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물 쓰듯’ 써 정점 꺾여 지구는 ‘타는 목마름’
미국 연구소 “생태학적 피크워터 지났다” 경고
2025년까지 18억명 갈증…한국도 물 자원 빈국
지구는 ‘물의 행성’이라고 불린다. 무려 14억㎦의 물 때문에 우주에서 보면 푸른 보석처럼 빛난다. 울퉁불퉁한 지구 표면을 골라 평평한 구슬처럼 만들면 육지는 수심 2700m의 바다에 퐁당 빠져 자취를 감추게 된다.
하지만 그 많은 물의 97%는 바닷물이다. 나머지 3%의 담수도 대부분 빙하나 만년설, 지하수로 갖혀 있어 우리가 쉽게 쓸 수 있는 담수는 전체 수자원의 0.01%에도 못 미친다.
14억㎦ 지닌 ‘물의 행성’…쉽게 쓸 수 있는 담수는 0.01%
석유 생산량이 최고조에 이르러 감소 추세에 접어드는 시점을 ‘피크 오일’(기름 정점)이라 부른다. 금세기 초부터 2025년까지 시점이 언제인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석유 정점이 값싼 석유의 종말을 의미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요즘 ‘피크 워터’(물 정점)란 말도 쓰인다. 세계적으로 심각한 담수 고갈 사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인류는 석유, 식량과 함께 물 파동에 시달릴 것이란 경고다.
석유야 태워 없애지만 물은 돌고 도는데 물이 고갈된다는 게 무슨 소리일까. 햇빛을 받아 쓴다고 햇빛이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물은 지속가능하다. 그러나 물은 사용과정에서 오염 등으로 질이 떨어져 점점 쓸모가 없어지고, 질을 높이려면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따라서 지역 차원에서 쓸 수 있는 물에는 한계가 있다. 자연적으로 보충되는 질 좋은 물보다 더 많은 양을 쓰면 언젠가는 고갈된다. 지하수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된다. 지역 차원에서 물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그래서 정점을 넘기면 값이 비싸지고 쉽게 얻기 힘들어진다.
값싼 물이 바닥나면 바닷물을 담수화하거나 먼 곳에서 생수를 사 먹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기름과 달리 물은 가치에 비해 수송비가 너무 커 대규모 수송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기름은 재생에너지 등으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물엔 대체물이 없다. 생명활동과 식량생산에도 필수적이다. 피크 워터가 피크 오일보다 심각한 측면이다.
세계 담수자원에 관한 권위 있는 비영리 연구기관인 미국 태평양 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세계의 물 2008~2009’에서 “세계 많은 곳에서 생태학적 물 정점을 지났다”며 “인간은 생태계가 심각한 파괴와 훼손 없이 지탱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물을 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인류가 지속가능하고 획득 가능한 담수의 절반 이상을 이미 사용하고 있는데도 수십억명이 가장 기본적인 물도 공급받지 못하는 것은 그 심각성을 말해준다. 유엔환경계획은 2025년까지 18억명이 물 부족 지역에 거주해 세계 인구 3명 중 2명이 물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부족간, 국가간 물분쟁 번져…중국 가장 심각
이 보고서는 지구상에서 물 문제가 가장 심각한 나라로 중국을 꼽았다. “강과 호수는 죽거나 죽어가고 있고, 지하수는 너무 퍼냈으며, 수많은 수생생물이 멸종위기에 놓였고, 사람과 생태계의 건강에 직접적 피해가 광범하고 증가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극빈 개도국에서도 물 부족은 생존의 문제다. 개도국을 흐르는 거대 하천 가운데 황하를 비롯해, 갠지즈, 브라마푸트라, 나일 강 등이 건기에는 바다에 강물이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또 수단의 다르푸르에서처럼 부족간, 국가간 물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기후변화의 담수체계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유엔 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IPCC)는 2007년 발표한 평가보고서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은 물에 대해서 가장 심하고 시급하다. 그러나 기후변화 대책의 초점은 주로 이산화탄소 저감에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극단적인 홍수와 가뭄의 빈발, 주요 강 발원지인 빙하의 축소 등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에 비해 쓸 수 있는 수자원량은 매우 적어, 1인당 연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8분의 1에 불과하다. 물 자원에 관한 한 한국은 빈국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36년 동안 가장 가뭄이 극심했던 세 해가 올해를 비롯해 1990년대 중반 이후에 몰려있다. 기후변화는 수자원 빈국인 우리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세계의 물 2008~2009’보고서 내용 일부와 도표: http://www.worldwater.org/books.html
2025년까지 18억명 갈증…한국도 물 자원 빈국
지구는 ‘물의 행성’이라고 불린다. 무려 14억㎦의 물 때문에 우주에서 보면 푸른 보석처럼 빛난다. 울퉁불퉁한 지구 표면을 골라 평평한 구슬처럼 만들면 육지는 수심 2700m의 바다에 퐁당 빠져 자취를 감추게 된다.
하지만 그 많은 물의 97%는 바닷물이다. 나머지 3%의 담수도 대부분 빙하나 만년설, 지하수로 갖혀 있어 우리가 쉽게 쓸 수 있는 담수는 전체 수자원의 0.01%에도 못 미친다.
14억㎦ 지닌 ‘물의 행성’…쉽게 쓸 수 있는 담수는 0.01%

요즘 ‘피크 워터’(물 정점)란 말도 쓰인다. 세계적으로 심각한 담수 고갈 사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인류는 석유, 식량과 함께 물 파동에 시달릴 것이란 경고다.
석유야 태워 없애지만 물은 돌고 도는데 물이 고갈된다는 게 무슨 소리일까. 햇빛을 받아 쓴다고 햇빛이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물은 지속가능하다. 그러나 물은 사용과정에서 오염 등으로 질이 떨어져 점점 쓸모가 없어지고, 질을 높이려면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따라서 지역 차원에서 쓸 수 있는 물에는 한계가 있다. 자연적으로 보충되는 질 좋은 물보다 더 많은 양을 쓰면 언젠가는 고갈된다. 지하수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된다. 지역 차원에서 물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그래서 정점을 넘기면 값이 비싸지고 쉽게 얻기 힘들어진다.
값싼 물이 바닥나면 바닷물을 담수화하거나 먼 곳에서 생수를 사 먹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기름과 달리 물은 가치에 비해 수송비가 너무 커 대규모 수송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기름은 재생에너지 등으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물엔 대체물이 없다. 생명활동과 식량생산에도 필수적이다. 피크 워터가 피크 오일보다 심각한 측면이다.
세계 담수자원에 관한 권위 있는 비영리 연구기관인 미국 태평양 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세계의 물 2008~2009’에서 “세계 많은 곳에서 생태학적 물 정점을 지났다”며 “인간은 생태계가 심각한 파괴와 훼손 없이 지탱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물을 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인류가 지속가능하고 획득 가능한 담수의 절반 이상을 이미 사용하고 있는데도 수십억명이 가장 기본적인 물도 공급받지 못하는 것은 그 심각성을 말해준다. 유엔환경계획은 2025년까지 18억명이 물 부족 지역에 거주해 세계 인구 3명 중 2명이 물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부족간, 국가간 물분쟁 번져…중국 가장 심각
이 보고서는 지구상에서 물 문제가 가장 심각한 나라로 중국을 꼽았다. “강과 호수는 죽거나 죽어가고 있고, 지하수는 너무 퍼냈으며, 수많은 수생생물이 멸종위기에 놓였고, 사람과 생태계의 건강에 직접적 피해가 광범하고 증가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극빈 개도국에서도 물 부족은 생존의 문제다. 개도국을 흐르는 거대 하천 가운데 황하를 비롯해, 갠지즈, 브라마푸트라, 나일 강 등이 건기에는 바다에 강물이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또 수단의 다르푸르에서처럼 부족간, 국가간 물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기후변화의 담수체계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유엔 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IPCC)는 2007년 발표한 평가보고서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은 물에 대해서 가장 심하고 시급하다. 그러나 기후변화 대책의 초점은 주로 이산화탄소 저감에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극단적인 홍수와 가뭄의 빈발, 주요 강 발원지인 빙하의 축소 등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에 비해 쓸 수 있는 수자원량은 매우 적어, 1인당 연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8분의 1에 불과하다. 물 자원에 관한 한 한국은 빈국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36년 동안 가장 가뭄이 극심했던 세 해가 올해를 비롯해 1990년대 중반 이후에 몰려있다. 기후변화는 수자원 빈국인 우리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세계의 물 2008~2009’보고서 내용 일부와 도표: http://www.worldwater.org/book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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