe fish)라고 하는 것을 보면, 지역에 상관없이 물고기 모양새를 보고 그 특징을 표현하여 이름을 붙이는 것 같다. 복어는 열대, 아열대에 분포하며 전 세계에 100종 이상이 보고되어 있고 우리나라에는 4개 과에 38종이 있지만, 식용할 수 있는 복어는 황복, 자주복, 졸복, 검복, 까치복, 밀복, 복섬 등 십여종에 불과하다. 

 

gashi.jpg » 가시복, 사진=J마린 최종인 대표

 

bbul.jpg » 뿔복, 사진=군산대 김지현 박사


norang.jpg » 노랑거북복, t사진=J마린 최종인 대표

 

 

■ 양식산에는 없고 자연산에만 있는 독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 복어에 대해 이런 내용이 나온다.

 

맛은 달지만 독이 있다. 허약한 것을 보충해 주고 습한 것을 제거하며, 허리와 다리를 조절한다. 치질을 낫게 하고 몸 안의 벌레를 죽인다. 이 물고기에는 큰 독이 있어 맛은 비록 좋다고 하지만 조리를 잘못하면 사람이 죽게 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살에는 독이 없으나 간이나 알에는 독이 있다. 조리할 때는 반드시 피를 깨끗이 씻어 버리면 좋다. 미나리와 함께 끓여 먹으면 독을 없앨 수 있다.”


복어는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알, 간, 내장, 근육 등에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 TTX)이라는 독을 가지고 있다. 독성은 청산가리의 1,000배에 달할 정도로 강하다고 하는데, 물에 녹지 않고 열에도 강하므로 보통의 조리 조건에서는 독이 없어지지 않는다.

 

이 독은 비교적 빨리 말초신경을 침범하므로 중독되면 30분 이내에 입술과 혀끝 등이 마비되기 시작하고, 중추신경을 침범하게 되면 호흡곤란을 일으켜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나 복어 요리는 자격증 제도가 있을 뿐 만 아니라, 조리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어 복어 전문 요리사가 만든 요리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표> 복어의 종류 및 부위별 독성

 

table.jpg » 자료=이태원 충남대 교수

 

복어가 어떻게 몸에 독을 가지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먹이에 의한 것인지, 체내에서 자체 합성하는 것인지를 놓고 많은 논란이 벌어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복어의 독성이 개체 및 서식지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복어가 스스로 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먹이를 통하여 독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추측하는 경향이 우세하다.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증거로 실험실에서 부화되어 양식된 복어에는 독이 없다. 또한 독이 있는 자연산 복어의 소화관에서는 복어의 독을 가지고 있는 조개 패각이 발견되었고, 어떤 복어는 독을 가진 납작벌레를 먹이로 하는 것으로 미루어 적어도 일부는 먹이사슬에 의하여 독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독이 없는 양식 복어와 독이 있는 자연산 복어를 같은 수조에서 사육하면 독이 없던 양식 복어에 독이 생기기도 하는데, 물은 소통하게 하되 이 둘을 그물로 격리시키면 그와 같은 현상이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에서 접촉에 의한 감염도 추정되며, 복어의 피부에서 채취한 세균이 테트로도톡신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하였다.
  

749px-Puffer_roe.jpg »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던 먹음직한 복어 알. 일본 일부 지방에서는 염장을 복어의 알에서 독을 제거하는 전통기술로 특산품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복어를 염장한 후 쌀겨에 절여 발효시킨 ‘누카즈께(糠漬け)’의 일종이 현재 일본 이시카와 현에서 지방 특산물로 시판되고 있다. 국내서는 일부 지방에서 염장 처리하여 사용했다는 말만 전해질 뿐, 독을 없애는 방법이 연구되지 않아 그동안 다량의 복어 알과 간이 전부 폐기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그동안 독 때문에 폐기되는 복어의 알과 간도 고급 수산식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국내 한 대학에서 까치복과 참복의 알과 간을 시료로 하여 염장 숙성 기간과 알칼리 처리에 따른 독성 변화를 연구한 결과, 맹독인 복어 알과 간에 30%의 식염과 2%의 알칼리를 첨가해 8주의 숙성기간을 경과하면 테트로도톡신이 빠른 속도로 파괴되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잘 활용하면 앞으로 폐기되는 복어 알과 간을 통조림 제품 등으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복싱건탕이 속풀이에 좋은 이유


복어 요리는 현재 일본에서 가장 발달했으나, 즐겨 먹기로 따지면 중국의 한족을 따라갈 민족이 없다. 송나라 때의 시인 소동파는 복어 회를 먹고 그 맛을 찬양하여 “복어의 신비스런 맛은 죽음과도 바꿀 만한 가치가 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복어는 단백질, 칼슘, 비타민 등이 풍부하고 유지방이 전혀 없으며, 고혈압, 신경통, 당뇨병에 좋고 간장해독 작용이 뛰어나 숙취해소에는 특별한 효과가 있으며, 특히 피를 맑게 하여 피부를 아름답게 한다고 하는 최고급 명품 어류이다.

 

복어는 종류에 따라 독특한 맛을 지니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복어요리 중에서 최고로 쳐주는 것은 역시 회이다. 흰 접시에 얇게 저며 놓은 복어 회는 마치 빈 접시처럼 보인다. 복어 회는 접시에 놓았을 때 접시 바닥무늬가 비칠 정도로 얇게 떠야 하는데, 숙련된 요리사일수록 얇게 썬다고 한다.

 

일반인들은 대팻밥처럼 얇은 복어 회를 보고 가격타령을 하지만 사실 복어는 육질이 질기기 때문에 두껍게 썰면 오히려 그 맛을 즐길 수가 없다. 서양 사람들은 철갑상어 알인 캐비어(Caviar), 송로버섯인 트뤼프(Truffle), 거위 간 요리인 푸아그라(Foie gras, 영어로 Fat liver)를 세계 3대 진미식품으로 꼽고 있다. 일본 시모노세키 복어수출조합에서는 3년이란 긴 시간 동안 식품안전시험을 거친 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정식 승인을 받아 복어 회를 미국에 수출하였는데, 뉴욕에서는 복어 회의 기막힌 맛을 인정하여 세계 4대 진미식품으로 인정하였다고 한다.

 

800px-Fugu-no-Sashimi(Totafugu).jpg » 접시 바닥의 문양이 고스란히 비칠 정도로 얇게 썰어 놓은 복어 회.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흔히 ‘복지리’(일본의 후구지리에서 유래된 탕의 일종으로 매운 맛이 전혀 없음)라고 불리고 있는 ‘복싱건탕’이나 땀을 쏙 뺄 정도의 매콤한 ‘복매운탕’은 술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최고의 해장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우리말에는 차가울 때 느끼는 외피 감각적 쾌감이나, 창자 속에 응어리가 풀리는 내피 감각적 쾌감도 똑같이 ‘시원하다’고 표현한다.

 

술을 마신 후의 숙취는 알코올이 분해되기 이전의 중간 대사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내장에 응어리져 붙어 있어 속과 머리를 아프게 하는 것으로, 이 응어리를 뜨거운 국물로 풀어내는 행위가 ‘해장(解腸)’이다. 복국을 먹을 때 “아~ 시원하다”는 감탄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밖에도 복어는 튀김이나 샤브샤브로 먹기도 하는데 어떤 식으로 요리를 하든 담백하고 개운한 맛은 변함이 없다. 또한, 복어의 지느러미는 잘 말렸다가 불에 살짝 구워서 따끈한 정종에 담궈 먹는데 이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만든 술을 보통 ‘히레슈(ひれ酒)’라고 하는데 노란 빛깔이 돌고 특유의 향을 낸다.

 

술의 재료에서부터 안주, 그리고 해장국에 이르기까지 복어는 이래저래 술과는 떼어놓을 수 없는 인연을 맺고 있는 생선이다. 비록 생김새는 배가 불뚝하고 볼품이 없는 동시에 독까지 가지고 있으나, 그 시원하고 담백한 맛 때문에 복어는 오래도록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할 것이다.

 

하구 지킴이로 거듭 태어나라
  

imjin_hwang_db.jpg » 임진강에서 잡은 황복. 황복은 바다와 강이 만나는 기수역에 서식한다. 사진=한겨레 사진 디비

 

황복(Takifugu obscurus)은 복어목 참복과(Tetraodontidae)에 속하는 어류로 우리나라의 서해의 연안과 하구를 왔다갔다 하며 사는 왕복성 어류이다. 바다에서 4~5년 동안 자란 후 강으로 올라와서 산란을 하는 독특한 생태를 보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진달래꽃이 필 무렵에 압록강, 대동강, 임진강, 한강, 금강 등 서해쪽 하구에서 관찰할 수 있다.

 

특히 산란을 위해 강으로 오른다하여 연어와 같은 ‘강오름’ 회유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황복의 색깔은 등쪽이 짙은 흑갈색이고 배쪽은 흰색이며, 몸의 옆쪽에는 노란색 띠가 입 아래에서 꼬리자루까지 이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가슴지느러미 뒤쪽 위와 뒷지느러미 바닥부위에 커다란 검은색 반점이 있어 육안으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강화도 서북쪽 끝으로, 교동도를 마주하고 있는 호젓한 포구가 있다. 이 한적한 마을은 30여 년 전부터 황복이 많이 나기로 유명하여 ‘황복마을’이라 불린다.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한강, 임진강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황복이 이곳 강어귀를 지나가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황복이 가장 많이 나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황복마을이라 불리기는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이 마을에서조차 황복이 귀하신 몸이 되었다. 제철인 봄(4월~7월 초), 가을(8월~11월)에도 마을 전체 황복 어획량이 하루 5~10㎏(10~15마리) 정도일 뿐이라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village.jpg » 우리나라에서 황복이 가장 많이 난다는 강화도 황복 마을. 그러나 이곳에서도 황복은 이제 드물다. 사진=황선도  

 
그런가 하면 자원의 감소로 황복은 새로운 양식 품종으로 각광을 받을 수 있다. 황복에 대한 연구는 자주복(원래 경사도 사투리 발음으로 ‘자지복’으로 명명되었는데 어감이 어색하다 하여 1990년 김익수·이완옥의 논문에서 개명을 제안하여 표준어가 됨)을 비롯한 다른 복어의 연구에 비해 형태분류학적인 특징과 독성에 한정된 연구결과가 보고되었을 뿐, 인공종묘생산을 위한 생물학적인 연구는 미미하다.

 

더욱이 복어는 성질이 사납고 서로 잡아먹는 공식이 심해 수조내 실험도 매우 까다롭다고 하는데,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1995년 인공종묘생산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하였고, 1996년에는 대량생산 체제를 만들었다. 그리하여 매년 황복 종묘를 자연에 방류하여 자원을 늘리거나 양식 어업인에게 분양함으로서 양식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그 결과 황복 자원이 점차 늘었다고는 하지만 가격은 여전히 1㎏에 4만~5만원이 넘기 때문에 아직은 서민들과는 거리가 먼 고가의 어류이다.
  

미식가들은 복어 중에서도 어김없이 황복을 찾는다. 문제는 이 황복이 희귀어종이 되어가고 있다는 데 있다. 하천이나 강의 오염, 하구역의 제방이나 댐 시설 등 경제 논리만으로 연안을 마구잡이로 개발하여 생태계가 교란되고 산란장이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산란을 하기 위해서 올라오는 황복을 무분별하게 남획함으로써 여전히 자원 회복은 어려운 실정이다.

 

estuary.jpg » 황복을 계속 맛보려면 강하구를 지켜야 한다. 사진은 한강 하구의 모습. 사진=임동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박사 
 
강의 종착지로, 바다에서 보자면 강이 시작되는 입구를 ‘하구(河口, Estuary)’라고 하는데, 이곳에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 섞여 건건짭짤한 소금기의 물인 ‘기수(汽水, Brackish water)’로 되어 있다. 이러한 환경적 특징은 강과 바다를 왕래하는 기수성 어류에게 특별한 곳이고, 이런 이유로 최근 하구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구는 바다와 육지의 수서 생태계를 연결하는 통로로 이곳에는 민물에 사는 담수종, 바닷물에 사는 해산종, 기수에 사는 기수종, 민물과 바다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사는 왕복성 회유종을 골고루 볼 수 있다.

 

하구는 이들의 서식처일 뿐만 아니라 알을 낳고 새끼는 키우는 곳으로 생물다양성 보전 등 생태적 가치가 크다. 하구에는 강으로부터 흘러들어온 영양염이 많아 생산력이 높고, 먹이가 많으니 수산생물도 많아 경제적 가치도 높다.

 

하구에 발달한 갯벌에는 수천 수만 종에 이르는 다양한 동·식물이 살고 있고, 이동하는 철새들의 휴식처가 되기도 한다. 갯벌이 환경오염물을 정화하는 기능이 있고, 환경보호의 교육적 가치가 크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물과 산, 들이 어우러진 하구의 빼어난 경관과 자연 생태계는 사람들에게 심미적인 가치를 제공하여 미래의 공해 없는 산업인 생태관광 또한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바다, 강, 하구, 갯벌이 어울려 만들어낸 자연조건과 풍부한 수산자원을 현명하게 이용하여 지속가능한 미래가치를 만들어내는 밑거름으로 삼았으면 한다. 우리가 앞으로도 계속 황복을 마음껏 먹을 수 있기를 바란다면, 이제 자연과 함께 사는 조화로운 삶에 대해 생각해 볼 때이다. 하구가 바다와 강을 연결하는 통로인 것처럼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서로 연결되고, 그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소통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황선도/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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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어류학 박사
고등어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어류생태학자.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에서 자원조성 업무를 맡고 있다. 뱀장어, 강하구 보전,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수산자원 회복 등에 관심이 많다.
이메일 : sanisdhw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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