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르륵 호르륵” 산개구리 봄맞이 ‘사랑 합창’
봄이 오는 길목 내장산 남창골
가장 일찍 겨울잠 깨 번식…목청 큰 놈이 짝 차지
남방-북방계 식물들 공존, 종 다양하고 아기자기
“호르르륵, 호르륵….”
지난 14일 내장산국립공원 산성습지에서 낯선 울음소리가 계곡에 울려 퍼졌다. 인기척이 들리자 텀벙거리며 물속으로 뛰어드는 놈들이 눈에 띄었다. 눈 밑의 검은 띠가 두드러지는 북방산개구리였다. 우리나라 개구리 가운데 가장 일찍 잠에서 깨 번식에 나서는 부지런한 종이다. 수초가 깔린 웅덩이 가장자리에는 우무에 검은 점이 박힌 듯한 알들이 수천 개 깔려 있었다. 산란은 절정기에 이른 듯했다.
육상 국립공원 가운데 울음소리 가장 먼저 들리는 곳
동행한 송재영 국립공원연구원 박사(양서파충류학)는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많은 산개구리가 대낮에 합창을 하는 것을 들을 수 있는 곳은 드물다”고 말했다.
물속에 숨어있던 북방산개구리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수컷이 뒤에서 암컷의 겨드랑이를 앞발로 꽉 껴안은 모습도 눈에 띄었다. 주로 밤에 산란하지만, 극심한 짝짓기 경쟁 때문에 암컷을 놓치지 않으려고 며칠씩 끌어안고 다니기도 한다. 요즘 수컷의 엄지발가락에는 암컷을 붙잡기 위한 돌기(혼인육지)가 돋아있다.
주변이 조용해지자 ‘사랑의 합창’이 다시 시작됐다. 송 박사는 “암컷은 큰 울음소리를 내는 수컷을 선호한다”며 “개구리 사회에선 목소리 큰 자가 이긴다”고 설명했다.
북방산개구리는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한국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등 3종의 산개구리 가운데 유일하게 울음주머니가 달려 비교적 큰 소리를 낸다.
하지만 이른 봄 산개구리를 잡아먹는 그릇된 보신문화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3종의 산개구리 모두 포획금지 야생동물로서 이를 먹은 사람까지 처벌받는다.
봄이 찾아오는 길목에 위치한 내장산국립공원은 우리나라 육상 국립공원 가운데 개구리 울음소리가 가장 먼저 들리는 곳이다. 올해는 예년보다 산란이 1주일쯤 이르다고 공단 쪽은 밝혔다.
이날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회원들은 2월 걷기예찬 코스로 내장산 남창계곡 답사에 나섰다. 전남 장성군 북이면 전남대 수련원에서 은선골과 갓바위를 거쳐 산성골로 내려오는 구간은 계곡의 물소리를 벗하며 한적한 숲의 정취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널리 알려지지 않아 붐비지 않고 힘든 구간이 없는데다 탐방로가 자연과 어울리도록 신경 써 조성돼 있다.

생태관광 프로그램 예정에 훼손 우려 시각도
보름째 포근한 날씨가 계속된데다 전날 비가 와 봄빛이 완연했다.
겨우내 잎을 내려뜨리던 굴거리나무의 광택 있는 잎에 생기가 돌았다. 상록활엽수인 굴거리나무는 전남 완도 분포지에서 100여㎞를 북쪽으로 훌쩍 뛰어 내장산에 난다. 애기천마도 제주도 빼고 이곳이 육지의 유일한 분포지이다. 진노랑상사화, 백양꽃 등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식물도 분포한다.
동시에 복자기나무 등 과거 빙하기 때 살아남은 북방계 식물도 흔하다. 오구균 호남대 교수(조경학)는 “내장산에는 남방계와 북방계 식물이 만나는 곳이어서 종 다양성이 풍부하다”며 “규모가 작지만 아기자기해 자연답사지로서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은선골로 접어들자 삼나무숲이 펼쳐진다. 붉은 수피의 훤칠한 나무 사이로 푹신한 낙엽을 밟으며 걷는 맛이 이국적이다. 단풍나무와 참나무 등 낙엽활엽수가 주인인 이곳에 외래종을 남겨둔 이유는 무얼까. 공단쪽은 “제거하느냐를 놓고 논란 끝에 간벌해서 숲체험길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곳은 축령산과 함께 우리나라 조림 숲의 우수 사례로 꼽힌다.
입암산성으로 둘러싸인 남창계곡의 자연은 문화와 뗄 수 없는 관련을 맺고 있다. 삼한시대에 축성된 입암산성은 견훤이 왕건과 맞서 싸운 곳이기도 하고 고려 때는 항몽 근거였으며 임진왜란 땐 호남을 지키는 천연요새였다. ‘남창’이란 말도 입암산성 남쪽에 있던 군량미 창고에서 유래한다. 1970년대까지 30호 115명의 주민이 살았고 1986년까지 2~3호가 거주했다. 따라서 이곳을 걷다 보면 습지로 변한 논과 저수지, 집터와 길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답사에 참여한 박승옥 시민발전 대표는 “정상을 정복하느라 서두르는 등산이 아니라 자연과 문화를 함께 느낀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정석원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사무소장은 “남창코스를 이번 달부터 지자체와 함께 전국 국립공원 50개 코스에서 시작하는 생태관광 프로그램에 넣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립공원에서의 생태관광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오구균 호남대 교수는 “지역주민의 소득증대를 목적으로 하는 관광은 공원 밖에서 하고 공원 안에서는 체험만을 허용해야 국립공원의 정체성 훼손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성/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가장 일찍 겨울잠 깨 번식…목청 큰 놈이 짝 차지
남방-북방계 식물들 공존, 종 다양하고 아기자기

지난 14일 내장산국립공원 산성습지에서 낯선 울음소리가 계곡에 울려 퍼졌다. 인기척이 들리자 텀벙거리며 물속으로 뛰어드는 놈들이 눈에 띄었다. 눈 밑의 검은 띠가 두드러지는 북방산개구리였다. 우리나라 개구리 가운데 가장 일찍 잠에서 깨 번식에 나서는 부지런한 종이다. 수초가 깔린 웅덩이 가장자리에는 우무에 검은 점이 박힌 듯한 알들이 수천 개 깔려 있었다. 산란은 절정기에 이른 듯했다.
육상 국립공원 가운데 울음소리 가장 먼저 들리는 곳
동행한 송재영 국립공원연구원 박사(양서파충류학)는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많은 산개구리가 대낮에 합창을 하는 것을 들을 수 있는 곳은 드물다”고 말했다.
물속에 숨어있던 북방산개구리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수컷이 뒤에서 암컷의 겨드랑이를 앞발로 꽉 껴안은 모습도 눈에 띄었다. 주로 밤에 산란하지만, 극심한 짝짓기 경쟁 때문에 암컷을 놓치지 않으려고 며칠씩 끌어안고 다니기도 한다. 요즘 수컷의 엄지발가락에는 암컷을 붙잡기 위한 돌기(혼인육지)가 돋아있다.

북방산개구리는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한국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등 3종의 산개구리 가운데 유일하게 울음주머니가 달려 비교적 큰 소리를 낸다.
하지만 이른 봄 산개구리를 잡아먹는 그릇된 보신문화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3종의 산개구리 모두 포획금지 야생동물로서 이를 먹은 사람까지 처벌받는다.
봄이 찾아오는 길목에 위치한 내장산국립공원은 우리나라 육상 국립공원 가운데 개구리 울음소리가 가장 먼저 들리는 곳이다. 올해는 예년보다 산란이 1주일쯤 이르다고 공단 쪽은 밝혔다.
이날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회원들은 2월 걷기예찬 코스로 내장산 남창계곡 답사에 나섰다. 전남 장성군 북이면 전남대 수련원에서 은선골과 갓바위를 거쳐 산성골로 내려오는 구간은 계곡의 물소리를 벗하며 한적한 숲의 정취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널리 알려지지 않아 붐비지 않고 힘든 구간이 없는데다 탐방로가 자연과 어울리도록 신경 써 조성돼 있다.

생태관광 프로그램 예정에 훼손 우려 시각도
보름째 포근한 날씨가 계속된데다 전날 비가 와 봄빛이 완연했다.
겨우내 잎을 내려뜨리던 굴거리나무의 광택 있는 잎에 생기가 돌았다. 상록활엽수인 굴거리나무는 전남 완도 분포지에서 100여㎞를 북쪽으로 훌쩍 뛰어 내장산에 난다. 애기천마도 제주도 빼고 이곳이 육지의 유일한 분포지이다. 진노랑상사화, 백양꽃 등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식물도 분포한다.
동시에 복자기나무 등 과거 빙하기 때 살아남은 북방계 식물도 흔하다. 오구균 호남대 교수(조경학)는 “내장산에는 남방계와 북방계 식물이 만나는 곳이어서 종 다양성이 풍부하다”며 “규모가 작지만 아기자기해 자연답사지로서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은선골로 접어들자 삼나무숲이 펼쳐진다. 붉은 수피의 훤칠한 나무 사이로 푹신한 낙엽을 밟으며 걷는 맛이 이국적이다. 단풍나무와 참나무 등 낙엽활엽수가 주인인 이곳에 외래종을 남겨둔 이유는 무얼까. 공단쪽은 “제거하느냐를 놓고 논란 끝에 간벌해서 숲체험길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곳은 축령산과 함께 우리나라 조림 숲의 우수 사례로 꼽힌다.
입암산성으로 둘러싸인 남창계곡의 자연은 문화와 뗄 수 없는 관련을 맺고 있다. 삼한시대에 축성된 입암산성은 견훤이 왕건과 맞서 싸운 곳이기도 하고 고려 때는 항몽 근거였으며 임진왜란 땐 호남을 지키는 천연요새였다. ‘남창’이란 말도 입암산성 남쪽에 있던 군량미 창고에서 유래한다. 1970년대까지 30호 115명의 주민이 살았고 1986년까지 2~3호가 거주했다. 따라서 이곳을 걷다 보면 습지로 변한 논과 저수지, 집터와 길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답사에 참여한 박승옥 시민발전 대표는 “정상을 정복하느라 서두르는 등산이 아니라 자연과 문화를 함께 느낀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정석원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사무소장은 “남창코스를 이번 달부터 지자체와 함께 전국 국립공원 50개 코스에서 시작하는 생태관광 프로그램에 넣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립공원에서의 생태관광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오구균 호남대 교수는 “지역주민의 소득증대를 목적으로 하는 관광은 공원 밖에서 하고 공원 안에서는 체험만을 허용해야 국립공원의 정체성 훼손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성/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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