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은근슬쩍 8개 댐 늘린다
법 정면 위반…환경부 “황당”
» 댐은 주민들의 추억이 깃든 삶터를 송두리째 앗아간다. 건설중인 영주댐 앞에 수몰될 400년 전통의 인동 장씨 십성촌 금강마을이 보인다. 사진=김태형 기자
국토해양부가 지난해 말 확정한 댐 건설 장기계획에 포함된 14개 댐 가운데 8개 댐이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환경영향평가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어서, 이들 댐이 댐건설 장기계획에 포함된 경위를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8개 댐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건의한 한강권의 2개 댐(내촌천·원주천 수계), 낙동강권의 2개 댐(감천·월노천 수계), 금강권 1개 댐(초강천 수계), 만경강권의 3개 댐(전주천·소양천·신흥천 수계)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심상정 의원(진보정의당)은 11일 “국토부의 ‘댐 건설 장기계획(2012~2021년)’에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서 다뤄지지 않은 8개 중소댐이 포함된 사실을 확인하고 환경부에 질의한 결과, 환경부로부터 이들 댐에 대해서는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답변을 얻었다”고 밝혔다.
실제 환경부가 댐 건설 장기계획이 확정되기 전에 국토부에 보낸 장기계획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의견서를 보면, 환경부는 국토해양부가 낙동강 수계의 장파천과 대서천, 금강의 지천, 섬진강의 내서천에 각각 건설하려는 4개 다목적댐과 한강의 오대천과 낙동강의 임천에 건설하려는 2개 홍수조절댐에 대해서는 하나하나 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중소형 8개 댐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안정훈 수자원개발과장은 “8개 댐은 댐 건설 장기계획에 처음부터 들어가 있었으며,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부록에 세부 자료도 있다. 이것을 환경부도 보았을 것이기 때문에 협의가 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환경부의 협의 의견을 거부한 게 아니라 환경부가 협의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다.
8개 댐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이뤄졌다는 국토부 쪽 주장에 환경부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환경부 정종선 국토환경과장은 “국토부가 제출한 댐 건설 장기계획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는 분명히 6개 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하기 위해서는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대안 검토 결과를 포함한 상세한 평가 자료가 제시돼야 한다. 국토부가 환경영향평가서 부록에 환경·토지이용 등의 현황만 참고자료 형식으로 끼워놓았던 8개 중소댐들까지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이뤄졌다며 댐 건설 장기계획에 넣어 확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국토부의 행위는 환경영향평가법을 노골적으로 무시한 것이다. 법을 집행하는 정부 부처로서 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데 대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국토부의 어깃장…‘전략환경영향평가’ 첫발부터 흔들
개발계획 확정뒤 환경평가 ‘한계’
계획수립 단계부터 검토 의무화
지난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가
» 경북 영양군 수비면 낙동강 유역 장파천 수계댐(영양댐)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5일 오전 영양군청 앞에서 정부에 댐 건설 계획 백지화를 요구하고, 댐 건설에 앞장서는 권영택 영양군수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환경운동연합
환경부가 의욕적으로 도입한 전략환경영향평가제도가 출발부터 대표적 개발 부처인 국토해양부의 노골적인 무시에 직면하면서 제도의 연착륙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부처의 업무 성격상 전략환경영향평가제도와 가장 자주 만날 수밖에 없는 국토해양부가 이런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경우 전략환경영향평가제도는 껍데기만 남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의 환경영향평가는 1981년 처음 도입된 이후 최근까지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환경 영향이 심각할 것으로 평가한 사업이라도 취소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악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사업은 진행하는 방향으로 타협이 이뤄진 때문이다. 이는 환경영향평가가 사업의 기본계획이 확정된 다음 진행되는 것과 관련 있다.
어떤 사업이든 기본계획까지 확정돼 고시되면 다양한 이해관계가 형성돼 되돌리기가 어려워진다. 전략환경영향평가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오랜 논의 끝에 어렵게 마련돼 지난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제도다.
기본계획과 그 상위계획을 수립할 때부터 환경적 측면에서 타당성을 따져보고,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까지 검토해 국토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환경부는 이런 취지에 따라 국토해양부가 지난해 말 보내온 ‘댐건설 장기계획(2012~2021)’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한 뒤, 신규 댐 건설 계획이 제시된 4개 다목적댐과 2개 홍수방지댐 가운데 낙동강 장파천 수계댐(영양댐)에 대해 “계획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분명한 반대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는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의견을 제시한 6개 댐 전부와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도 하지 않은 8개 중소형 댐을 모두 포함시켜 장기계획을 확정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제도의 첫 적용 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고심을 거듭했던 환경부의 노력을 아무 의미 없는 헛수고로 만든 셈이다.
“6개댐 중 영양댐 타당성 없어”
환경부의 평가 의견 무시하고
국토부, 댐건설 장기계획 확정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8개 중소형 댐을 논외로 하면,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진 6개 댐 가운데 국토부가 경북 영양군 수비면에 건설하겠다는 영양댐은 전혀 타당성이 없다는 것이 환경부의 결론이다.
국토부가 2009년 내놓은 수도정비기본계획을 보면 영양댐은 총저수량 5700만㎥ 규모로, 애초 경북 영양군과 구미시에 용수를 공급할 목적으로 계획됐다. 하지만 이후 구미시가 영양댐에서 물을 공급받는 대신 낙동강 본류 취수량을 늘리기로 하면서 댐 건설은 불필요해졌다. 애초의 영양댐 건설 목적이 사라져 버린 셈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댐 건설을 포기하지 않고, 경산시에 공업용수를 공급하겠다며 장기계획에 포함시켰다. 물을 공급해야 할 곳이 있어 댐을 짓는 것이 아니라, 댐을 건설하기 위해 용수 수요처를 만들어낸 것이다.
정종선 환경부 국토환경과장은 “경산의 경우 물 수요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고, 공업용수는 대구에서 공급하거나 가까운 낙동강 본류에서 취수하는 방안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경산시청에서 영양댐까지는 100㎞가 넘지만, 가장 가까운 낙동강 본류까지의 거리는 30㎞도 안 된다. 게다가 국토부가 낙동강에서 4대강 사업 8개 보 설치를 통해 6억t의 수자원을 추가 확보했다고 자랑해온 만큼 수량도 넉넉하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영양댐은 용수공급뿐 아니라 홍수피해 예방, 하천 환경 개선, 지역경제 발전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계획된 사업이며, 환경부 의견은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일축하고, 현지에서 굴착 장비 등을 동원한 지질 조사를 시도하며 주민들과 충돌을 빚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심상정 의원(진보정의당)은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이 가장 많을 대표적인 개발 부처가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검토 의견을 타당성이 없다며 가볍게 무시해 버리면 전략환경영향평가제도는 존재할 의미가 없다. 이처럼 정부 부처가 환경영향평가법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상황에서 민간 사업자들에게 환경영향평가법 준수를 요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굴착 장비 동원 지질조사 강행
주민들 대책위 꾸려 거센 반발
영양댐이 국토부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댐 본체가 세워질 영양군 수비면 송하리에서는 평생 살아온 집과 농토가 물에 잠기는 것을 막으려는 주민들이 영양댐반대대책위를 꾸리고, 굴착 조사를 위해 접근하는 중장비 밑에 들어가 눕는 등 몸을 던져 사업 진행을 저지하고 있다.
반면 영양읍을 비롯한 사업지역 외곽에서는 건설업자들과 관변단체 회원 등이 중심이 돼 영양댐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댐 건설을 요구하고 있어, 이들과 수몰 예상지역 주민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상철 영양댐반대대책위 국장은 “대부분 노인인 수몰예정지 주민 사이에는 늙은 나무를 옮겨 심으면 살리기 힘든 것처럼, 다른 곳으로 옮겨 가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읍내에 있는 젊은 사람들이 삶터에서 쫓겨나지 않으려는 늙은 이웃들을 이해해 주지 못하고 자신들의 이익만 찾는 것이 제일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환경을 희생하는 성장은 더 이상 계속 될 수 없다”고 선언하고 “환경과 개발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선진국 도약을 위한 가장 중요한 국가 전략과제로 삼겠다”고 공약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제도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개발 부처의 태도가 바로잡혀 전략환경영향평가제도가 제대로 뿌리 내리느냐 여부가 새 정부의 지속가능발전 의지에 대한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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