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 황새 부부, ‘느림의 미학’으로 새해 연다

윤순영 2013. 01. 02
조회수 23713 추천수 1

 

행복과 끈기의 상징, 토종 텃새 멸종 뒤 겨울철새로 찾아오는 `진객'

크고 강한 부리로 미꾸리와 드렁허리 잡아먹는 모습 포착

 

크기변환_SY3_3886.jpg » 천수만의 황새가 힘찬 비상을 하고 있다.

 

해마다 천수만을 찾아오는 황새 부부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와  겨울을 나고 있다.

천수만은 겨울철새가 가장 많은 곳의 하나였지만 예전보다 잠수성 오리와 수면성 오리들의 다양성이 무척이나 줄어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황량한 벌판과 간월호의 허전함을 그나마 큰기러기와 쇠기러기 무리와 200여 마리의 흑두루미, 그리고 황새가 대표적 철새 도래지의 명맥을 유지 하고 있다. 오랜만에 귀한 황새를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크기변환_SY2_8956.jpg » 천수만의 흑두루미.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의 보호조이다.

크기변환__DSC3358.jpg » 석양의 간월호. 반짝이는 갈대밭 위로 철새들이 잠자리를 찾아 이동하고 있다.

크기변환_SY2_8676.jpg » 간월호 모래톱과 갈대는 새들에게 잠자리를 제공한다.


황새는 황해도와 충청북도 부근에서 8·15 광복 전까지 흔히 번식하던 텃새의 하나였다. 예로부터 길조로 여겨져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왔으며, 따라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개체수가 대폭 줄어든데다 1960년을 전후해 밀렵 등으로 모두 희생되었고, 마지막 번식지였던 충청북도 음성의 1쌍마저도 1971년 4월 밀렵으로 수컷이 사살되었고 암컷이 홀로 남아 해마다 무정란을 낳았다.

 

우리나라 마지막 토종 황새는 1971년 '과부 황새'가 되었고 농약에 중독돼 1983년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진 뒤 1994년까지 살았다. 이제는 겨울철에 천수만과 금강하구, 해남, 제주도에 불규칙하게 5~15 마리가 찾아오는 것이 전부이다.( ■ 관련기사: 자바코뿔소 멸종이 떠올린 토종 황새 멸종의 기억)
 

크기변환_SY3_3301.jpg » 천수만의 황새. 우리나라에서 멸종한 텃새 황새와 모습은 똑같지만 철새라는 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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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흰색 가슴털이 길고 날개깃은 검은색이며 날개 가장자리는 회색이다. 검은 부리는 길고 두터우며 크고 매우 강하게 보인다. 힘센 부리는 철판이라도 뚫을 기세다.

 

몸집에 비해 가늘어 보이는  붉은색 다리는 허약한 인상을 준다. 움직이지만 움직이지 않는 듯 정적인 몸짓, 한 걸음 한 걸음 살포시 내딛는 조심스런 발걸음은 느림의 미학을 보는 듯하다.

 

크기변환_SY3_3873.jpg » 크고 강해 보이는 황새의 부리 

크기변환_SY3_3856.jpg » 강하고 날카로운 부리로 미꾸라지를 잡아먹는 모습.

 

회색의 고혹적인 눈, 눈 둘레 붉은 피부의 무늬는 이국적인 화장을 한 듯 색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여유로워 보이지만 동시에 주변의 모든 상황을 예리하게 눈동자 속에 담고 있다.

 

몸매를 두루 살펴볼 때 균형이 맞지 않는 듯 보이지만 그런 역동성 덕분에 은밀하고 실수가 없는 매우 정확한 사냥꾼이 된 것은 아닐까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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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는 몸 길이 100~115㎝, 편 날개 길이 190~195㎝로 꽤 큰 편이다. 날개를 펴면 날개 윗면에 검은색과 흰색이 번갈아 나열된 굵은 무늬가 파이프오르간을 연상케 하며 흑백의 미를 더한다. 몸무게가 4.4~5㎏로 제법 무거운데도 발 돋음 없이 사뿐히 날아 오른다.

 

어미 새라도 울대나 울대 근육이 없어 다른 새들처럼 울지 못하고 목을 뒤로 젖혔다가 앞으로 숙이면서 부리를 부딪쳐 둔탁한 소리를 낸다. 즐거워도 슬퍼도 울지 못하고 원초적인 몸짓 언어로 내면의 세계를 소통하고 표현하는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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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는 겉보기에 다른 새들에 견줘 완벽한 느낌을 주지 못하고 부족한 듯 어수룩한 모습이다. 그러나 그 속에 감춰져 있는 완벽함이야말로 자연의 경이로움 아닐까.

 

황새는 4년이 돼야 어른이 된다. 사람 나이로 12살 정도라야 번식을 하는 늦게 성숙하는 새이다.  5월~6월 2~6개의 흰 알을 낳아 32~35일 품으며 새끼를 53∼55일간 기른다. 번식지인 시베리아, 아무르강, 연해주 남부 등에서는 알을 도둑맞는 일도 흔한데, 특히 까마귀가 집요하게 알을 훔쳐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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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_SY3_3780.jpg » 드렁허리 새끼를 사냥하는데 성공한 황새. 드렁허리는 진흙이 많은 논이나 호수 등에 살며, 주둥이만 물 밖에 내놓고 공기호흡을 한다. 자라면서 암컷에서 수컷으로 성이 바뀐다. 



황새의 먹이는 물고기, 개구리, 무척추동물, 곤충, 쥐, 뱀, 다른 조류의 새끼, 식물성 먹이 등 잡식성이지만 이곳 천수만에서는 황새가 즐겨 찾는 논이 있다.

 

그곳엔 미꾸라지가 다른 논보다 풍부하고 옆에는 와룡천이 흐른다. 간월호에 잠자리를 마련하고 주변의 평야와 습지대, 민물 그리고 때때로 갯벌을 오가며 자유롭게 물고기와 작은 동물을 먹는다.

 

크기변환_SY3_4033.jpg » 간월호 잠자리에 온 황새

크기변환_SY2_8749.jpg » 황새는 부부가 함께 잠자리에 든다.

 

크기변환_SY2_8848.jpg » 백로 무리 뒤에서 잠을 청하는 황새 부부. 

크기변환_SY2_8853.jpg » 흑두루미도 간월호에 잠자리를 마련했다.

 

황새는 지구상에 2500마리 이하가 생존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다. 이들은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인접한 아무르와 우수리강변에서 번식을 한다. 월동을 마치고 4월에 번식지에 도착하여 나무 위에 새 둥지를 짓거나 옛 것을 수리하여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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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황새는 부리와 다리가 모두 검붉은 색인 데 비해 한국의 황새는 다리만 붉은색이고 부리는 검다. 온몸이 흰색이지만 일부 날개깃은 검은색이다.

 

황새가 한국에서 예로부터 흔한 새였다는 것은 소나무 위에 앉아 있는 황새를 그림과 자수 등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는 사실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서구의 황새는 신화나 우화에서 행복과 끈기, 그리고 인내를 상징하는 새로 묘사되어 왔다.


크기변환_사본 - SY3_3939.jpg » 황새 부부. 서로의 뒤를 지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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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_SY3_3626.jpg » 황새 뒤로 흑두루미가 날아 오르고 있다.


황새는 국제 자연보호연맹의 적색 목록에 제26번으로 등록되어 있는 국제 보호조로서 현재 러시아 시베리아의 시호테알린 자연 보호구에 약 650마리의 황새 무리가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선 1968년 5월 30일 천연기념물 제199호로 지정되었고, 2012년 5월 31일 환경부에서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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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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